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개혁의 핵심인 신경분리는 50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다. 현재의 농협중앙회는 지난 61년 8월 당시 농업은행과 농협이 통합한 ‘종합농협’으로 시작됐다. 종합농협 이전에 있던 농협은 앞서 57년에 생겼고 그해 2월 최초의 농협법이 제정됐다. 과거의 농협은 지금의 농협과 달랐는데, 신용사업은 맡지 않고 경제사업만 맡았다. 옛 농업은행은 정책금융기관이면서 농민 출자로 설립한 조합금융기관의 역할을 도맡았다. 

4·19혁명 직후 농협과 농업은행의 통합이 공식적으로 논의된다. 신용사업을 맡지 않았던 농협의 기능이 부족하다는 여론 때문이었다. 당시 농민운동가들의 요구는 신용분리가 아닌 신용통합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농협과 농업은행의 통합은 5·16군사쿠테타를 일으킨 박정희정권이 하게 된다. 초대 농협중앙회장도 현역 군인이 맡았다. 지난 99년 발간된 ‘농협 이야기만 나오면 나도 목이 메인다’의 저자 권갑하씨는 “한국의 농협은 여기서부터 왜곡의 길로 들었다”고 말했다.

80년대 농업개방으로 농협중앙회는 경제사업보다 신용사업 중심으로 커져가기 시작했다. 결국 농협이 경제사업에 집중해야 한다는 농민 요구에 따라 신경분리는 90년대부터 농협개혁의 핵심과제로 떠올랐다.

김영삼 정부와 김대중 정부에서 각각 개정된 농협법에는 모두 신경 분리를 추진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런데 신경분리의 시한은 명시되어 있지 않아 지지부지한 세월을 보냈다. 2007년 3월 농협중앙회는 ‘농협 경제사업 활성화와 신경분리 방안’을 마련해 중앙회 신경분리를 10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취약한 경제사업부문이 자립할 수 있는 기간을 두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유예되기로 했던 신경분리는 지난해 터진 농협중앙회 회장 비리사건으로 ‘농협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급물살을 타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2009년 업무계획 보고’에서 “4월 중 신경분리를 검토하고 올해 12월 안에 신경분리를 위한 농협법 개정을 마련한다” 계획을 밝혔다. 이어 농식품부 산하 농협개혁위원회가 지난달 31일 정부에 농협신경분리 추진 건의안을 내면서 신경분리가 농협개혁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2009년 4월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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