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노동상담소는 경기가 좋지 않을 때 오히려 호황입니다. 특히 영세사업장 노동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죠.”
경제위기 상황에서 노동·시민·사회단체에서 운영하고 있는 지역노동상담소가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에게 분출구가 되고 있다. 하루아침에 해고통보를 받거나 임금이 체불된 노동자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이들은 찾아와 어려움을 호소하고 해결방안을 찾아 달라고 하소연한다. 상담사들은 이들에게 해결사이자 친구·동료 역할을 하고 있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21일 찾은 한국노총 안양지역노동상담소도 올해 들어 구조조정된 노동자들의 도움 요청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했다. 요즘은 보통 하루 20건, 한 달 500~600건 정도 상담을 진행하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영세사업장 노동자로 문전성시

박수원(46·사진) 소장은 “노동법에 대해 전혀 모르는 분들이 주로 찾고 있다”며 “심리상담부터 소송지원, 간단한 민원해결까지 힘 닫는 데 까지 이들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자존심 상할 것도 없고, 익명성도 보장돼 사적인 얘기까지 토로하는 분들이 많다고 한다.
상담소가 위치한 안양지역은 한때 LG전산·유한양행·유유산업 등의 공장이 즐비했다. 그러나 수도권에 공장총량제가 시행되면서 공장을 매각하고 지방으로 이전했다. 대신 그 자리를 서비스업종과 소규모 아파트형 공장이 차지했다. 그러다 보니 상담소를 찾는 인력도 변화했다. 과거 제조업 공장노동자가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면 이제는 택시·유통 등 서비스노동자나 비정규직, 미조직노동자가 다수다. 대부분 노동법조차 지켜지지 않는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고 한다. 일반인과 한국노총 등 조직된 노동자들의 비중이 7대 3 정도 된다.

“대규모 사업장 노동자의 경우 사설상담소(노무법인)를 찾는 경우가 많지만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거나 최저임금을 겨우 넘겨받는 노동자들에게는 이마저도 사치입니다. 상담내용도 비정규직 문제나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 문제로 바뀌었죠.”
간단한 임금체불 사건의 경우 회사에 직접 전화를 걸어 중재를 하기도 하고, 안 될 경우 노동자가 노동부에 진정서 제출하는 것을 도와준다.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접수를 지원한다. 법률적 자문이 필요할 경우 노무사나 변호사와 연결시켜 주기도 한다.

지역상담소에 정부지원 확대돼야

노동 문제 외에 가끔은 이혼이나 채무관계 등 간단한 생활상담도 하고 있다. 박 소장은 “이미 많이 진전이 된 후 찾아와 더 이상 어쩔 도리가 없을 때 가장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 소장의 업무는 상담에서 그치지 않는다. 업무 중 절반은 노조 교육이다. 주로 한국노총 경기중부지역지부 소속 단위노조들을 찾아다니며 노동법률과 노조운영에 대해 교육을 진행한다.

상담소가 일선 노조나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과 달리 정작 상담원들의 노동환경은 그리 좋지 않다. 열악한 임금에 과도한 업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년 근무한 박 소장의 1년 연봉은 2천300만원에 불과하다. 임금도 임금이지만 인력 부족이 큰 문제다. 안양상담소의 경우도 박 소장과 상담부장 두 명이 한 달에 600여건을 처리하고 있다.

“상담소가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무궁무진해요. 공적인 부분이 미치지 못하는 곳을 지원하고 지역갈등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죠. 하지만 전문인력이 너무 부족해요. 우수한 인력이 들어와도 노동조건이 열악하니 도중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아요.”
박 소장은 “지역노동상담소는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며 “질적인 변화를 위해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9년 4월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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