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농협개혁위원회의 농협 신경분리 안은 절충안입니다. 연합회와 지주회사 체제를 묶어 놓은 것이지요. 농축산민과 관련 단체들은 농협의 협동조합 성격을 유지하기 위해 연합회 체제를 포기할 수 없었고, 정부는 신용(금융)부문을 독자적으로 발전시키려는 의도 때문에 지주회사 체제를 놓치지 않으려 했기 때문입니다.”

장경호(42·사진) 통일농수산 정책실장(농업경제학 박사)은 “농협개혁위가 다양한 이해를 절충하려고 노력한 흔적은 엿보인다”면서도 “실질적 지배구조나 자본을 확충하는 과정에서 결국 지주회사에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는 안”이라고 평가했다.

농협개혁위는 농협중앙회를 농협경제연합회를 전환하고 산하에 농협경제지주회사를 두는 안을 정부에 건의했다. 또 신용부분은 농협금융지주회사로 분리하되 농협경제연합회가 자본금의 50% 정도를 출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장 실장은 “형식적으로는 농협경제연합회가 농협경제지주와 금융지주를 모두 관할할 수 있는 구조지만, 실제 사업결정과 집행에서는 지주사의 권한이 더욱 강화된 형태”라며 “특히 금융지주의 경우 연합회가 초기에 50% 정도를 출자하더라도 나머지 50%를 외부자본에 의존해야 하고 앞으로 있을 지분 재출자나 매각, 인수합병 등을 거치면서 농협의 손을 떠날 수밖에 없는 지배구조를 갖출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최근 시중은행 부실에 따른 정부 보조(혹은 출자)가 늘어나고 있는데, 주식회사로 전환한 농협금융지주도 정부 출자를 받게 될 경우 지분 재매각 과정에서 외국자본이나 산업자본의 재유입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농협의 신용부문을 금융회사로 전환시켜 독자적으로 발전시키려는 정부 의도가 관철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장 실장은 “농협 개혁의 핵심은 경제사업의 강화”라고 강조했다. 신경분리가 농협 개혁의 본류로 거론되고 있긴 하지만 애초 그것이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경제사업의 활성화가 목표였다는 것이다. 신용과 경제사업이 한 몸통이다 보니, 돈 되는 사업인 신용부문만 지속적으로 강화·성장하고 경제부문은 퇴색했다는 것이 농협에 대한 지금까지의 평가다. “이러한 지점에서 논의를 이어가면 농협개혁은 경제사업 강화와 연합회 체제로 귀결돼야 한다”는 게 그의 결론이다.

그렇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명분이야 연합회 체제 유지와 경제사업 강화에 있다 하더라도 농협의 신용부문을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현실적 논리들이 계속 등장하기 때문이다.

농협은행이 국제결제은행 BIS비율 8%를 맞추기 위해서는 약 12조원의 자본이 필요한데, 연합회가 출자할 수 있는 금액은 50%에 불과하다. 또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이 2011년부터 적용됨에 따라 회원조합 출자금은 자기자본으로 인정되지 않고 유동자본으로 분류된다.

회원조합 출자금으로 운영되는 연합회 체제로는 신용부문을 유지하기 어렵기에 금융지주 설립 후 직접 출자(주식)하는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다는 게 현실적인 논거들이다.

장 실장은 “일선 회원조합이 운영하는 상호금융기관에서 농협중앙회 운영을 위탁한 특별회계만 50조원에 달한다”며 “이 가운데 일부를 자기자본으로 전환할 경우 외부 자본 조달 없이 직접 투자를 통해 BIS비율을 맞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이 방안을 현실화하려면 1천200여개에 달하는 일선 회원조합의 내부 동의를 얻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는 “내부 동의를 얻는 과정 자체가 농축산민이 농협의 주인으로 거듭나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 쉽게 가는 방법도 있다. 상호금융기관이 농협중앙회에 예치한 지급준비금도 10조원에 달한다. 지급준비금은 사용할 수 없는 고정자본인 만큼 주식으로 출자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는 것이다.

장 실장은 “이런 방법을 제시하면 정부는 갖갖이 금융규정과 이유를 들이밀면서 안 된다고만 한다”며 “그렇지만 바로 옆 나라인 일본 농협은행인 농림수산중앙금고는 이런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고 아무런 문제도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금융지주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정부가 다른 방식을 모색하려고 하지는 않고 이런저런 이유만을 들이밀고 있는 것”이라며 “그나마 농협개혁위가 살려놓은 연합회 체제의 근거가 정부가 개정법률안을 만들고 국회가 심의하는 과정에서 퇴색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2009년 4월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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