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직원노조가 ‘시국선언’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전교조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훼손했다며 시국선언에 동참한 교사 1만7천여명에 대해 징계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강경한 입장에도 불구하고 공무원의 시국선언은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 전국공무원노조도 최근 시국선언 강행방침을 확정했다. ‘말할 권리’를 찾기 위한 교원과 공무원들의 투쟁에 불이 붙을 전망이다.


■ 정영태 교수(인하대 사회과학부)
노동권 제약도 모자라 표현의 자유마저?


교사와 공무원은 노동3권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제한받는다. 공무원노조과 교원노조는 정부와 국회를 압박할 수단을 갖고 있지 않다. 노조 조직률도 높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적 자유는 단순히 권리의 회복이라는 차원에서가 아니라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공무원인 노동자들이 아무리 뛰어난 협상기술과 방법을 동원해 정부로부터 좋은 성과를 거둬도, 예산권과 입법권을 가진 국회나 지방의회가 반대하면 단체교섭의 실효성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제약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한 공무원노조의 조합원 설문조사 결과를 보니 민주노동당을 지지한다는 응답이 압도적이었다. 공무원에게 정치적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케 하고 정당활동과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경우 정치적 지배집단이나 이들과 연합하고 있는 시민사회의 보수집단이 어떠한 반응을 보일지 상상하기는 어렵지 않다. 상황이 이러니 ‘시국선언’ 정도에 교사들이 줄줄이 징계에 처해지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공무원노조나 교원노조는 ‘이미지 개선’에 주력해야 한다. 이들 노조가 공공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는 인식을 국민에게 심어 줘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공직사회나 교직사회 내 부정부패를 끊임없이 폭로하는 것이다. 공무원들은 절차와 방법이 온당치 않은 내부비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때로는 내부비리의 협조자가 되는 것이 공무원이다. 비리고발이 공무원·교원 노조운동의 일반적인 경향이 돼야 한다.


■ 맹주천 변호사(법무법인 하늘)
공무원이라도 ‘사인’으로서의 기본권 존중돼야


행정은 공공성을 띨 수밖에 없다. 행정력이 특정 집단이나 계층만을 위해 집중된다면, 행정의 공공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차원에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이 제기된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정치적 중립성은 ‘직무의 정치적 중립’에 국한돼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기각결정에서 공무원의 지위는 ‘사인으로서의 지위’와 ‘국가기관으로서의 지위’로 구분되고,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이란 ‘국가기관으로서의 중립성’을 의미하기 때문에 공무원이라고 하더라도 사인으로서의 지위에서의 기본권은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한 바 있다. 자연인에 대한 일체의 정치권 제한은 과도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현행 법령들의 기본권 제한은 직무상 중립성의 범위를 벗어난 과도한 제약이다. 가령 공무원이 퇴근 뒤 인터넷카페에서 자기 신분을 밝히지 않은 채 개인적 의사표현을 한 것까지 제약하는 것은 너무나 과도하다. 단계적 개선을 고려해야 할 때다.
내용별로 따져보면 정당가입의 경우 가입 자체는 허용하되, 당직 보유를 금지하는 정도는 절충이 가능하다고 본다. 선거의 경우 지금은 공무원이 선거에 나가려면 무조건 6개월 전 사직하게 돼 있다. 이를 휴직 정도로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전교조 시국선언으로 논란이 된 정치적 의사표현의 경우 지금은 정치적 이슈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금기시되고 있다. 정부가 현행 법규정을 과도하게 해석하는 측면이 있고, 현행 규정이 그런 빌미를 제공한 측면도 있다. 직무와 직접적 상관성이 거의 없는 공무원노조나 교원노조의 정치적 의사표시, 그리고 공무원 개인의 의사표시는 허용돼야 한다.


■ 손영태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
맹목적 충성강요 용납 못해

헌법에는 표현의 자유가 있다. 공무원도 국민이니 표현의 자유가 있다.
공무원이라고 해서, 공공기관에서 일한다고 해서 표현을 억누르는 것은 시대착오다. 정책을 생산하거나 행정서비스를 제공할 때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지시만 하고 강요하고 억압하는 것은 안 된다. 위에서 소통을 하고 밑에서 소화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군사정권처럼 그대로 내려 꽂는 것을 받아들일 수는 없다. 그것은 공무원노조의 역할이 아니다.
정부는 공무원의 정치행위를 금지한 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시국선언은 특정정당이나 정치인에 대한 지지·비방이 아니다. 그동안 피와 땀으로 만들어 낸 민주주의가 역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무원노동자들도 알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공무원들이 입장을 표현하는 것만으로 정치적 행위라고 한다. 그렇다면 공무원들도 정치적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다. 공무원도 인간이라면 공무원도 정치적 동물이다. 정치선언도 해야 하고 정치적 입장을 견지해야 하는 것이 공무원노동자의 권리다. 향후에도 정치적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싸울 것이다.
정부가 시국선언을 하면 징계를 하겠다고 하는데, 아직도 공무원들을 정권의 시녀로 보는 것이다. 그런 정치인들의 발상은 표현의 자유까지 독점하려는 행태다. 자신들도 정치활동을 하면서 공무원에게 그렇게 하면 안 된다. 더 이상 정치적인 중립을 강조한다거나, 국가의 녹을 먹는다는 이유로 맹목적인 충성을 강요하지 말라. 더 이상 공무원들을 흔들지 말라.


■ 임춘근 전국교직원노조 사무처장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정부


교사들에게 ‘정치적 중립성’은 ‘교육의 중립성’으로 요구된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정치적 편견을 심어 줘서는 안 되며, 정부가 지시하는 대로만 가르치라는 것이 그동안 정부가 일관되게 보여 준 태도다.
교직원노조와 공무원노조가 생긴 뒤 예전과 같은 관건선거나 관제데모는 많이 줄었다. 하지만 이들 노조의 집단행동권은 원천봉쇄돼 있고, 단체교섭마저 유명무실해지면서 노동3권 중 1권만 겨우 보장되고 있다. 여기에 정치적 의사 표현의 권리마저 ‘정치적 행동’으로 확대해석돼, 이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의사표현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교사나 공무원은 교원노조법이나 공무원노조법과 같은 하위법에 의해 입에 재갈이 물린 상태다. 관련법 개정이 시급하다. 똑같은 공무원이지만 외국의 공무원들은 정치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받고 있다.
법률 개정의 방향은 일반 국민에게 보장되는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를 온전하게 보장하는 쪽에 맞춰져야 한다. 단 공무원으로서의 품위유지나 직무관련성 등을 고려해 단서조항을 둘 수 있다고 본다. 공무원에 대한 관념적 편견도 깰 필요가 있다. 전교조가 처음 만들어질 때 ‘선생이 무슨 노조냐’라는 여론이 적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공무원이 무슨 정치냐’라는 논리가 팽배하다. 이는 관념적으로 이어져온 관성에 불과하다. 교사와 공무원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는 국민이라도 ‘기본권을 보장하라’는 주장에는 수긍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 김진수 행정안전부 복무담당관
정치적 행위 하려면 공무원 옷 벗어라


국가직이든, 지방직이든 공무원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의 한 구성원이다. 정부와 불가분의 관계이고, 정부에 책임이 있다면 공무원들에게도 분담된다. 이런 공무원마저도 자기 목소리를 내면 정부가 어떻게 운영될 수 있나. 헌법 제7조에는 공무원을 국민의 봉사자로 규정하고 있다. 국민과는 달리, 입장과 이해관계에 따라 달라지는 정치적 문제를 발표하는 것에 제약이 따른다. 이게 바로 공직윤리다. 모든 사안마다 목소리를 내는 것은 헌법에도 위배된다.
3개 공무원노조가 시국선언에 담고자하는 내용은 근로조건 개선 등 관련법에서 허용한 정상적인 노조활동의 범위를 벗어난다. 법률자문을 구한 결과, 특정정당을 지지하는 등의 행위가 아니더라도 정치적 활동의 범주에 포함된다는 해석이 나왔다. 공무원들에게 정치적 중립은 매우 중요하다. 정치적 색깔을 띠면 봉사자의 기능을 못하는 것이다. 정치적 행위를 하려면 옷을 벗고 나가서 해야 한다. 그래도 계속한다면 공무원이기를 포기하는 것이다. 그래서 파면이나 해임 등 중징계가 추진되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과거 사례를 들며 징계방침 등에 대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한다. 현 정부 초기에는 공무원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해 자제를 요청하고 설득해 왔다. 하지만 정부출범 1년 반이 지난 지금까지 본분을 망각하고 정부역량을 훼손하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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