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창출이라는 말을 썼지만, 부족한 인원을 메워주자는 겁니다. 의료분야 인력이 부족한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잖아요. 고령화 등으로 의료서비스 수요는 늘어나는데 일손은 달리고, 직원들 노동강도는 세지고…. 사실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분야가 사회·서비스분야밖에 없어요.”

윤진호(56·사진) 인하대 교수(경제학) 보건의료 분야의 일자리 창출은 ‘당위적’이라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25일 <매일노동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명박 정부는 일자리 창출이 최우선 정책이라고 강조하지만, 실제 내용은 미흡하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윤 교수는 정부가 일자리 수에 급급해 일자리의 질이나 사회적 비용에 대해 제대로 고민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건설 중심의 일자리는 이미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이제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3차산업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때입니다. 보건의료·교육·금융·복지 분야에서 일자리를 만들어야죠.”

실제 일자리 창출 효과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 건설업의 취업유발계수(10억원 투자 했을 때 늘어나는 일자리 개수)는 서비스업에 비해 낮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건설업의 취업유발계수가 16.1인데 반해, 사회·기타·서비스는 24.9, 교육·보건은 20.2다. 윤 교수는 보건의료 분야의 일자리 창출은 취업취약계층인 여성의 일자리를 늘리는 데에도 효과적이라고 분석했다.

“여성가장이 실직하면 재취업 가능성이 낮아 빈곤이 영구화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사회적 비용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죠.”
여성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보건의료 분야에서 만들어 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보건의료 분야 일자리 확대는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인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다.
“병원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제는 환자 보호자들이 병원에 잘 오지 않는 답니다. 핵가족이 확산되면서, 경제활동을 포기하면서까지 환자를 돌볼 수 있는 가족이 별로 없다는 뜻이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은 개인 간병인을 두겠지만 형편이 어려운 환자들은 점점 방치되는 거죠.”

보건의료노조가 강조하는 ‘보호자 없는 병원’ 사업이 노동시장으로의 진입이 어려운 중년 여성의 일자리를 늘리고, 돌봄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환자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윤 교수는 젊은 여성의 일자리를 늘리는 차원에서 간호사 인력 충원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간호사 면허를 가진 인원 가운데 42.9%가 일을 그만둔 유휴인력으로 남아 있다.

윤 교수는 유휴인력을 다시 병원으로 불러들이는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얼마 전 영국의 병원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는데, 영국의 간호사들은 런던보다는 맨체스터에 근무하는 것을 선호했습니다. 봉급은 똑같은데 런던은 생활비가 비싸기 때문이죠. 우리나라도 여기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는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인해 간호사들이 취업을 꺼리는 지방중소병원에 간호사 수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필요하다면 공적자금을 투입해서라도 지방중소병원과 수도권대형병원의 노동조건을 평준화 하자는 제안이다.

<2009년 3월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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