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일용노동자 노후를 위한 복지제도로 정착해 온 퇴직공제제도에 대해 전문가들은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을까. 심규범(44·사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아직 문제점은 있지만 상당히 진전돼 왔다”고 평가했다.
 
지난 22일 오후 서울 논현동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서 심 연구위원을 만났다.
“건설근로자공제회에서 평상시 관리하는 노동자가 50만명 정도입니다. 건설기능인력은 120만명 정도로 추정됩니다. (퇴직공제제도가 전체 현장에 적용되는 게 아닌데도) 기능인력의 50%가 관리되고 있으니 적지 않은 수치죠.” <그래프 참조>

퇴직공제금은 4대 보험과는 달리 사업주가 노동자에게 지급한 임금 내역을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 무조건 하루 4천원씩 계산해 한 달에 한 번 납부하면 된다. 퇴직공제금이 4대보험보다 거부감이 덜한 이유다. 그럼에도 미납사업장이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 심 연구위원은 “업체들이 적정공사비와 적정노무비를 확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가 최저가낙찰제입니다. (처음 공사예정금액이 100이었다면) 원수급자는 60으로 낙찰받습니다. 하수급자로 오면 40까지 떨어지는 것이죠. 사업주도 자기가 확보한 노무비 이상으로 공제부금을 내라고 하면 누락시킬 요인이 생기는 거죠.”
건설사끼리 제 살을 깎아 먹는 ‘공사대금 후려치기’가 노무비 삭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심 연구위원은 적정노무비를 확보하기 위한 방법으로 ‘직종별 최저임금제 도입’을 제안했다.

“최저임금제를 도입해 낙찰률이 떨어져도 임금은 그대로 유지하는 것입니다. 노동자는 제대로 된 임금을 받고 사업주는 합법적으로 공사비(노무비)를 확보할 수 있는 거죠. ‘시장경제의 꽃’이라는 뉴욕에서도 시행되는 제도입니다.”
뉴욕주정부 노동성은 건설업 노사단체협약에 의해 도출된 임금인 직종별 최저임금표를 매년 공표한다. 원수급인은 현장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들이 직종별 최저임금을 지불받도록 해야 한다. 공공공사를 수행하는 건설업체가 6년 동안 이를 고의적으로 두 차례 어기면 뉴욕주 전 지역 또는 일부 지역에서 시행되는 공공공사에서 원수급인 자격이 5년간 박탈된다.

“건설현장의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에 적용되는 ‘사후정산제’를 퇴직공제금에도 적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낙찰률이 떨어져도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료는 그대로 유지시키는 것이죠.” 사후정산제에 따라 건설사는 보험료 납부확인서를 발주자한테 제출해야만 계약에 명시된 보험료를 받을 수 있다.

심 연구위원은 퇴직공제제도의 도입 취지를 살리기 위해 △피공제자 적용범위 확대 △임금의 12분의 1을 적립하는 정률제 도입 △1년 이상 근무할 경우 근로기준법상 퇴직금 지불과 중복되는 문제 해결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공공공사에서 공사대금은 40%만 주고 노동자에게는 100% 다 주라고 하면 전문건설업체 입장에서는 ‘울고 싶은데 뺨 때리는 격’이 될 수 있죠. 적정 노무비를 확보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줬는데도 위반했을 때 강하게 처벌해야 반발이 없습니다.”
 


<2009년 4월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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