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현실화를 주장하고 있고, 경영계는 경제상황을 감안해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특히 경영계는 5.8% 삭감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저임금을 올려 내수를 활성화하자는 노동계의 주장에, 경영계는 최저임금이 오르면 도산하는 기업이 늘어난다며 맞불을 놓고 있다.


김종각 한국노총 정책본부장
최저임금 낮춘다고 일자리 늘어나나?


정부가 고령자에 대한 최저임금을 삭감하고, 최저임금 감액적용 대상인 수습사용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하며, 숙식비를 최저임금의 산입범위에 포함시키겠다는 등의 정책을 밝힌 바 있다. 정부가 내세우는 주된 논리는 최저임금이 높아 고용이 위축되고 있으므로 최저임금을 삭감해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경제위기로 인한 실업이 엉뚱하게 최저임금으로 불똥이 튀어 가뜩이나 먹고살기 힘든 저임금 노동자를 더 어렵게 하고 있다. 불황기에 임금소득의 감소는 내수위축을 불러오고 이는 불황을 장기화해 실업을 심화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전체 노동자의 임금과 비교해 수준이 높다고 할 수 없다. 전체 노동자의 임금수준을 적당한 간격을 두고 따라가고 있을 뿐이다. 사용자단체 등이 주장해 온 지역별 최저임금 도입이나 최저임금 결정권을 공익위원에게만 부여하자는 제안 역시 최저임금제도의 근간을 흔들고 법의 취지를 망각한 것이다. 전국이 반나절 생활권인 나라를 지역별로 쪼개 임금의 차등을 둔다는 것 자체가 실효성이 없을 뿐 아니라 지역별 차별을 고착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지난 20년간 최저임금제도를 운영하면서 노사공익 간 합의로 결정됐던 적이 7차례나 되는 등 노사합의 경험을 축적하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공익위원만으로 결정되는 최저임금은 항상적으로 노사 양측의 불만이 제기돼 노사관계 불안의 씨앗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얻는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을 것이다.


황인철 경총 경제조사본부장
‘삭감’ 아닌 ‘경제위기 수준 동결’


경영계가 처음으로 최저임금 삭감안을 제시했다. ‘삭감안’이라고는 하나, 실은 경제위기 이전 수준으로 동결하자는 의미다. 경제위기 여파로 기업들이 심각한 경영악화를 호소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최저임금이 과도하게 높아져, 적은 급여라도 받으며 일하고 싶어 하는 취약계층 근로자들에게 최저임금이 진입장벽 역할을 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엄청난 부담요인이다. 최저임금만 오르는 게 아니다. 그에 맞게 일반 근로자들의 임금도 올려 줘야 한다. 사정이 이러니 사용자들은 ‘사람을 줄이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최저임금을 줄이면 고용이 늘어날까. 솔직히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최저임금을 올렸을 때 엄청나게 많은 일자리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감시단속적 근로자들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했을 때, 얼마나 많은 경비원들이 해고됐나. 그러한 사태를 막자는 게 경영자들의 주장이다. 노동계는 무조건 최저임금을 올리라고 하는데, 도대체 사라지는 일자리에 대해서는 어떤 대책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일선 산업현장에서 임금동결과 반납, 심지어 삭감까지 진행되고 있다.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일자리를 유지하려는 노력에 선진국들도 부러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최저임금을 올리자는 것은 전사회적인 일자리 나누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최저임금 결정방식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노·사·공익이 결정하는 현행 방식은 극한 대립을 초래한다. 노와 사는 충실한 실태조사를 통해 각자 의견을 정확하게 전달하고, 최종 결정은 정부가 하는 방식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문형남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 
최저임금 사각지대 영세사업장 노동자




최저임금위원회의 분위기는 아직까지는 평이하다. 다음주 막바지 교섭쯤 돼야 불이 붙을 것 같다. 사용자들이 올해 처음으로 최저임금 삭감안을 제출했다. 사실 2001년부터 연 평균 10% 넘게 최저임금이 인상돼 왔으니, 사용자들이 부담을 갖는 것도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현재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은 주로 5인 미만 영세사업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노동계의 주장처럼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법으로 최저임금을 올려도 사각지대에 있는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은 여전히 저임금을 감수할 수도 있다.
노동계는 최저임금을 올리면 내수가 진작돼 경기회복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인상된 최저임금의 혜택을 모든 노동자가 받을 수 있을 것이냐 하는 문제가 남는다. 문을 닫거나 사람을 자르는 소규모 사업장의 문제가 심각하다. 만일 이들이 실업자로 내몰리면, 최저임금 올려 소비를 진작한다는 주장은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
지금 당장은 최저임금을 얼마는 올리느냐가 최대 관심사지만, 최저임금 결정방식이 개선돼야 한다는 주장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됐다. 경영계는 공익위원들끼리 결정하자고 주장해 왔다. 공익위원끼리 결정하는 나라도 있고, 정부가 법으로 알아서 하는 나라도 있고, 우리나라처럼 노·사·공익이 머리를 맞대는 경우도 있다. 그 나라의 노사관계 문화라든지 관행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옳고 그름을 말할 수는 없다. 다만 노사가 서로 다른 주장을 하더라도, 한자리에 모여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은 중요하다고 본다.


이찬배 여성연맹 위원장
최저임금 삭감 반대 ‘파업’




정말 화가 나고 힘이 빠진다. 최저임금을 삭감하겠다니, 우리 같은 사람은 다 죽으라는 말인가.
공공기관 예산삭감 지침으로 인력이 줄거나 임금이 줄었다. 정부가 올해 공공기관 예산 10% 절감방침을 세운 탓에 긴축재정에 돌입한 공공기관들이 청소용역 도급사업비까지 쥐어짰다. 정말 살 수가 없다. 물가는 자꾸 오르는데 이건 완전히 벼룩의 간을 내어 먹겠다는 심보 아닌가. 올해 초 임금도 10만원 이상 삭감됐고, 식대 등 제수당도 줄었다. 그런데 최저임금까지 깎겠다고 하니, 우리는 뭘 먹고살라는 말인가. 정부가 노동자들의 투쟁을 부추기고 있다. 우리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여성연맹은 18일부터 최저임금 삭감 반대 파업에 들어간다. 경영계가 최저임금 삭감안을 내놓은 것이 처음이라는데, 우리 같은 청소용역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문제 때문에 파업에 들어가는 것도 최초다. 최저임금 현실화, 최저임금법 개악 반대, 최저임금 삭감 반대가 우리의 요구다.


이태원 전국택시노조연맹 정책국장
최저임금법 위반한 택시 최저임금제도


다음달부터 택시기사에게도 최저임금이 적용된다. 일반노동자와 달리 택시노동자의 최저임금에는 상여금 등이 포함된다. 왜 택시노동자만 차별 대우하나. 택시산업에서 최저임금에 상여금을 포함하기 시작하면, 다른 산업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노동부가 최근 배포한 ‘택시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정 시행지침(안)’을 보면, 노동부는 택시노동자의 최저임금에 매월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을 모두 포함시켰다. 예를 들어 단협에 1년 이상 근무한 노동자에게 상여금을 연 600%로, 매월 50%씩 지급한다고 규정돼 있는 경우 최저임금에 포함되는 것이다.
택시노동자의 경우 단협에 따라 매월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지급된다면 일반노동자 최저임금에서는 제외되는 정근수당·근속수당·상여금 또는 장려금은 물론 지급일이 불규칙적인 결혼수당·김장수당·체력단련비도 최저임금에 포함될 수 있다.
택시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은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것 아닌가. 그런데도 상여금을 최저임금에 포함시킨 것은 최저임금법에 위배되는 처사다.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
 
 
<2009년 6월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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