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개요

원고는 예금보험공사에 입사해 근무하다가 예금보험공사의 출장명령을 받고 2007년 5월25일부터 ○○상호저축은행에서 근무하던 중 2007년 12월12일 오후 6시30분께 업무를 마친 후 ○○상호저축은행 직원 2명과 식당에서 술을 곁들인 저녁식사(이하 ‘이 사건 회식’)를 한 후 오후 9시30분께 숙소로 사용하던 경동장 여관으로 돌아가던 중 금품을 강취하려는 소외 최아무개에게 멱살을 잡혀 밀려 넘어지면서 ‘급성 경막외혈증’ 등의 상병을 입은 후 근로복지공단에 요양신청을 했다.
이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은 ①파견근무 중이었다는 점 ②장기간 동안 ○○상호저축은행에서 업무를 수행한 이상 ○○상호저축은행을 통상의 근무지로 보아야 하므로 출장근무중 이었다고 볼 수 없는 점 ③이 사건 회식은 업무와 관련이 없는 점 ④이 사건 사고는 업무를 종료한 이후 퇴근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점에 비춰 이 사건 사고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의 요양신청을 불승인 처분한 사건이다.

이 사건의 쟁점 및 원심 판결 요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27조의 ‘근로자가 사업주의 지시를 받아 사업장 밖에서 업무를 수행하던 중에 발생한 사고는 법 제37조 제1항 제1호 가목에 따른 업무상 사고로 본다. 다만 사업주의 구체적인 지시를 위반한 행위, 근로자의 사적(사적) 행위 또는 정상적인 출장 경로를 벗어났을 때 발생한 사고는 업무상 사고로 보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①출장 중의 교통수단의 이용, 식사 등 생리적 행위, 숙박 등과 관련해 발생한 사고도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므로 만일 원고가 ○○상호저축은행에서 근무한 것이 ‘출장’에 해당한다면 숙소로 귀가하던 중 발생한 사고도 당연히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게 될 것이고 ②만일 출장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업무상 회식 이후 퇴근하는 과정이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 있다는 사실이 인정된다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될 수 있으므로 원고가 통상의 출장 중 이었는지, 업무상 회식 이후 퇴근 중 발생한 사고가 업무에 기인한 것인지 여부가 중요한 쟁점이다.
이에 대해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결했다.

가. 파견인지 출장인지 여부 : 출장에 해당

①출장이란 사업주의 포괄적 또는 개별적인 업무상 명령에 의해 특정한 용무를 수행하기 위해 통상의 근무지를 떠나 용무지로 향해 가는 것에서부터 용무를 수행하고 돌아올 때까지의 일련의 과정을 포함하는 것이고 ②파견은 근로자가 파견사업주와의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파견사업장에서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원고는 예금보험공사로부터 급여를 지급받으면서 근무·휴가 및 근무평정 등에 관하여도 예금보험공사의 관리·감독을 받았을 뿐이고 ○○상호저축은행으로부터 일정한 직책을 부여받거나 지휘·감독을 받지도 않았으며, 예금보험공사는 원고에게 출장명령의 형식으로 ○○상호저축은행에서 근무하도록 했고 출장종료명령을 해 예금보험공사로 복귀하도록 했으므로 결국 원고는 이 사건 사고 당시 출장 중에 있었다.

나. 장기출장 중 사고의 업무상 재해 인정범위 : 장기출장의 경우 출장전반 과정이 사업주의 지배하에 있다고 볼 수 없음
통상적인 경우 출장은 특정한 용무를 이행하기 위한 것이므로 근로자는 그 용무를 이행하는데 적합한 방법을 선택해 용무를 이행해야 할 책임이 있다. 또한 출장의 용무를 수행하려면 출장지를 오가기 위해 교통수단을 이용해야 하고, 식사 등 생리적 행위를 해야 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단기간 동안 숙박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러한 교통수단의 이용, 식사 등 생리적 행위, 숙박 등은 출장에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근로자가 그와 같은 행위를 함에 있어 출장의 용무를 수행하는데 적합하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으므로 결국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와 같은 행위를 포함한 출장과정의 전반이 사업주의 지배하에 있다고 말할 수 있으므로 출장 중의 행위 전반에 업무수행성을 인정할 수 있다. 다만 출장 중의 행위가 출장에 당연히 또는 통상 수반하는 범위 내의 행위가 아닌 자의적 행위이거나 사적 행위일 경우에 한해 업무수행성을 인정할 수 없다.
그런데 단기간에 수행할 수 있는 특정한 용무를 이행하기 위한 통상적인 출장과 달리 장기간 포괄적인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출장의 경우에는 출장업무의 이행 여부나 방법 등에 있어 근로자의 재량이 크므로 통상의 근무지에서 통상의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와 크게 다를 바가 없고 따라서 출장업무의 이행 여부나 방법 등에 있어 포괄적으로 사업주에게 책임을 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장기간의 출장기간 동안 일정한 거처에 머물면서 출장근무지로 오가면서 출장업무를 수행하는 경우 이러한 거처는 거소 내지 주거지와 크게 다를 바 없으므로 결국 거소 내지 주거지에 거주하면서 통상의 근무지로 출퇴근하면서 통상의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따라서 장기간 출장의 경우에는 교통수단의 이용, 식사 등 생리적 행위, 숙박 등의 출장과정의 전반이 사업주의 지배하에 있다고 볼 수 없다.
이 사건의 경우, 원고는 포괄적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장기간 동안 일정한 거처에 머물면서 출장지로 출퇴근하면서 출장업무를 수행했으므로 통상의 출장의 경우와 같이 출장과정의 전반이 사업주의 지배하에 있다고 볼 수 없고 통상의 근무지에서 통상의 근무를 하는 경우에 준하여 업무수행성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보인다.

다. 업무상 회식 후 퇴근과정에서의 사고의 업무상 재해 해당여부 : 퇴근 과정은 사업주의 지배하에 있다고 볼 수 없음

출장기간 동안 업무와 관련된 회식을 한 다음 숙소인 여관으로 퇴근하다가 사고를 입었더라도 퇴근 과정이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 있다고 볼 수 없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 사건 판결에 대하여

(1) 장기간 출장은 출장과정 전반이 사업주의 지배하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
1심 법원은 장기간 출장이 ①출장업무의 이행 여부나 방법 등에 있어 근로자의 재량이 크고 ②일정한 거처에 머물며 출장근무지로 오가면서 출장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통상의 업무수행과 다를 바 없다는 점을 들어 단기출장과 달리 출장과정 전반이 사업주의 지배하에 있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판단은 출장 중 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고 있는 산재법 시행령 제27조에 위배될 뿐 아니라 장기간 출장에 의한 업무수행이 반드시 업무수행 여부나 방법에 있어서 근로자의 재량이 크다고 할 수도 없으며, 업무수행을 위해 임시 숙소를 정해 출퇴근 하는 것을 두고 통상의 출퇴근과 다르지 않다고 판단한 점 역시 상식적으로 납득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1심 법원도 원고가 업무수행에 있어서 어느 정도 재량권을 발휘했는지, 통상의 출퇴근과 얼마나 유사한 형태로 출퇴근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단지 장기간 출장이라는 이유만으로 출장과정 전반이 사업주의 지배하에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 사업주인 예금보험공사는 출장자들이 수행하는 업무 내용을 정기적으로(매일, 매월 등) 보고받았고, 숙박 장소와 출퇴근 경로가 사업주의 의사 내지는 행위(출장비 지급)에 의해 정해져 출장자들의 숙소는 근무지와 도보로 3~4분 거리에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해 보면 원고에게 업무수행에 관한 재량권이 부여됐다거나 통상적인 출퇴근과 동일하다는 1심판결을 수긍할 수 없다.

(2) 업무상 회식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하였다는 점 간과
1심 판결은 원고가 업무상 회식을 하고 귀가하다가 퍽치기 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 단순히 ‘출퇴근 중 사고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지 않는 다’는 법리를 적용해 업무와의 인과관계를 부인했다. 그러나 망인에게 범행을 저지른 범인은 술에 취한 음주자들만을 상대로 수십회에 걸쳐 퍽치기 범행을 해 온 자인데, 원고가 당시 술에 취하지 않았다면 범인의 범죄 대상이 되지 않았을 것이므로 업무상 회식이 원인이 돼 발생한 귀가 중 사고는 당연히 업무상 재해가 인정돼야 마땅하다.
뿐만 아니라 사고 당시 원고의 회식이 업무상 이루어진 점, 회식 장소에서 숙소까지의 경로는 유일했으며 달리 다른 경로를 선택할 여지가 없었던 점, 사고 당시 숙소의 결정 또한 ○○상호저축은행에서 도보로 출퇴근하는 지점에 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사고 당일 원고의 회식·퇴근 경로 등의 전 과정은 원고가 임의로 선택할 가능성이 배제된 것이므로, 결국 사용자의 지배· 관리 하에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마치며

이 판결에서 특히 안타깝고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장기출장의 근무형태를 출장이 아닌 일반 근무형태와 동일시한 까닭에 출장이라는 특수성을 전혀 무시하고 ‘퇴근 중 사고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단순논리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고 말았다는 것인데 이에 따르면 업무상 재해 인정범위가 상당히 축소된다. 이 사건은 원고의 불복으로 2심이 진행 중인데 장기출장에 대한 업무상 재해 인정기준이 보다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게 제시되기를 기대한다.


<2009년 6월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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