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26일 경기도 고양시 문봉동의 한 골프연습장. 화재신고를 받고 혼자 출동한 조동환(당시 45세) 소방장은 불이 난 건물의 오른쪽 건물에 소화전이 있다는 것을 알고 3층으로 올라갔다. 3층에서 두 건물 사이에 임시로 설치된 나무판자를 이용해 불이 난 왼쪽 건물로 이동하던 조 소방장은 그만 눈에 미끄러져 12미터 아래로 떨어졌다. 응급조치를 받지 못한 그는 결국 두 자녀와 아내, 어머니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조 소방장은 단 두 명의 소방관이 24시간씩 맞교대로 근무하는 ‘나홀로 119센터’에서 근무했다.

30일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현재 소방공무원은 3만1천918명이다. 이 가운데 21.97%(7천13명)는 내근 근무자이며 78.03%(2만4천905명)는 외근 근무자이다. 외근 근무자중에서 3교대 근무를 하는 소방관은 7천544명에 불과했고, 24시간 격일제(2조 교대제)근무 소방관이 1만7천361명에 달했다. 2조 교대제를 할 경우 주 84시간, 3조 교대제를 할 경우 주 56시간 가량을 근무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순직한 조동환 소방장의 사례는 부족한 소방인력이 부른 참사였다. 재난·재해 현장에서는 2인 1조를 이뤄 활동하는 것이 기본원칙이다. 최소한 두 사람이 출동해야 협력해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방발전협의회(회장 송인웅)가 소방내부자료를 재구성해 파악한 결과, 소방인력이 충원되지 않아 혼자 근무하는 ‘119 지역대’가 지난해 12월 현재 전국적으로 669개소, 근무인원은 1천641명에 달했다. <119지역대 현황 참조> ‘나홀로 근무’는 업무 스트레스까지 가중시키고 있다.

 
 



교대근무도 시도별로 제각각

김소남 한나라당 국회의원 주최로 지난 29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위험직 공무원의 건강권 확보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송인웅 소방발전협의회 회장은 “최근 3조 교대제가 확산되는 추세”라며 “교대근무자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은 채 시도별로 근무방식을 정해 일방적으로 지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출동대기업무를 하는 소방관은 낮에는 행정업무처리와 훈련·장비점검을 실시하고 밤에는 사무실에서 교대로 상황근무를 한다. 이러다 보니 소방관은 가수면 상태에서 출동대기를 한다.

소방공무원들은 화재현장에서 발생하는 고열과 유독가스에 노출돼 있다. 화재 진압을 위해 개인당 20킬로그램이 넘는 안전장비까지 착용해야 한다. 늘어나는 구조·구급업무로 인해 요통 등 척추관련 질환자가 늘고 있지만 근골격계 질환은 소방공무원의 특수건강검진 항목에서 제외돼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 따르면 공무원직종별 연금수급자 가운데 사망으로 연금수급이 종료된 공무원들의 평균연령을 살펴본 결과, 소방공무원이 58.8세로 가장 낮았던 것이다. 정무직은 평균 72.9세, 국가일반직은 65.3세, 기능직과 경찰직은 62.3세였다.

 


10명 중 4명은 건강관리대상자

2007년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소방공무원 2만6천453명을 상대로 특수건강검진을 실시한 결과, 9천484명(35.9%)이 건강관리대상자로 판정됐다. 건강관리대상자는 2004년 28.5%에서 2005년도 25.5%, 2006년 34.1%, 2007년 35.9%로 증가하는 추세다.

2007년도 소방공무원 공사상자는 총 286명으로 7명이 순직했고, 279명 공상을 당했다. 화재로 인한 공사상자가 74명으로 가장 많았고, 구급(70명)·구조(32명)·교육훈련(30명) 등의 다음순이었다. 사고부상의 원인으로는 교통사고가 52명(19.3%)로 가장 많았고, 하중(43명)·전도(35명)·충돌(33명) 등의 다음순이었다.

소방발전협의회는 소방공무원의 안전보건을 위해 △소방전문치료센터 지정 확대 △공사상 관련 보상제도 개선 △순직관련제도 개선 △근무환경 개선조치를 제안하고 있다. 소방공무원들도 일반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공무상 질병을 인정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때문에 위험직무 관련 순직공무원의 보상에 관한 법률,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협의회에 따르면 지난 2007년 11월 CJ 이천공장 화재에 출동했던 소방차가 고장나 이를 정비하려고 출동했던 여주소방서 소속 최태순 소방장이 순직했지만 국가보훈처의 보훈심사과정에서 부결됐다. 행정소송에서는 1심에서는 승소하고 현재 2심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송인웅 회장은 “가장을 잃은 유족이 생계유지를 걱정하며 법원에 소송까지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이런 상황에서 어떤 소방공무원이 국민의 안위를 위해 자신의 희생을 감수할 것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제목
“단결권이라도 보장해 달라”

소방공무원의 근무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단결권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국내 소방공무원에게는 노동조합 결성권이 부여되지 않았다.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자유위원회는 2006년과 2007년, 지난 4월 한국정부에 소방공무원의 단결권을 인정하라고 권고했다.
ILO는 소방관뿐만 아니라 “교도관, 교육관련 부서에 근무하는 이들, 지방 공공서비스 종사자, 근로감독관 등을 포함해 모든 직급의 공무원이 자신들의 직무와 직능에 관계없이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조직을 결성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일반직 공무원들은 99년부터 직장협의회를 구성할 수 있게 됐고, 2006년부터는 합법적으로 노조를 운영하고 있다. 소방발전협의회는 “소방직무의 특수성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ILO의 권고와 같이 단결권이 보장된 노조의 인정이 곤란하다면 최소한 복리후생 등 일반적인 고충사항이라도 건의할 수 있는 직장협의회 정도는 허용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송인웅 소방발전협의회 회장은 지난 15일부터 서울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며 소방공무원도 직장협의회를 설립할 수 있게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밖에 △소방사무를 운영할 능력이 없는 지방조직에서 소방사무를 분리해 국가사무화 하는 것과 △전문화되고 소방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소방단독 독립청 설립 등을 요구하고 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소방관의 단결권 보장을 뼈대로 하는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의 주요내용은 노조에 가입할 수 있는 특정직 공무원의 범위를 규정한 공무원노조법(6조2호)에 일반직 공무원 6급 이하에 상당하는 소방경·지방소방경 이하의 소방공무원을 추가로 포함시키는 것이다. 개정안은 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심사 중이다. 조현미 기자


 

안전보건 사각지대 경찰공무원
경찰공무원 역시 안전보건 사각지대에 있기는 마찬가지다. 제도를 보면 경찰은 그나마 소방관보다는 근무시간이 낫다. 4조2교대 근무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폭주하는 112신고로 휴게시간은 물론 식사 시간도 보장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04년 112 신고건수는 총 469만여건. 신고건수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로 지난해에는 700만건에 달했다.
형사과의 경우 강력사건이 발생하면 수사가 종결될 때까지 기본권은 박탈되기 일쑤다. 장시간 현장추적과 잠복 등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차량소통이 많은 출·퇴근 시간에 도로 한복판에 서 있어야 하는 교통경찰은 매일 매연과 소음·과속운행으로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순직한 경찰관은 총 98명, 공상을 입은 경찰은 6천527명이었다. 순직 원인은 과로가 55명으로 가장 많았고, 교통사고(30명)·범인피격(6명) 등의 순이었다. 공상의 원인은 범인피격(1천698명)과 교통사고(1천615명)가 가장 많았다.  조현미 기자

<최근 5년간 순직·공상경찰관 발생현황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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