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의 산재사망은 보통 '순직'이라고 부른다. 적용되는 법도 다르다. 일반 노동자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거해 보상을 받지만 공무원은 국가유공자 등의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등에 따른다.

순직에도 단계가 있다. 사망 당시 어떤 업무를 수행했는가에 따라 예우나 보상에서 차이가 있다. 법에 따르면 군인 또는 경찰공무원이 전투나 이에 준하는 직무수행 중 사망할 경우 ‘전몰군경’으로,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 중 사망한 자는 '순직군경'으로 나뉜다. 소방공무원의 경우 화재진압업무나 구조·구급업무 중 사망은 소방공무원법에 따라 '순직군경'으로, 교육훈련 중 사망은 지방공무원법에 따라 '순직공무원'으로 해당된다. 그렇다면 소방공무원의 업무와 공무 상의 차이는 무엇일까.

고장난 소방차 고치려다 화물차에 치여 사망

2007년 11월27일 오후 경기소방서는 비상이 걸렸다. 대형참사가 벌어졌던 이천시 마장면 CJ물류센터 화재지원출동 명령이 떨어진 것이다. 소방공무원 이아무개씨도 화재현장에 있었다. 그는 급수지원 업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중이었다. 오후 10시22분께 영동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소방차 속도계기판의 바늘이 자꾸 떨어지는 것을 본 그는 출력을 높였지만 소리만 커질 뿐이었다. 결국 시동마저 꺼지자 119안전센터에 지원을 요청했다.

이씨의 지원 요청을 받은 최아무개씨가 소방순찰차를 타고 고장난 차량이 서 있는 현장으로 출동했다. 오후 10시49분께 문제의 소방차를 발견한 그는 고속도로 갓길에 순찰차를 세웠다. 그 순간 뒤따라오던 5톤 화물차가 그를 덮쳤다. 최씨는 두개골복잡골절로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최씨의 유족은 인천보훈지청에 ‘순직군경’에 해당한다며 보상을 요청했다. 그러나 보훈청은 이를 거부하고 ‘순직공무원’에 해당한다는 판정을 내렸다. 유족은 소송을 제기했다.

소방공무원법이냐, 지방공무원법이냐

이 사건의 원고는 최씨의 유족이고, 피고는 인천보훈지청장이다. 인천지방법원은 소방공무원법을 적용, 순직군경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판결요지는 이러하다.
“소방공무원의 경우 일반공무원과 달리 화재진압업무나 구조·구급업무를 수행한다. 소방공무원법에서 ‘순직군경’이라 하면 위험한 업무를 무릅쓰고 부여된 업무를 수행하도록 뒷받침하기 위한 정책적 배려다. 또 소방차의 경우 긴급한 상황에 대비해 상시적인 정비와 점검을 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 최씨가 소방차 정비를 위해 출동한 것은 화재진압 또는 구조·구급업무와 관련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최씨가 소방차를 수리하기 위해 출동한 것은 소방공무원법에 따른 구조·구급업무로 봤다. 이씨가 운전했던 소방차가 고장난 곳, 즉 최씨가 소방차를 수리하기 위해 출동한 현장은 고속도로다. 당시 한 겨울 날씨였고, 깜깜한 밤이었다. 고장 난 소방차로 인해 언제든지 교통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최씨의 사망은 동료 직원인 이씨나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만약에 겪게 될 추가적인 교통사고로부터 구조하기 위한 과정에서 발생된 사고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최씨의 사망은 소방공무원법에 따라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로 보상받아야 한다.

관련 판례
인천지방법원 2008년 10월23일 순직공무원유족결정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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