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과 주식회사는 설립 취지부터 다르다. 때문에 조직구성과 의사결정과 같은 조직질서도 다른 모습을 갖추고 있다.  협동조합의 특징은 무엇보다 의사결정이 각 회원에게 주어진 공평한 의결권(1인1표제)에 의해 이뤄진다는 것이다. 출자금액에 비례해 의결권(1원 1표제)을 주는 주식회사와 성격 자체가 다르다. 협동조합은 이에 따라 자본구성체가 아닌 인적구성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협동조합의 사업 목적이 영리 추구에 있지 않고 경제적 약자 간의 상부상조에 있기 때문이다.

농업협동조합의 준말인 농협도 이러한 목적을 바탕으로 지난 61년 농민을 지원하기 위한 농업 단체로 설립됐다. 지역별로 농민들이 마련한 출자금을 바탕으로 단위농협을 설립했고, 단위농협을 지원하거나 관리하는 단체로 농협중앙회가 구성됐다. 2000년에는 축산업협동조합과 한국인삼협동조합을 통합하면서 입지를 더욱 넓혔다. 농협은 애초 국내 농산물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고 농촌 사회를 활성화하는 것을 과제로 출발했다. 그렇지만 농축산민을 지원하는 경제사업은 강화하지 못했고, 금융사업을 영위하는 신용사업만 지속 성장하는 결과를 낳았다.

영리가 아닌 회원의 상부상조를 추구하는 협동조합 정신에 기초한다면 경제사업이든 신용사업이든 돈을 남기기보다는 회원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돈을 사용하는 게 원칙적으로 맞다. 그렇지만 돈이 쓰이는 경제사업보다는 이윤이 남는 신용사업이 발전한 것은 자본주의체제 아래서 당연한 현상일 수도 있다. 때문에 경제사업을 강화하자는 취지로 오래전부터 신용과 경제사업의 분리(신경분리)가 농협 개혁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장경호 통일농수산 정책실장은 “심지어 농협이 적자가 나도 농축산민의 이익이 증가한다면 사업을 잘했다 평가받을 수 있는 게 협동조합”이라며 “농협을 개혁한다고 주식회사로 거듭나면 곤란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2009년 4월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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