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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식’ 관치 구조조정 안돼외환위기 시절 관치금융 재연 가능성 높아
정부의 구조조정 대응기조가 바뀌고 있다.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기구를 설치하는가 하면 구조조정기금을 조성하고 있다. 그런데 김대중 정부 시기의 실패한 구조조정이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민간을 가장한 ‘관치 구조조정’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정부가 구조조정의 ‘보이지 않는 손’을 자처할 것이 아니라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의 초기 원칙은 ‘시장자율’이었다. 지난해 10월에 추진된 ‘대주단협의회 운영협약’을 통한 부실건설사 구조조정이 그 것이다. 채권금융기관에 의한 자율적 구조조정 방식이다. 그러나 정부의 시장자율 구조조정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결국 정부가 나섰다. 정부는 지난해 11월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합동으로 ‘기업재무개선지원단’을 설치했다. 정부의 독려를 받은 대주단은 92개 건설사와 9개 중소조선사에 대한 심사를 진행했다.


ⓒ 매일노동뉴스


유사공적자금·관치금융 논란

그 결과물이 올해 1월의 부실징후기업(C등급) 14개사와 부실기업(D등급) 2개사 선정이었다. 또 구조조정을 촉진하고 지원하기 위해 ‘기업구조조정기금’과 ‘은행자본확충펀드’를 조성했다. 이어 지난달 19일에는 지금까지의 구조조정 방식이 체계화된 ‘기업의 구조조정 추진방향과 전략’을 발표했다. 정부가 밝힌 구조조정 방식은 채권금융기관협의회의 상시적 구조조정이다.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된 정부의 행보를 보면 시장 자율을 내세웠지만 개입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이는 유사 공적자금·관치금융 논란을 불렀다.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을 매입하는데 사용되는 자산관리공사(캠코)의 구조조정기금은 정부보증채 발행을 통해 조성된다. 정부가 “공적자금이 아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정부보증을 통해 조성된다는 점에서 사실상 공적자금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구조조정기금은 외환위기 시절 조성했던 부실채권정리기금과 성격이 유사하다. 지난 97년 11월 캠코에 설치된 부실채권정리기금은 29조원 규모로 조성됐다.

또 다른 유사 공적자금은 20조원규모로 조성되는 은행자본확충펀드다. 편드에는 한국은행과 산업은행의 돈이 들어간다. 정부는 1차로 펀드에서 12조원을 이달 중으로 은행에 지원한다. 신종자본증권·우선주·후순위채권 등을 사들여 자본을 늘려주는 방식이다. 이를 바탕으로 정부는 부실한 건설·조선업 분야의 구조조정을 신속히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채권금융기관 중심으로 건설·조선업종의 워크아웃 실사를 거쳐 경영정상화 계획이 이달 말에 확정된다. 다음달 말까지는 44개 대기업(주채무계열)에 대한 재무구조 평가를 진행한다. 지난해 재무제표를 토대로 종합평가하고 불합격 판정을 받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자산매각·계열사 정리 등을 내용으로 하는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한다는 방침이다. 이렇듯 부실건설사에 채권행사를 유예하고 신규자금 지원을 독려하는 방식은 ‘관치금융’의 성격이 짙다. 97년 외환위기 당시 ‘부도유예협약’과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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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채권금융기관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황에서 법적인 권리와 의무의 공정한 이행 절차를 담보할 수 없는 자율협약은 결국 관치금융으로 변질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 ‘자율’에 숨지 말고 전면 나서야

이명박·김대중 정부의 구조조정 방식은 유사하다. 정부가 구조조정에 공식적으로 개입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전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외환위기의 부실기업 처리과정은 형식(민간 구조조정기구인 기업구조조정위원회)과 실질(금감위 산하 구조개혁기획단)이 괴리되는 전형적인 관치 구조였다. 관이 구조조정을 주도했는데 결과에 대해선 책임지지 않았다. 그래도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공적자금 조성에 관한 법적 근거라도 있었다. 현행 예금보험공사법 관련 규정과 폐기된 공적자금관리특별법이 그것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기업구조조정 기금과 은행자본확충펀드를 조성하면서 ‘공적자금’이 아니라고 손사래를 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시장자율’에 숨지 말고 직접 나서야 한다고 주문한다.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번지고 있는 경제위기 상황을 솔직하게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적자금을 조성해 선제적 예방조치를 하되 책임·권한·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사람 살리는 구조조정 해야

구조조정 목표와 방식, 절차도 중요하다. 외환위기 시절 구조조정은 양극화와 차별, 심각한 빈부격차라는 후유증을 남겼다. 외환위기가 남긴 감원중심·무분별한 해외매각·재벌로의 소유집중 등은 현재의 경제위기 극복과정에서 풀어야할 과제다. 사회 구성원들이 납득할 수 없는 구조조정은 또 다른 갈등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정부의 중재하에 노와 사, 채권단 등 이해관계자들의 협의를 활성화해 불가피한 구조조정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기업과 노동자가 모두 살기 위해서는 기업단위 보다 산업·업종단위 노사 간 논의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기업단위 노사 간 논의로는 다양한 해법이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획일화된 재무구조의 잣대로 모든 기업의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방침도 해소돼야 한다. 전체 산업·업종의 특성을 감안한 중장기적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김기원 한국방송통신대 교수(경제학과)는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이름으로 부실한 건설자본과 금융자본을 연명시켜서는 안된다”며 “미래사회를 주도할 수 있는 산업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개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병훈 중앙대 교수는 “감원위주의 위기극복은 단기처방일 수밖에 없다”며 “임금체계·교대제 개선을 통한 질적 생산체제로의 전환을 모색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2009년 3월2일>

정청천 기자  doolmail@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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