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현(56)씨는 노동부의 취업패키지 프로그램을 통해 폐수처리공장 관리인으로 재취업해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중견기업에 고위임원으로 다니다 퇴직한 후 2년 간 주유소·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가 노동부의 취업패키지 프로그램을 알게 됐고, 한 달 정도 취업상담과 일자리 적응을 위한 교육을 받은 후 지금의 회사에 취업했다. 취업한 지 두 달 만에 취업성공수당 1차분 60만원을 받았다.

한 달만 있으면 2차분 40만원도 받을 수 있다. 고령자들이 대부분 청소업무나 아파트 관리인으로 취업하는 경우가 많은 것에 비하면 이씨는 모범적인 사례다.
이씨는 “일할 수 있어 기쁘다”며 “나이가 들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는 게 너무 좋다”고 말했다.
희망근로와 함께 저소득층 일자리 확대 정책의 일환으로 정부는 취업패키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개인별 취업지원계획부터 능력증진 프로그램, 집중 취업알선까지 3단계 풀 패키지 취업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취업에 성공하면 두 차례씩 나눠 100만원 상당의 취업성공수당도 지급한다.

제도 시행 6개월 정도 지난 현재 신청자는 5천546명이고, 이 중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취업한 사람은 970여명 정도다. 일자리 질은 그리 높지 않다. 신청자 대부분이 40~50대이고, 20~30대는 20% 정도에 불과하다 보니 신청자들이 원하는 일터를 마련해 주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오현주 부천고용지원센터 상담원은 “대부분 생산직을 원하지만 50대 이상에게는 청소업무 등 단순 업무 기회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4대 보험이 적용되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하는 상황이다. 대부분 참여자가 생계를 책임지고 있어 중도탈락자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부천센터의 경우 신청자 150명 중 17명이 프로그램을 중단했다. 생계를 등진 채 3개월간 진행되는 프로그램을 수행하기가 부담이 되는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탈락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생계비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실제로 교육생 대부분이 대리운전 등 부업을 병행하면서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다보니 중도 탈락률이 높다는 것이다. 노동부도 애초 생계비 지원계획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와 협의 과정에서 백지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생계비 지원이 취업을 더 지연시킬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오현주 상담원은 “교통비 정도는 모르겠지만 생계비를 지원할 경우 의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며 “예산을 1년 근속수당을 신설하는 데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취업과 장기간 근무를 위한 동기부여에는 근속수당이 더 효과적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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