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6월 한미 FTA 반대로 전국이 떠들썩하던 시기에 많은 노동조합들이 한미FTA 반대를 위한 총파업을 결의하고 각종 집회에 참석하는 등 집단행동에 들어갔다. 당시 경기도에 소재한 전국금속노조 산하의 한○○분회 노조원들이 상급노조인 전국금속노조와 지부 등의 주도로 한미FTA 반대 집회에 2~3시간 참석한 이 사건에서 회사측은 불법쟁의행위 참석을 이유로 분회장과 부분회장인 근로자들을 해고했다.
이 사건은 그 외에도 수많은 징계사유들이 거론됐으나 본고에서는 지면관계상 ①쟁의행위 중인 노조원들이 상급노조가 주도한 집회에 참석한 행위가 쟁의행위의 정당성을 훼손하는지 여부 ②앞에서 정당성이 상실될 경우에 산별노조의 위계에서 실질적 권한과 책임을 행사할 수 없는 분회장과 부분회장이 해고의 책임을 져야 하는지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집회 참석사실과 쟁의행위 정당성의 문제

대상판결에 따르면 “이 사건 파업의 주된 목적은 원고 노동조합이 개최하는 한미FTA 반대 집회에 참석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고 이는 단체교섭 사항이 될 수 없으므로 결국 이 사건 파업은 근로조건의 향상 등과 관계 없는 소위 정치파업으로서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사실관계의 대립=대상판결은 이 사건 노조원들이 한미FTA 반대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파업을 벌인 것으로 인정했다. 그리고 그 논거로 3개월 정도 중단된 단체교섭이 재개되자마자 파업이 발생한 점, 매주 금요일마다 교섭을 열기로 합의하고도 별다른 사유 없이 수요일에 마지막 교섭을 개최하고 다음날 파업에 나간 점, 노조가 회사측에 보낸 공문에서 한미FTA 반대의 정당성에 대해 자세하게 기재한 사실 등을 인정했다.

이에 대해 근로자들은 교섭의 중단과 재개는 노조가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이 아니라 노사합의에 의한 것이고, 마지막 교섭일을 금요일에서 수요일로 변경한 것도 노조측 교섭위원의 개인사정으로 노사간 합의에 의한 것이며, 노조가 보낸 공문에서 FTA 반대 이유를 상세히 기재한 것은 회사측이 먼저 FTA반대 집회 참석을 문제삼아 징계하겠다고 협박함에 따라 이를 변명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집회참석은 쟁의행위 중 파업 프로그램의 하나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처럼 근로자측과 법원의 사실관계에 대한 인식차가 크기 때문에 판단이 어려우나, 대상판결은 교섭의 재개시점과 집회참석시점, 마지막 교섭일이 변경된 점 등 겉으로 드러난 사실관계로부터 쟁의행위 목적의 불법성을 추론했는바, 목적의 불법성을 그와 같은 몇 가지 사실들로부터 추론할 수 있는가 또 교섭과정에서 나타난 노조의 주된 요구사항들과 목적이 경합되는 문제에 대해 충분한 심리를 다했는가에 대해 의문이 남는다.

◇목적의 정당성에 대한 대법원 입장=대법원은 일관되게 ‘쟁의행위에 의해 달성하려는 요구사항이 단체교섭 사항이 될 수 있는 것이어야 하며, 쟁의행위에 의해 추구되는 목적이 여러가지이고 그 중 일부가 정당하지 못한 경우에는 주된 목적 내지 진정한 목적의 당부에 의해 그 쟁의행위 목적의 당부를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판단은 부당한 요구사항을 제외하면 쟁의행위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 그 쟁의행위 전체가 정당성을 갖지 못한다고 한다.(대법원 1992.1.21. 선고 91누5204 판결 등) 이와 같은 입장에서 쟁의행위의 정당성을 판단한다면 그간 교섭과정에 논의된 사항들과 교섭과정에서 논의되지는 않았지만 노조가 추구하는 다른 목적이 있었는지 등을 살펴봐야 하고, 집회에 참석한 것이 그 자체가 목적인지 아니면 다른 목적을 관철하기 위한 수단인지, 또한 산별노조 체제에서 변화된 쟁의행위 목적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소결=이 사건에 돌아와 보면, 10여 차례 단체교섭과정에서 노조측이 한미FTA 문제를 교섭의제로 언급한 사실이 없고, 달리 회사측도 이를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법원은 시기적으로 쟁의행위가 급박하게 발생했고, 쟁의행위 첫날 노조원들이 집회에 참석한 사실로부터 쟁의행위의 목적이 ‘집회참석’에 있었다고 추론할 뿐이다. 그러나 설령 집회참석이 쟁의행위 발생의 목적 중 하나라고 인정하더라도 다른 목적, 즉 “임금인상 요구”가 중요한 목적이었음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대법원 판례는 이처럼 여러 가지 목적이 경합할 때에 주된 목적을 가지고 판단해야 한다는 것인데, 과연 20여명의 노조원들이 무노동무임금과 징계의 위험을 무릅쓰고 오로지 한미FTA 반대를 위해 파업에 동참했을 것인가를 반문한다면, 파업의 주된 목적이 “임금인상” 요구에 있었음을 추론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현재 산업별노조의 쟁의행위 사건과 관련된 판례가 일천한 상황에서 대상판결은 교섭의 목적 즉 의무적 교섭사항을 ‘근로조건의 개선’이라는 협의의 개념으로만 파악한 문제점이 있다. 그러나 산업별노조는 개별사용자만이 아니라 전체 사용자 집단을 상대로 보다 광의의 요구조건을 내세울 수 있고, 더 나아가 국가를 상대로 근로자의 경제·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위한 국가정책 및 법령의 개폐를 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산별노조가 주도한 쟁의행위에 있어서 목적의 정당성 부분은 기업별노조 체제와 달리 보다 넓게 적극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산별노조 분회간부의 책임

대상판결은 징계양정의 합리성과 관련해 산별노조에 있어 분회장이라는 직책의 권한과 책임에 대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노조간부’로서 불법파업을 주도한 책임을 인정했다.

◇분회장의 권한과 책임=전국금속노조 규약과 서울지부 규정 등을 살펴보면, 분회장에게는 노조간부로서 최소한의 권한과 책임도 부여되지 않고 있다. 재정권과 통제권은 물론 단체교섭권 등이 전혀 인정되지 않는 것이다. 실무상으로도 전국금속노조 위원장은 지부장과 지회장에게 위임해 조합활동과 단체교섭권을 행사하며, 심지어 노조원들이 패용하는 리본도 지회장이 지회 비용으로 구매해 분회원들에게 배포하고 있다. 결국 분회장과 부분회장은 단순히 지부 및 지회와 분회원들을 연결하는 연락책 정도의 의미를 가질 뿐이다.

◇위법한 쟁의행위에 있어서 책임=앞서 본 이 사건 쟁의행위를 위법이라고 가정하더라도, 법원은 징계양정의 판단에 있어 분회장의 권한과 책임을 심리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대상판결은 별다른 논거도 없이 이 사건 근로자들이 분회장·부분회장으로서 ‘파업을 주도했다’고 인정했고, “파업에 가담정도는 단체교섭권을 위임받을 수 있는지 여부와 관계없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판결내용에 따르면 법원은 단체교섭권을 위임받았는지 여부가 불법파업의 책임을 지우는데 장애가 되지 않고, 일견 분회장이라는 직책을 가지고 파업에 참여한 이상 일반 조합원에 비해 더 큰 징계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보는 듯하다.

그러나 대법원은 “근로자의 단결권은 헌법상 권리로서 최대한 보장돼야 하는데, 일반조합원에게 쟁의행위의 정당성 여부를 일일이 판단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근로자의 단결권을 해칠 수도 있는 점, 쟁의행위의 정당성에 관하여 의심이 있다 하여도 일반조합원이 노동조합 및 노동조합 간부들의 지시에 불응해 근로제공을 계속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일반조합원이 불법쟁의행위 시 노동조합 등의 지시에 따라 단순히 노무를 정지한 것만으로는 노동조합 또는 조합 간부들과 함께 공동불법행위책임을 진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대법원 2006.9.22. 선고 2005다30610 판결) 라고 판결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파업이 설령 위법한 경우라도 근로자들에 대한 징계책임은 원고 근로자가 일반 조합원인지 아니면 불법 파업을 주도한 책임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 징계양정을 판단해야 할 것이다. 만약 이 사건 근로자들이 파업을 결정하거나 주도하는데 아무런 권한도 행사하지 못했다면 근로자들에 대한 징계해고는 과도한 징계권 행사로 봐야 할 것이다.

◇소결=현재 산별노조의 쟁의행위와 관련된 판례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으나, 향후에도 법원이 산별노조에서의 분회장을 기업별노조에 있어서 위원장과 동일하게 징계책임을 부과한다면 산별노조의 노조운영과 노사관계에 심각한 혼란을 주게 될 것이다. 혹자는 산별노조의 불법파업시에 누구를 징계하란 말이냐고 반문할지는 모르나, 불법파업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징계책임에 한정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대상판결과 같이 실질적 권한을 행사했는지 묻지 않고 무조건 사업장 내 분회원들을 대표한다는 이유만으로 분회장에 대해 모든 파업의 책임을 돌리는 것은 허용할 수 없는 일이다.
산별노조 노사관계의 막이 본격적으로 오르는 시점에 법원판결은 산별노조-지부-지회-분회로 이어지는 위계질서와 권한행사 및 그 책임에 대해 보다 세밀한 검토와 심리를 다해야 한다고 본다.


<2009년 4월28일>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