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20.2.24 월 08:00
상단여백
HOME 안전과 건강
[화학물질 바로알기]수입오렌지 소독하다 한 달 만에 뇌손상된 아르바이트생
육류나 곡물·과일에 이르기까지 수입농산물이 우리 식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 수입된 곡물이나 과일이 국내에 유통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 방역이다. 특히 식품류는 병해충을 제거하기 위해 살균가스를 뿌리는 훈증소독을 하는데 이때 사용되는 화학물질이 메틸브로마이드(Methyl Bromide)다. 브롬화메틸이라고도 불리는 메틸브로마이드는 단기간 노출돼도 사망에 이를 수 있는 강력한 독성을 가진 물질이다.

최원찬(가명·당시 20세)씨는 수입과일을 훈증소독하던 중 메틸브로마이드에 노출돼 질병에 걸렸다. 최씨는 2000년 3월27일 친구 세 명과 함께 아르바이트생으로 부산 동구 소재 (주)성민방역(가칭)에 채용됐다. 이 회사는 수입용 과일과 목재에 방역하는 일을 주로 했다. 정규직 노동자가 6명이었고, 방역물량에 따라 아르바이트생을 채용했다.

훈증소독에 쓰이는 메틸브로마이드

최씨는 수입컨테이너 방역작업을 했다. 작업은 준비·훈증·해체·검역작업 순으로 진행됐다. 먼저 수입컨테이너 안쪽에 송풍기를 설치한다. 메틸브로마이드를 컨테이너 안에 확산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메틸브로마이드 투입 호스와 농도확인을 위한 호스를 설치한다. 이어 컨테이너 문을 폐쇄하고 테이프로 밀봉한다. 이때 LPG가스를 이용해 물을 가열시켜 메틸브로마이드를 기체상태로 만든 후 컨테이너에 투입한다. 과일의 경우 2시간 정도 훈증을 한다. 제대로 훈증이 됐는지 농도확인 호스를 통해 잔류농도를 확인한다. 이후 한 시간 정도 컨테이너문을 개방한다. 마지막으로 송풍기·호스 등을 해체하고 검역소 직원이 검역작업을 실시한다.

최씨가 주로 방역작업에 참여했던 품목은 수입오렌지였다. 하루 8시간씩 주 6일을 근무했다. 매일 40개 정도의 컨테이너 작업을 했다. 해체작업은 컨테이너 개방 후 한 시간이 지난 후 작업을 해야 하지만 물량이 많을 때는 컨테이너 문을 개방하자마자 해체작업을 했다. 작업을 할 때 방독면도 착용하지 않았다. 최씨는 훈증에 사용되는 물질이 무엇인지도 몰랐고, 그것이 인체에 해로울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일한 지 보름 만에 몸에 이상증세

최씨가 몸에 이상을 느낀 것은 일을 한지 보름이 조금 지난 2000년 4월 중순께였다. 말을 더듬기 시작했고 많이 피로했다. 4월말부터는 어지럼증이 심해졌다. 남이 깨워주지 않으면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깊은 잠에 빠졌다. 5월9일에는 증상이 심해져 먹지도 못하고 잠만 잤다. 같은 달 12일 손이 떨리는 증상이 심해 밥을 먹을 수 없었다. 최씨는 결국 병원에 입원했다.

당시 최씨와 함께 일을 했던 친구 3명 중 2명도 말을 더듬거나 보행이 곤란한 증상이 발생했다. 평소 질병이 없었던 최씨는 결국 메틸브로마이드에 의한 뇌병증(뇌손상)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최씨가 방역회사에서 일한 기간은 겨우 한 달 정도였다.

신경장애 일으키는 메틸브로마이드
메틸브로마이드는 독성이 매우 강한 무색투명한 액체 또는 기체다. 낮은 농도에서는 아무런 냄새나 맛이 없지만 고농도일 때 약간 달콤한 냄새가 난다. 메틸브로마이드는 각종 곡물과 과일 소독제, 의약품·염료 제조 용매나 촉매제로 사용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식물방역법에 따라 수·출입 식물에 기생하는 병해충을 방제하기 위한 훈증 소독약제로 많이 사용된다.
메틸브로마이드에 중독되면 신경장애가 나타난다. 걷기 어렵거나 팔다리에 힘이 빠지고 생각이나 반응이 느려지기도 한다. 시신경이 손상될 수도 있다. 주로 호흡기를 통해 흡수되는데 가스상태에서는 눈이나 피부로도 흡수된다.
메틸브로마이드에 노출되면 중추·말초신경장해가 나타난다. 고농도에서는 폐포에 액체가 고이는 폐수종이 유발된다. 피부에 닿으면 홍반·부종이 생기고, 고농도일 경우 화상으로 인한 수포가 발생한다.
사업주는 메틸브로마이드로 소독작업을 할 때 노출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소독이 완료된 후에도 환기를 충분히 하고, 방제기술자의 확인 뒤 노동자들이 소독 장소를 출입하도록 해야 한다.
메틸브로마이드에 의한 신경질환은 일반 신경질환과 구분하기가 어렵다. 취급 노동자가 건강에 이상이 생겼을 경우 반드시 산업의학·신경과전문의와 상의하고, 자신의 직업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 조현미 기자

화학물질 관련 문의사항 :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작업환경팀 032-5100-724



<2009년 6월17일>

조현미 기자  ssal@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조현미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