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통법 관리·감독을 담당할 기관인 금융감독원은 아직 충분한 감독인력과 감독방법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신종 파생상품을 모니터링하겠다고 하지만 올해 말이나 돼서야 시험가동이 가능한 수준이다.” 지난해 9월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이라는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를 멈춰 세우려 했던 이정희(40·사진) 민주노동당 의원은 “자통법이 예정대로 시행되면 최소 1년 동안의 ‘규제 공백’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의원은 지난해 9월22일 법 시행을 1년 뒤로 연기하도록 하는 ‘자본시장통합법 일부 개정안’을 내놓았다.
미국 금융위기의 원인이 신종 파생상품으로 지목된 상황에서, 자통법 시행이 신종 파생상품의 출현을 불러올 테고 준비 없이 시행했다가 미국과 같은 금융위기를 피할 수 없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4일 예정대로 법 시행을 밀어붙였다. 지난 2006년 7월 국회를 통과했고 부칙에 따라 4일부터 시행된다.

이 의원은 “1년 6개월 만에 법을 안정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감독관리대책이나 규제책을 만들기 어렵다”며 “시행을 1년 연기하고 그동안 어떤 식으로 금융시장을 만들어 가야 하는지 논의를 더 하자는 취지로 법안을 발의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개정안은 지난해 11월13일 헤지펀드를 허용하고 투자자 보호책을 강화하는 정부 개정안대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의원은 자통법 시행으로 예상되는 파생상품 피해사례로 키코(위험회피 통화옵션상품)를 꼽았다. 지난해 수출 중소기업들은 키코로 4조5천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피해를 봤다.

이 의원은 “키코가 복잡한 상품도 아닌데 환율급등으로 심각한 문제를 끼쳤다”며 “불안한 경제상황에서 자통법 시행으로 나올 파생상품이 키코에 버금가는 손실을 끼칠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자통법은 금융노동자에게도 위협의 대상이다. 금융노조는 지난해 3대 금융악법으로 은행법·보험업법과 함께 자통법을 지목했다.
이 의원은 “지난해 펀드폭락으로 투자자들이 금융노동자들에게 항의한 것처럼 불완전판매의 책임이 금융기관이 아닌 개별 금융노동자로 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의 불안정은 금융노동자의 고용불안과 임금동결·임금삭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정부는 현재 은행권에 직접보증·현금지·부실채 매수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은행의 부실화를 막고 있다. 하지만 실물부문은 최근 쌍용차의 법정관리 신청에서 보듯 이미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이 의원은 “실물부문이 어려울 때 금융이 어떤 역할을 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정부가 추진하는 산업자본의 금융진출, 헤지펀드 허용, 국책은행 민영화 허용은 앞으로 닥칠 구조조정에서 정책금융의 역할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2009년 2월2일>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