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리뷰 할 판결의 사건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1).

주차관리 및 경비요원을 파견하고 있는 업체(피고회사) 소속으로 B빌딩에서 근무하였던 A할머니(61세·이하 원고)는 동료들로부터 공금횡령을 했다는 누명을 쓰고 징계처분(경고)을 받게 됐다. 이에 원고가 출근거부 투쟁을 벌이자 회사에서는 무단결근을 이유로 급기야 원고를 해고했다.

그런데 경찰의 수사결과 직원들이 원고에게 누명을 씌운 것으로 밝혀져 오히려 직원들이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게 됐다. 누명을 벗게 된 원고는 당연히 원직복직 될 것이라고 기대했으나 피고회사는 B빌딩과의 용역계약이 해지됐다는 이유로 원고를 복직시키지 않았다. 이에 따라 원고는 해고무효 확인 및 해고기간 동안에 받지 못한 임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게 된 것이다.

1·2심에서는 원직복직 불가 판결

1·2심에서는 원고와 피고회사 사이에 체결된 근로계약서에 ‘건물주와 피고와의 관리용역계약이 해지될 때 원고와 피고와의 근로계약도 해지된 것으로 본다’는 약정이 근로계약기간의 만료에 관한 규정으로써 근로계약의 자동소멸사유를 정한 것으로 보았다.
따라서 2005년 11월30일 B빌딩(건물주)과 피고회사 사이의 관리용역 계약이 해지됐으므로 2005년 6월 해고된 원고는 복직할 수가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각하하고, 관리용역 계약이 해지되기 전까지의 임금만 원고에게 지급할 것을 명령했다. 즉 해고가 부당하다고 하더라도 관리용역이 해지됨에 따라 원고는 어차피 해고됐을 것이므로 복직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 판결

위와 같은 원심 판결에 대해 대법원은 “근로관계의 자동소멸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며 파기환송 했다. 그 이유는 사용자가 주차관리 및 경비요원을 필요한 곳에 파견하는 것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회사로서 그 근로자와 사이에 근로자가 근무하는 건물주 등과 사용자 간의 관리용역계약이 해지될 때에 그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의 근로계약도 해지된 것으로 본다고 약정했다고 하여 그와 같은 해지사유를 근로관계의 자동소멸사유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사건 판결의 쟁점

용역계약이 해지될 경우 근로계약도 해지된다는 내용의 근로계약을 체결했다면 용역계약이 해지됐다는 이유로 해고시키더라도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없이 해고·휴직·정직·전직·감봉·그밖의 징벌을 하지 못 한다’에 위배되는 것은 아닌지 여부이다.

근로기준법 제23조의 제한을 받지 않는 근로관계 종료사유

근로관계가 종료되는 사유로써 ①당연퇴직(근로자의 사망·법인소멸·정년도래·근로계약의 만료 등과 같이 당사자 간의 특별한 의사표시 없이 당연히 근로계약이 소멸되는 경우) ②합의해지(당사자 간의 합의에 의해 근로계약이 종료되는 경우) ③사직(근로자의 일방적인 의사표시에 의해 근로계약이 종료되는 경우) ④해고(사용자의 일방적인 의사표시에 의해 근로계약이 종료되는 경우)가 있다.

원칙적으로 당연퇴직·합의해지·사직에 해당할 경우 근로기준법의 해고제한 규정이 적용될 여지가 없으나, 해고사유와 달리 정해 놓은 당연퇴직 사유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 적용여부에 대한 논란이 있다.
법원은 “사용자가 어떠한 사유의 발생을 당연퇴직사유로 규정하고 그 절차를 통상의 해고나 징계해고와는 달리하였더라도 근로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사용자측에서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이면 성질상 이는 해고로서 근로기준법에 의한 제한을 받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 사망이나 정년 등 근로관계가 자동적으로 소멸되는 것을 제외하고 정당한 사유가 없는 당연퇴직은 무효가 된다.

근로계약의 기간만료가 근로관계의 자동소멸사유 해당하는지

그렇다면 당연퇴직 사유 중에 근로기준법의 제한을 받지 않고 근로관계를 자동으로 소멸시키는 사유는 무엇이 있을까. 근로관계 자동소멸사유의 대표적인 사례가 정년도달·근로자의 사망·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의 만료다. 여기에서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에는 ①일정한 시점까지로 계약기간을 정하는 경우는 물론 ②일정한 목적의 달성까지 내지는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이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도 포함된다고 본다.(대구지법 2008. 11. 21. 선고 2008고정744 판결)

일정한 사업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다는 것은 그 사업(또는 업무)의 객관적인 성격으로 인하여 일정기간 후 종료될 것이 명백한 경우에 사업이 끝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까지로 계약기간을 정하는 것을 한다. 이 경우 사업 또는 특정한 업무의 종료시점이 계약체결 당시에 어느 정도 특정될 수 있고 또한 전혀 불확정적인 것이 아닌 한 어느 정도 부정기적이더라도 무방하다.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이 유효하다면 기간이 만료된 이상 해고예고 없이도 자동으로 근로관계가 종료되며 법적인 제재가 불가능해진다.

따라서 ‘일정한 사업목적 달성 내지는 사업의 완료에 필요한 기간’을 근로계약의 만료시점으로 정해 근로계약 체결하는 것을 유효하다고 폭넓게 인정한다면, 사용자가 해고예고도 하지 않은 채 근로자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계약기간 만료로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더라도 근로자는 법적으로 아무런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위험한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관리용역계약 해지는 근로관계의 자동소멸사유가 아님

그 위험한 상황이 현실화 된 것이 이 사건 A할머니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객관적으로 예측이 불가능한 관리용역 계약해지를 계약기간 만료 시점으로 약정했다고 해서 관리용역 계약이 해지시 곧바로 근로관계가 종료된다고 인정한다면 많은 사용자들이 불확정적인 사유를 들어 근로계약 만료시점을 약정할 공산이 클 것이다.
사실 ‘일정한 목적 달성’이나 ‘특정한 업무의 완성’이란 매우 추상적인 의미여서 그 달성 또는 완성시점을 해석할 때 왜곡하거나 과장할 여지도 상당히 많다.

A할머니 사례의 대법원 판결에서 관리용역 계약해지가 근로관계 자동소멸사유가 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은 없지만 △피고는 원고를 파견한 건물주 외에도 다른 다수의 건물주와 관리용역 계약을 체결하여 근로자들을 파견하고 있는 점 △관리용역 계약해지 여부는 불확정적이어서 그 시기를 근로자가 예측하기 어려운 점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는 사정이 있다면 근로기준법에 의해 해고시키는 것이 충분히 가능한 점 △해고제한 규정은 근로자들의 생존권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인 점 등을 고려해 관리용역 계약해지를 근로관계 자동소멸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추정된다.
근로자 파견 사업이 활성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판결은 충분히 환영받을만 하다. 다만 한 가지 의문이 남는 게 아쉽다.

이 사건 판결에서는 근로계약 기간 만료를 원칙적으로 근로관계 자동소멸사유에 해당한다고 전제하고 있다. 그런데 3개월·1년 등 일정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의 경우에도 근로관계가 종료되는 시점을 예측할 수 있다는 점 외에 파견회사가 관리용역계약 해지시점을 계약 만료시점으로 정한 것과 하등의 다른 점이 전혀 없다.
이 점에 주목한다면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의 기간이 만료된다고 하더라도 근로자 사망·정년 도달과는 달리 근로기준법의 해고제한 규정의 적용을 해야 타당한 것이 아닐까.


각주)
1) 사건의 경위는 2009년 4월 6일 파이낸셜뉴스에 실린 내용을 참조했다.


<2009년 4월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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