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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죽이는 살인자 ‘구조조정’쌍용차 뇌출혈 사망 조합원 산재로 인정돼…“자살 막으려면 실업난부터 해결해야”

지난 2일 쌍용자동차 노동자가 또 숨졌다. 쌍용차가 구조조정을 시작한 뒤 발생한 세 번째 죽음이었다. 쌍용차 창원공장에서 일했던 김아무개(34)씨는 이날 경남 진해시 남양동 산업단지 조성공사 현장에 세워진 차량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승용차 조수석에는 번개탄이 피워져 있었다. 김씨는 운전석을 젖힌 채 누워 있었고, 운전석 뒷좌석에는 빈 소주병 한 병이 발견됐다. 그는 5월18일 희망퇴직한 후 주변 사람들에게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조정 스트레스로 인한 첫 희생자는 엄아무개(41)씨였다. 쌍용차 평택공장 조립4팀에 근무하던 엄씨는 5월23일 경기도 안성시 공도읍 자택 인근에서 쓰러진 뒤 같은 달 27일 신경성 스트레스로 인한 뇌출혈로 사망했다. 엄씨는 임금체불로 인해 생활고를 겪은데다가 회사측이 희망퇴직을 요구하고, 다른 동료들처럼 파업에 동참하면 징계를 한다는 전화·문자메시지를 받고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엄씨의 유가족들은 지난 6월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장의비를 청구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최근 엄씨의 사망을 산업재해로 인정했다. 공단 평택지사 관계자는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서 엄씨의 스트레스로 인한 뇌출혈을 업무상질병으로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 매일노동뉴스
두 달 사이 노동자 3명 숨져

회사측 ‘생산라인 정상화 촉구 임직원 결의대회’에 참석했던 쌍용차 부산서비스센터 소속 김아무개(47)씨도 6월 11일 허혈성심장질환으로 사망했다. 허혈성심장질환은 심장혈관이 혈전(핏덩어리)으로 인해 막히는 질환이다. 흔히 심근경색이나 협심증을 말한다. 송홍석 서울녹색병원 내과의사는 “단시간에 심장혈관이 혈전으로 막히는 경우는 자기 몸을 이기기 힘들 정도의 심한 운동을 했거나, 심장혈관이 수축되기 쉬운 겨울철 이른 새벽, 아니면 어떤 급성 스트레스가 있을 때 잘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는 “허혈성심장질환의 원인이 되는 당뇨병·고혈압·흡연·가족력·고지혈증이 있는 사람에게 특별한 원인 없이 자연적으로 발생할 수도 있지만, 어떤 심각한 스트레스 상황에 처해 있다면 그 스트레스가 허혈성심장질환을 악화시켜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가족과 동료들의 증언에 따르면 김씨는 사망 전 스트레스를 호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증언은 이랬다. “회사가 집회에 참석하지 않으면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겠다는 협박까지 했다”, “회사가 일방적으로 임금을 체불하고 AS분사에 따른 고용불안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살아남은 자로 분류되면서 13년을 가족보다 더 많은 생활을 한 동료들을 떠나보내야 했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매일 잠을 이룰 수 없다.”
김씨의 유가족들은 이번 주 중으로 서류를 마련해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할 예정이다. 김씨의 경우도 엄씨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아 산업재해로 인정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자 건강 파괴하는 구조조정

최근 사망한 쌍용차 노동자들의 공통점은 희망퇴직을 했거나, 구조조정 대상자에 포함되지 않아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조합원들이었다는 점이다.
이상윤 노동건강연대 정책국장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살아남은 자’ 역시 건강이 나빠지면서 노동의 질도 떨어진다”며 “경제위기 때 무조건 구조조정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각 자체를 전환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구조조정과 직업불안정이 노동자 건강에 미치는 효과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구조조정은 더 많은 노동량·노동강도·노동시간을 견디게 하고, 아파도 일하게 하며, 보상되지 않는 노동을 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14일 현재 53일째 옥쇄파업을 벌이고 있는 쌍용차 노동자들도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와 보건의료단체연합이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와 함께 지난 5월 말부터 6월 초까지 옥쇄 파업에 참가하고 있는 노동자 284명을 대상으로 긴급 정신건강실태조사와 건강검진을 실시한 결과, 중증도 이상의 우울증상이 54.9%, 불안증상이 40.8%, 스트레스 고위험군이 66.9%에 달했다. 쌍용차 노동자들의 정신건강을 위협하는 요인 1순위로는 경제적 고통이, 2순위로는 불투명한 미래가 꼽혔다.

스트레스와 뇌심혈관계 질환

스트레스는 뇌심혈관계 질환의 직·간접적인 원인이 된다. 세계적으로도 급성스트레스와 심혈관 질환의 관련성은 널리 인정받고 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업무상 과부하에 의한 7가지 뇌심혈관계 질환이 발병하거나 이 질환으로 사망한 경우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고 있다. 뇌출혈·지주막하 출혈·뇌경색·고혈압성 뇌증·협심증·심근경색증·해리성 대동맥류 등이 7가지 질환에 해당된다.

질병의 주된 발생 원인이 업무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을 악화시켰을 때 산재로 인정한 판례도 있다. 지난 2004년 대법원은 “고혈압 등 기존 질환을 가진 근로자가 과중한 업무에 종사하다가 퇴근길에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경우, 고혈압이 업무와 관련이 없더라도 업무의 과중으로 인한 과로와 감원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고혈압을 악화시키거나 급성 심근경색증을 유발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다. 오아무개(사망당시 46세)씨는 2001년 6월 퇴근 중 다른 노동자들과 언쟁을 하다 통근버스 안에서 의식을 잃고 쓰려져 사망했다.
외환위기 여파로 대규모 구조조정을 위해 감원대상자를 선정하고 퇴사설득 업무를 담당하다 심한 스트레스와 과음으로 간질환이 악화된 인사담당 직원에 대해 법원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한 사례도 있다.

 

지난달 18일 노동안전보건 활동가와 전문가들이 서울 광화문 정부2청사 앞에서 쌍용자동차와 관련해 정부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자료사진=조현미 기자  ⓒ 매일노동뉴스


고용불안은 자살로 이어져

고용불안과 생활고 등으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는 노동자를 자살로 몰아간다. 지난 2일 숨진 쌍용차 노동자 김아무개씨는 희망퇴직후 주변 사람들에게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3일에는 지방자치단체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하다 그만둔 20대 비정규직 남성이 나무에 목을 매 숨졌다. 그의 유족들은 경찰 조사에서 평소 비정규직 신분 등 자신의 처지를 비관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에는 아직 관련 통계가 발표된 바 없지만, 최근 일본에서는 실업과 생활고 때문에 자살자가 급격히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일본 경찰청 발표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지난해 자살자 3만2천여명 가운데 실업을 이유로 자살한 사람이 648명으로 전년보다 20% 늘었고, 생활고 때문에 자살한 사람이 1천289명으로 13.4%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업과 생활고로 인한 자살이 급증한 것은 급격한 경기악화와 기업의 인원감축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일본 경찰청은 “직업별로는 실업자와 연금·고용보험생활자들의 자살이 늘었다”고 밝혔다. 근본적으로 일자리가 안정돼야 노동자들의 자살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조용범 심리학박사(전 생명인권운동본부 공동대표)는 “97년 외환위기 당시 실업률과 자살률의 곡선이 유사한 것을 알 수 있다”며 “자살을 막기 위해 우선적으로 실업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정부의 부양정책이 실패해 2~3년 뒤에 자살하는 사람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지금 빨리 정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나의 직무스트레스 정도는?
최근 노동안전보건분야에서 사회심리적 스트레스에 의한 뇌심혈관계 질환과 정신건강 문제가 주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한국직무스트레스연구회를 모태로 지난 2004년 한국직무스트레스학회가 발족됐다. 직무스트레스학회는 한국 직업환경의 특성을 살려 직무스트레스 측정도구를 개발했다.
직무스트레스 측정도구는 8개 영역 43개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8개 영역은 직무스트레스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노동자가 처해있는 일반적인 ‘물리환경’과 직무요구(직무에 대한 부담정도)·직무자율(직무에 대한 의사결정의 권한과 자신의 직무에 대한 재량활용성 수준)·관계갈등(회사 내 상사·동료간 대인관계)·조직체계·보상부적절·직장문화 등이다. 이 중 하나가 ‘직무불안정’으로 자신의 직업에 대한 안정성의 정도를 말한다. 구직기회와 고용 불안정성이 여기에 속한다.
직무불안정과 관련된 항목을 살펴보면 이렇다. △지금의 직장을 옮겨도 나에게 적합한 새로운 일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현재의 직장을 그만둬도 현재 수준만큼의 직업(직장)을 쉽게 구할 수 있다 △직장사정이 불안해 미래가 불확실하다 △나의 직업은 실직하거나 해고당할 염려가 없다 △앞으로 2년 동안 현재의 내 직업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 △나의 근무조건이나 상황에 바람직하지 못한 변화(예, 구조조정)가 있었거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등이다. 조현미 기자


 

조현미 기자  ssal@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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