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구치가 손상되면 흔히 의치를 사용한다. 의치를 만드는 데에도 ‘베릴륨(Beryllium)’이라는 화학물질이 쓰인다.

김태오(가명·36)씨는 치과 보철물과 치과질환 예방기기를 만드는 치과기공사였다. 그는 ‘도자기 치아’로 불릴만큼 투명도가 좋고 치아와 비슷한 색을 내는 ‘포셀린’이라는 치아 보철물을 만들다 과민성 폐렴에 걸렸다. 포셀린을 만들면서 베릴륨에 노출됐기 때문이다. 김씨는 지난 2002년부터 경남 진해와 부산지역의 치과기공소에서 일명 ‘크라운’이라고 불리는 금니를 만드는 치과기공사 일을 시작했다. 2년 뒤인 2004년부터는 부산에 있는 수환치과기공소(가칭)에서 사기 재질의 치아인 포셀린을 만들었다. 근무시간은 오전 9시부터 저녁 7시까지였지만 보통 1~2시간 초과근무를 했고, 늦게는 자정까지 근무했다.

포셀린 제작 과정은 정밀함을 요구한다. 치과의사가 환자의 구강이나 치아의 본(MOLD)을 떠 치과기공소에 보내면, 치과기공사가 회반죽을 치아 본에 부어 구강모형을 제작한다. 교합상태와 턱의 움직임을 살펴보기 위한 장치에 제작된 모형을 삽입하고, 잇몸과 치아의 크기·형태 등을 고려해 ‘왁스’라고 불리는 밀랍치아를 제작한다. 이를 다시 매몰재에 넣고 2시간 동안 약 900도로 가열한다. 그런 뒤 원심주조기에 니켈·크롬·베릴륨 등을 섞어 포셀린 금속을 만들고, 포셀린에 붙어있는 매몰재를 망치로 깨 제거하고 분사기로 털어낸 다음 연삭기를 이용해 다듬고 깎는다. 이렇게 해서 치아와 똑같은 형태의 보철물이 완성된다.

김씨는 보철물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 작업했다. 주조와 가공과정에서 분진이 발생했다. 작업대에 집진기가 설치돼 있었지만 작업장 내 모든 분진을 제거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게다가 김씨는 방진마스크가 아닌 일회용 마스크를 쓰고 작업했다. 결국 김씨는 베릴륨에 노출됐다.

김씨가 몸에 이상을 느낀 건 이곳에서 일한지 6개월 정도 지난 2005년 2월. 어느 날 자고 일어났더니 갑자기 기침이 나고, 호흡곤란과 피로감이 몰려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는 밤에 식은땀이 나고 기침과 가래가 심해졌다. 운동할 때 호흡곤란을 느끼기도 했다. 인근 이비인후과와 내과 등을 방문했지만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다. 김씨는 큰 병원에서 진찰 받을 것을 권유받고 종합병원에 입원하게 됐다. 그는 포셀린 치아 제작과정에서 발생한 베릴륨 분진의 지속적인 노출로 인한 ‘급성 과민성 폐렴’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베릴륨은 회백색의 결정체로 부식에 대한 내성이 좋고, 열전도율과 전기전도율이 좋은 금속이다. 가정용 전기제품, 용접기의 전극, 플라스틱 금형의 형틀 등의 재료, 형광등과 네온사인 제조에 쓰인다.
베릴륨은 호흡기·소화기·피부접촉을 통해 흡수되며 전신 독성을 갖는다. 체내에 들어오면 몸 밖으로 쉽게 배출이 되지 않으며 폐·뼈·간·비장 등에 축척된다. 고농도 베릴륨에 노출되면 기침·가슴통증·호흡곤란 등의 기관지염, 빈호흡·객혈·청색증·수포음 등의 급성 폐렴에 걸릴 수 있고, 폐수종과 호흡곤란으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베릴륨은 발암성 물질로 노동자에게 중대한 건강장해를 유발할 수 있다. 베릴륨을 사용하려면 노동부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베릴륨 취급 공정에 대해서는 6개월에 1회 이상 작업환경측정을 실시해 베릴륨의 농도를 관리하고, 밀폐설비나 국소배기장치를 설치해야 한다.
 
 
<2009년 6월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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