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 재보궐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29일 현재 국회의원 재선거 확정지역은 모두 5곳으로 인천부평을·울산북구·경북경주·전주덕진·전주완산갑이다. 이밖에 지방자치단체 보궐선거는 경기 시흥 등 전국 9곳에서 진행된다.<관련기사 참조>

이명박 정권 ‘심판의 장’ 될까

재보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각 정당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공천심사위원회를 구성해 후보공천 중이고,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울산북구 탈환을 위해 고심 중이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야당들은 이번 재보선이 ‘이명박 정권 심판의 장’이라고 한 목소리를 낸다. 그러나 5곳 중 전주와 경주를 제외하면 ‘중간평가의 장’이 될 만한 곳은 인천부평을과 울산북구 정도다. 유일한 수도권 선거구인 인천부평을과 진보정치 1번지 울산북구를 야당이 차지할 경우 어느 정도는 중간심판의 장이 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박희태 카드’를 포기하면서 정부여당에 대한 중간심판으로 확전되는 것을 경계하는 한편 ‘경제위기 극복용’ 후보를 내세워 선거의 초점을 ‘경제’로 몰아갈 태세다.

여기에 두 가지 변수가 겹치면서 이번 재보선은 정권심판용으로써의 의미가 퇴색하고 있다. 민주당이 정동영 전 의원의 출마선언으로 내분 위기에 놓였고, 박연차 수사로 이광재 의원이 구속되면서 검찰의 칼날이 옛 여권을 향하고 있음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조건에서도 재보선 지역의 선거 열기는 뜨겁다.
 
전략공천 지역인 인천부평을의 경우 민주당은 홍영표·홍미영 예비후보가 진을 치고 있는 가운데 정동영 카드가 여전히 살아있다. 한나라당은 모두 12명이 예비후보로 등록한 가운데 이재훈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이 3~4배로 압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노동당도 김응호 인천시당 사무처장을 후보로 선출했다. 진보신당은 전주덕진에 염경석(48) 전북도당 위원장이 후보 출마를 선언했고, 인천부평을은 4월 초까지 후보를 모색해 출마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후보단일화 합의 실패

진보정치의 1번지로 불리는 울산북구는 이번 선거의 최고 관전지역으로 꼽힌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모두 울산북구 의석탈환을 위해 ‘올인’하고 있다. 특히 의석이 전혀 없는 진보신당은 울산북구를 ‘원내진출의 교두보’로 삼겠다며 사활을 걸었다. 하지만 울산북구에서 승리하려면 중요한 전제가 있다. 진보정당의 후보단일화가 그것이다. 하지만 ‘빨간불’이 켜졌다.

일찌감치 울산북구에 진을 쳐왔던 조승수(45) 진보신당 후보는 17대 국회 때 이 지역 국회의원을 지냈고, 앞서 울산북구청장을 역임했다. 인지도면에서 자신있다는 분위기다. 민주노동당은 당초 이영희 최고위원-김창현 울산시당위원장-윤종오 울산시의원이 각축을 벌였으나, 합의추대 형식으로 김창현(46) 위원장이 후보로 선출됐다. 김 위원장은 탄탄한 조직력이 강점이다.

이런 가운데 양당은 민주노총 울산본부의 후보단일화 요구에 따라 지난 25~26일 3차례에 걸쳐 실무협상을 진행했지만 의견수렴 방식과 비율을 두고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합의 실패의 요인은 비정규직 비율과 의견수렴 방식. 당초 조합원 총투표를 요구했던 민주노동당은 ‘조합원 56%-비정규직 24%-주민여론조사 20%’라는 수정안을 내놨다. 진보신당은 당초 ‘조합원 30%(울산북구 한정)-비정규직 30%(여론조사)-주민여론조사 40%’를 요구하다가 ‘35%(울산지역 확대)-35%-30%’로 수정했다. 여기에서 의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협상이 실패로 끝나면서 후보단일화 전망은 어두워졌다.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협상이 실패함에 따라 지난 27일 운영위원회를 열어 ‘조합원 총투표 무산’을 최종 확인하고 선거관리위원회를 해산했다. 그러나 양당 모두 후보단일화 협상이 종료된 것은 아니라며 마지막 문을 열어두고 있다. 비록 민주노총 조합원 총투표가 무산됐지만 양당 협상은 남아 있다는 것이다.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27일 “아직 가능성은 열려있다”며 “4월 중순 후보등록까지 대화와 협상을 계속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조합원 총투표 무산

조승수 진보신당 후보도 “아직 협상이 끝나지 않았다”며 “비정규직에 대한 태도만 결정된다면 민주노총 조합원 총투표를 포함한 모든 협상이 결실을 맺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양당 모두 당분간 ‘냉각기’는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여전히 양당의 입장차가 크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더 이상 실무협상은 불가하며 양당 지도부 차원의 결단만 남은 것으로 보고 있다.

후보단일화를 위한 또 하나의 관건은 민주노총 ‘노심(勞心)’을 설득하는 것이다. 현재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곤혹스러운 처지에 빠졌다. 결과적으로 울산본부의 단일화 제안은 수용되지 못했다. 협상 대상으로 전락하고 협상과정에서 배제됐다는 실망감이 팽배하다. 중요한 것은 울산의 노동자들이 후보단일화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후보단일화가 성사되지 못하면 당선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다.

‘노심(勞心)’ 끌어안을 마지막 기회

양당이 끝내 독자출마 했다가 한나라당에 다시 자리를 내줄 경우, 양당 모두 비난 여론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을 것이라는 위기의식도 커질 전망이다. 하부영 전 민주노총 울산본부장은 “후보단일화 실패시 양당과 후보들은 모두 몰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달 31일 울산본부 정기대대 이전에 양당이 한 발씩 양보해 조합원과 지역여론(비정규직 포함)을 50 대 50으로 합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나라당도 울산북구에 전략공천을 할 예정이다. 박수철 현대차 전무와 신진규 한국노총 울산본부장 등이 공천 전쟁에 뛰어들었다. 반면 민주당은 진보정당과의 선거공조를 명분으로 후보를 내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두 진보정당, 그리고 민주노총이 지체할 시간은 충분치 않다. 이번 재보선에서 진보정치 1번지를 탈환하지 못하고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을 심판할 기회를 날려버린다면,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남길 공산이 크다.


<2009년 3월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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