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각 공기업에 지침을 보내 이달 말까지 이사회를 열어 정원감축을 완료하라고 지시하지 않았나. 우리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국가유공자나 그 가족이다. 상급기관인 보훈처 등의 고위직은 그대로 둔 채, 환자를 돌보는 병원직원을 잘라내는 게 말이 되나?”
보건의료노조 보훈병원지부 황미숙 지부장의 말이다. 공기업 선진화방안에 따른 인력감축은 병원도 예외가 아니다. 보건의료분야에서 지속가능한 양질의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는 노동계의 주장은 정부 정책 앞에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인력이 일부 늘어난 분야가 있긴 하다. ‘청년인턴’을 채용한 경우다. 보훈병원에도 사무보조 와 임상병리(혈액·가검물 채취·검사 등) 인턴이 들어와 있다. 황 지부장은 “병원에 필요한 사람은 환자를 돌볼 수 있는 사람”이라며 “정부의 잘못된 인력정책이 노동자와 환자에게 고통을 떠넘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정부가 내놓은 보건의료분야 일자리 대책은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일자리 창출의 실효성을 떨어지는 반면, 사회적 논란은 큰 사안이 대부분이다.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해외환자유치 사업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최근 국무회의를 통해 해외환자유치 활성화를 위한 홍보비 53억원을 추가예산으로 책정했다. 올 초 정부가 같은 용도로 책정해 놓았던 예산 10억원에 53억원이 추가돼 올해 해외환자유치 활동에 투입되는 예산은 63억원으로 대폭 늘었다. 오는 5월부터 합법적 유치가 가능해진 외국인 환자들을 맞이할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2013년에 20만명의 해외환자를 유치해 1조4천억원의 부가가치와 1만6천명 고용효과를 창출하겠다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은 상태다. 그러나 현재까지 일자리 창출효과는 미비하다. 보건복지가족부 관계자는 “현재는 사업시행을 위한 준비단계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일자리 창출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해외환자유치 사업이 의료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가 사업의 모델로 삼는 태국의 경우 최근 의료개방에 따른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태국병원노조에 따르면 우수 인력과 첨단 의료시설이 외국인을 상대하는 병원으로 쏠리면서, 내국인에 대한 의료서비스의 질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리병원 도입으로 대표되는 의료민영화 정책도 논란거리다. 병원에 민간투자를 활성화해 수익이 창출되면 덩달아 고용도 늘 것이라는 게 정부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의료계 전문가들은 영리병원이 허용되더라도 인력 충원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박형근 제주대 의대 교수는 “건강보험 시스템이 유지되는 가운데 영리병원이 도입되면, 병원들은 건강보험의 영향을 받지 않는 고급치료(비급여항목)를 늘리거나 인건비를 낮추는 방법을 사용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병원 노동자들의 고용형태와 노동조건은 더욱 열악해 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2009년 3월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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