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기업 선진화방안은 공공부문에 대한 ‘정치’일 뿐, ‘정책’은 아닙니다.”
오건호(45·사진)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은 “공공부문 개혁이라고 한다면 일단 공공기관이 설립취지에 맞게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진단하고 이에 맞는 인프라를 갖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공기업 선진화방안에는 이 부분이 아예 빠져 있다. ‘경영효율화’라는 이름하에 비용절감 방안만 있다는 설명이다.
가장 강력하고 빠른 길은 인건비를 줄이는 것, 바로 인력감축이다. 이 방법 역시 상식을 뛰어넘었다. 각 기관의 사업이나 특성을 무시한 채 톱-다운(Top-down) 10% 정원감축을 주문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하필 ‘공기업’ 선진화였을까. 사실 대중으로부터 선진적인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서 공기업만큼 적당한 것이 없다.
오 실장은 “공공부문을 때릴수록 개혁을 하고 있는 것처럼 비춰진다”며 “이미 국민에게 ‘신의 직장’으로 인식된 공기업, 특히 공기업 노동자들을 공격함으로써 (이 대통령이) 개혁의 선도자로서 이미지를 쌓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공공부문에 대한 정책이 부재하다보니 그 피해는 공공서비스의 생산자인 공기업 노동자와 수용자, 특히 의존도가 높은 서민의 몫이 됐다.
그는 “공기업에 대한 불신, 공기업노조에 대한 따가운 눈총 때문에 최대 피해자인 공공기관 종사자와 서민들 사이에 공동의 전선이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며 “반대여론이 미약하다 보니 벌써 6차례 공기업 선진화방안을 발표하면서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무엇보다 공기업노조의 적극적인 변화노력이 필요하다. 오 실장은 “무모한 공기업 인력감축이나 신규사업 인력미충원에 따른 문제점을 서민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종합해 알려야 한다”며 “예를 들어 1~6차 공기업 선진화방안처럼 시리즈로 가칭 ‘공기업 망치기’ 같은 것을 통해 시민사회와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처럼 노조별로 각계 대응하는 방식은 메아리 없는 외침으로 끝날 수 있다. 또, 일부 과장되긴 했지만 비판받고 있는 공기업노조의 자기혁신도 전제돼야 한다.
“미국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 당시 ‘민영화 괴담’이 함께 유포되면서 이명박 정부가 전면적인 공공부문 민영화는 추진 못했지만 군불 때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에너지산업이나 물이 그렇고, 철도가 그렇습니다. 노동계와 시민사회가 생산적인 반론을 만들지 못하면 민영화는 곧 전진배치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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