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은 임금과 그 밖의 근로조건 등에 있어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불리하게 처우하는 것을 ‘차별적 처우’로 규정(동법 제2조 제3호)했고, 사용자는 기간제 또는 단시간근로자(이하 비정규 근로자)임을 이유로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의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 또는 통상근로자(이하 통상근로자 등)에 비해 차별적 처우를 해서는 아니 된다(동법 제8조)고 규정했다. 따라서 비정규 근로자에게 차별적 처우가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비교 대상 근로자의 범위를 어떻게 볼 것인지와 차별에 대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는지 등의 문제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비교대상 근로자의 판단 기준

◇법원 판단=대상판결은 기간제법 제8조의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주된 업무의 성질과 내용·업무수행 과정에서의 권한과 책임의 정도·작업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며 ①전임강사는 강의와 연구를 모두 주된 업무로 하는 점에서 강의만을 주된 업무로 하는 시간강사의 업무와 같거나 유사하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전임강사는 시간강사의 비교대상근로자라고 할 수 없고 ②초빙교수에 대하여는 2007학년도에 ○○대학교에 채용된 초빙교수가 없어 그 근로조건을 확정할 수 없으므로 초빙교수는 시간강사의 비교대상 근로자로 판단할 수 없으며 ③강의전담교수는 기본적으로 강의활동을 주된 임무로 수행하기 위해 임용된 교수이므로 시간강사의 비교대상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동일 또는 유사노동의 의미=위와 같은 법원 판단은 기본적으로 대상판단에 있어서 동종과 유사의 의미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서 기인한다. 세계 각국의 차별금지 법령에서 비교대상의 범위는 동일(same)에서 유사(similar)로, 더 나아가 동일가치(equal value) 또는 비교가능노동(comparable worth)의 개념으로 확장돼 왔다.
여기서 ‘동일노동’이란 비교되는 두 업무가 완전히 동일한 경우에만 비교대상으로 인정하는 가장 협소한 개념이고, ‘유사노동’은 두 노동이 조금 다르지만 실질적으로는 동일한 경우로 조금 더 확장된 개념이다. 이에 반해 ‘동일가치노동’은 전혀 다른 노동들 사이에도 노동의 가치가 동일하다면 서로 비교대상이 된다고 보는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만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고 여타 차별금지법령에서는 이를 명문화하지 않고 있다.

◇대상판결의 문제점=대상판결은 시간강사의 주된 업무가 강의에 한정되는 반면, 전임교원들의 업무는 강의 외에도 연구업무가 추가돼 비교대상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기간제법에서 비교대상을 ‘동일한 노동’외에 ‘유사한 노동’까지 포함하고 있음을 간과한 것이다.
대상판결과 같이 강사의 업무범위에 강의 외에 연구업무까지 포함돼야만 비로소 전임교원과 비교대상 근로자가 될 수 있다면 이는 사실상 “동일한 노동”일 것을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법원은 강의가 주된 업무이며 1년단위 기간제로서 연구실이 제공되는 ‘강의전담교수’는 비교대상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한 것은 직무상의 범위가 완전히 동일한 경우에만 비교대상 근로자로 인정한다는 취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이와 같은 법원의 태도가 현행 기간제법의 명문규정에 반하고 차별금지법의 취지를 왜곡시키고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더구나 대상판결은 강의전담교수도 원고 근로자들처럼 ‘기간제’ 근로자로서 원천적으로 기단법상 비교대상근로자가 될 수 없음을 망각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이점에 대한 비판은 생략하기로 한다.

◇소결=‘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에서 ‘동일노동’의 개념을 지나치게 협소하게 적용할 경우에 비교대상이 사라져 차별금지법령은 형해화된다. 따라서 입법자는 ‘동일노동’의 개념을 ‘유사노동’ 또는 ‘비교가능가치노동’으로 확대하고 있다. 현행 기단법에서 ‘동일노동’ 외에 ‘유사노동’까지 비교대상으로 규정한 취지는 사업주에 의한 탈법행위를 막고 기간제 근로자에 대한 차별행위로부터 근로자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법원의 비교대상근로자를 판단함에 있어서 전향적인 법해석이 요구된다.

강사와 강의전담교수 사이 차별여부

◇법원 판단=대상판결은 시간강사가 강의전담교수에 비하여 임금·연구공간·도서관 이용에 있어서의 불리한 처우를 받고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①시간강사는 매학기 강의 시수에 따라 강의료를 산정하지만, 강의전담교수는 1년 단위의 연봉계약을 맺고 있는 점 ②시간강사는 강의시간에만 출근의무가 있지만 강의전담교수는 출퇴근 시각이 정해져 있다는 점 ③시간강사의 강의시간은 주당 2~3시간에 불과하나, 강의전담강사는 주당 15시간이라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므로 차별적 처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차별 판단기준의 문제점=근로자들이 제공하는 근로의 내용에 차이가 있다면 임금 등 근로조건에서 이에 대한 차별을 두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문제는 외면적인 근로의 형태만으로 차별 여부를 결정할 것이 아니라 제공되는 근로의 내용이나 가치에 기준을 두어야 할 것인데 이를 객관화할 수 있는 지표가 현재로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직무평가의 필요성이 강조된다. 앞으로 이와 유사한 차별관련 판결에서 차별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전문가를 활용한 직무분석과 직무평가가 재판에 활용돼야 한다. 법관에 의한 직관만으로 비교대상근로자여부 또는 차별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복잡한 현대 직업세계에서 합리적일 수 없고 설득력을 얻기도 어렵다.

객관적인 차별판단 절차 필요

기간제법의 입법 취지가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시정하고 이들의 근로조건 보호를 강화함으로써 노동시장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동법 제 1조)으로 한다는 점에 비춰 볼 때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의 판단에 있어서 직무의 ‘유사성’에 대한 적극적인 법해석이 요구된다.
따라서 원고 근로자들(시간강사)의 비교대상 근로자로서 동일한 비정규직인 강의전담교수 보다는 통상근로자인 전임강사가 타당하며, 법원에 의한 직관적인 평가가 아니라 전문가(감정인)의 객관적·과학적인 직무평가와 직무분석을 통해 직무 및 권한과 책임에 비례한 합리적인 차별이 이루어졌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판단하는 재판절차가 도입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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