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 전임자 인정이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가를 상기시키는 판례가 있어 소개한다. 대부분의 정규직 노조에는 노조 전임자가 있다. 적게는 한명에서 많게는 10여명 이상의 전임자가 있는 노동조합도 있다.
그러나 비정규노조·소규모 노조·신설노조 등은 전임자를 만드는 것이 최대의 숙원이다. 물론 일반노조의 상근자처럼 일을 그만두고 노조 활동에만 전념하는 활동가도 있지만, 모든 기업별 노조의 간부들은 일을 하면서 노조 활동을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전임을 인정받지 못한 경우 업무부진으로 인한 징계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아래에 소개하는 판례는 비전임 노조 사무국장에 대해 실적부진을 이유로 해고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에 대해 이를 부인한 사건이었다. 이에 두 가지를 주요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첫 번째는 당시 회사가 해고의 사유로 내세운 ‘계약직 관리지침’을 판례가 어떻게 바라보는 지와 두 번째는 전임자 문제에 대한 판례의 태도이다.

사건개요

이 사건은 비정규 노조의 비상근 사무국장 2명(제1대, 제2대)이 실적부진으로 해고됐다. 이 사건 노조의 조합원들은 모두 기간제 노동자로 구성돼 있다.
제1대 사무국장은 3년의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A’라 한다)을, 제2대 사무국장은 1년의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B’라 한다)을 체결한 자이며, 단체협약에는 ‘계약기간 만료만의 사유로 인해 계약해지를 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이에 회사는 계약해지 사유로 인사고과평정을 들었고, 인사고과평가는 ‘계약직 관리지침’에 근거했다. ‘계약직 관리지침’은 회사 설립시(04.1.8.)부터 제정 시행했고, 2007년 노조가 재계약여부의 판단을 위한 평가방법을 계약기간(1년, 3년)에 따라 이원화할 것을 요구하자, 회사는 2007년 2월7일 계약직 사원 평가 및 재계약기준을 변경했다.
변경내용은 정량적 평가와 정성적 평가에서 1년 계약직은 1년 전체 누계실적과 종합평가를 반영하지만, 3년 계약직은 평가일 이전 3년 전체 누계실적과 종합평가를 반영하는 것과 평가 후 1년 계약직과 3년 계약직을 구분해 서열화하는 것, 평가서열상 하위 5%를 재계약 불가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회사는 2007년 2월20일 변경된 관리지침에 의해 계약직에 대한 평가를 실시했고 그 결과 A와 B를 포함한 9명이 하위 5%에 해당돼, 재계약여부 판단을 위한 인사위원회를 개최 후 총 9명에게 계약연장이 불가함을 통보했다.

계약직 관리지침 변경이 정당한지 여부

A는 2004년 3월1일부터 2007년 2월 28일까지 3년의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 1회, B는 2004년 3월1일부터 1년으로 하는 유기계약 3회를 체결했다. 법원은 회사가 근로계약을 체결하여 온 점, 회사는 매년 기간제 근로자에 대한 업무수행 평가를 실시해 그 평가 결과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근로자 중 하위 5%에 해당하는 자에 대해서는 재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근로계약기간의 정함이 형식에 불과하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단체협약이 ‘기간만료만으로 해고되지 않는다’고 했기 때문에 기간만료외의 사유가 필요했고, 이를 위해 사측은 ‘계약직 관리지침 변경’을 통해 근거를 마련하였다.

◇노동조합 동의없는 ‘계약직 관리지침 변경’의 정당성=A, B와 노조는 해고 직전 변경된 ‘계약직 관리지침’은 노조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불이익 변경됐기 때문에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최초의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계약직 관리지침’이 취업규칙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사용자가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다고 했다. 지방노동위원회 판정문을 발췌하면 아래와 같다.

‘대법원은 [취업규칙이라 함은 복무규율과 임금 등 근로조건에 관한 준칙의 내용을 담고 있으면 그 명칭을 불문하는 것이다(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1다77970 판결 참조)]라고 판시하고 있고, [근로조건이라 함은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근로관계에서 임금 · 근로시간 · 후생 · 해고 기타 근로자의 대우에 관하여 정한 조건을 말한 것이다(대법원 1992.6.23, 선고 91다19210판결 참조)]라고 판시하고 있다.

이 사건으로 돌아와 살피건대, ○○신용정보의 [계약직 재계약기준]및 [재계약평가결과 활용]은 계약직사원 관리지침 제 42조에 근거하여 계약직 근로자들의 평가시기, 평가방법 및 활용방안 등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지침을 정한 기준으로써 복무규율과 근로자의 임금등 근로조건을 정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바, 근로기준법 제 96조에 의해 사용자에게 작성 · 신고의무가 부과되는 취업규칙으로 볼 수 없다’

그러나 1심과 2심법원에서는 ‘계약직 관리지침’이 취업규칙임은 인정했다. 다만 ‘계약직 관리지침’을 불이익변경으로 보지 않았기 때문에 의견청취만으로 족하다고 판시했다.

기간제 근로자는 위 계약해지 규정이 없더라도 당연히 계약기간의 만료로 근로관계가 종료되므로 업무평가 결과에 따라 재계약 체결 대상자를 선정하는 것은 사회 통념상 3년 단위 기간제 근로자들에게 유리한 내용인 점, 참가인은 2007.1.9. 이 사건 노동조합이 먼저 공정한 평가를 위해 1년 단위 및 3년 단위 기간제 근로자들에 평가방법을 이원화해달라는 요구를 하자 이에 응하여 위와 같은 규정을 개정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계약직 재계약 기준과 재계약 평가 결과 활동의 개정은 근로자들에게 불이익하게 변경된 것이 아니므로 과반수 노조인 이 사건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을 필요는 없고 의견청취만 거치면 된다( 의견청취절차는 근로자의 의견을 존중하여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이를 반영시키기 위한 것으로서 위 의견청취절차 규정 자체는 훈시규정에 불과하고 효력규정이 아니므로 이를 거치지 않았다고 하여 그 취업규칙이 무효로 되지는 않는다 (대법원1989.5.9. 선고 88다카4277판결참조))

취업규칙은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정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근로계약에 대해 규범적 효력을 가진다.
만일 계약직 관리지침과 같이 근로관계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제규정을 취업규칙이 아니라고 보게 되면, 사용자가 자유롭게 변경하되 실질적으로 이를 적용받는 근로자의 저항요건이 없기 때문에 근로자들의 고용은 매우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특히 재계약 거부의 사유나 일정 인원을 계약해지 하는 근거를 마련하는 등은 더욱 그러하다. 법원이 노동부나 노동위원회와 달리 ‘계약직 관리지침’에 대해 명칭이나 형태를 불문하고 실질적으로 근로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제규정에 대해 취업규칙으로 파악한 것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계약직 관리지침 변경’이 유리한 변경이라는 점에 대한 비판=‘계약직 관리지침 변경’에서 주요하게 변경된 된 것은 평가 자체가 아니라 그 평가를 활용하여 ‘실적 저하자 하위 5%를 계약해지 할 수 있다’는 규정이다. 그러나 법원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이 없다. 다만, 3년 계약직의 실적평가를 3년을 종합하는 것을 보고 유리한 변경이라고 판시했다.

회사에서 관행상 하위 5%로를 계약해지해 왔다고 주장했으나, 실질적으로 실적부진으로 해고된 사례는 없고, 자연감소분이 있었을 뿐이다. 적어도 계약해지 사유를 규정에 명시한 것은 명백한 불이익 변경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고려하지 않은 것은 동의할 수 없고, 취업규칙에 유불리 규정이 혼재되어 있다면 이는 불이익 변경으로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판례는 이를 유리한 변경으로 판단해 의견청취로 족하다고 했다.

근로기준법 제94조는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동의를 얻지 못한 경우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을 무효로 하고 있다. 취업규칙이 사용자에 의해 일방적으로 제개정돼 적용되는 규정인 만큼 최소한의 유효요건을 법에 명시한 것이다. 명백히 실적 하위 5%에 대해 재계약 해지를 명시한 것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이기 때문에 해당 당사자들의 집단적 동의를 받아야 하고 동의를 받지 못한 계약직 관리지침 변경은 무효이어야 한다.

비전임 사무국장에 대한 해고는 부당노동행위라는 주장에 대해

당시 회사와 노조는 비정규직법 시행을 앞두고 무기계약 전환을 논의 중에 있었다. 노조의 교섭실무는 주로 사무국장이 진행했다. 비정규직에 있어서 고용안정은 정규직화 문제와 연결된다. 당시 비정규법이 제개정되고 07.7.1.부터 시행을 앞두고 있었고, 노동조합은 조합원 전체에 대한 정규직화를 강하게 요구했지만, 사용자는 2년 이상자만 무기계약화하고, 2년 미만자에 대해서는 기간제를 유지하는 방안을 교섭에서 제시했다.
당시 조합원들 중에는 2년 이상 근무자와 그 이하자가 혼재돼 있었다. 노조는 사측안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었고, 교섭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었다. 당시 실무교섭 당사자가 사무국장이었기 때문에 교섭내용이 궁금한 조합원들의 전화로 사무국장은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 사무국장의 잦은 교섭참가와 조합원들의 전화로 인해 업무에 지장을 받고, 사무국장의 실적저하로 지점의 실적이 떨어지자, 지점장은 사무국장을 업무차원에서 괴롭히기 시작했다. 악성채권을 배당하기 시작했고, 사무국장이 평소 맡고 있던 채권추심업무도 다른 직원들에게 맡기는 등의 사업장 차원에서 업무적으로 불이익 처우가 지속되고 있었다.

◇사무국장의 노조 활동을 이유로 한 부당노동행위=노조 사무국장에 대한 악의적인 업무 괴롭힘이 있었음에도 입증의 어려움으로 인해 판결에서는 전혀 인용되지 않았다. 또한 노동조합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지배개입 주장에 대해서도 불이익을 주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에서이다.

◇사무국장에 대한 전임 불인정 부분에 대해=2004년도에 노조가 처음 설립됐을 때, 노조는 위원장에 대해서만 전임자 인정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사무국장의 노조 활동이 많다는 것을 인지한 2005년도부터는 임단협시에 빼놓지 않고, 사무국장도 노조 전임자로 인정해 줄 것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회사는 이에 대해 매번 불가를 선언했다.

그럼에도 판결은 ‘이 사건 노동조합은 사무국장이 근무시간 중에 노동조합 활동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면 참가인에게 편의제공을 요청하였어야 함에도 이 사건 노동조합은 2004년 단체교섭에서 노조위원장에 대하여만 업무량 조절을 통한 편의제공을 요청하였을 뿐 사무국장에 대한 편의제공을 요구하지는 아니한 점, 원고가 이 사건 노동조합 사무국장으로 활동한 사정을 피고가 재계약 체결거부 당시 고려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노동조합활동은 근무시간 이외에 행하여야 함이 원칙이고, 사용자인 피고보조참가인이 원고를 노동조합활동 전임자로 인정하거나 업무량 조절 등의 편의를 제공할 의무가 없음은 원고가 자인하고 있는 바이며, 원고가 노동조합의 간부로서 노동조합 활동 때문에 업무수행에 지장이 있었다면 그 당시에 노동조합이 피고보조참가인과 사이에 협의하여 필요한 조치가 이루어 졌어야 하는데도 이와 관련한 협의나 조치가 없다가 이 사건 근무성적 평가결과에 의하여 원고의 재계약이 이루어지지 아니하자 노조간부로 활동한 사정을 고려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위 평가결과에 따른 재계약 체결거부가 부당하다고 다투고 있는 것에 불과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했다.

이 판결은 노조가 반드시 눈여겨 보아야할 것 같다. 노조 활동에서 전임자가 필수적이라면 사전에 전임을 요구해야 했었다는 것이 4심판결동안 모든 기간의 일관된 입장이다.
판결문에서 각급 판정기관은 민법 제 2조의 신의성실의 원칙에 근거해 판단했지만 노사관계에서 노동자들의 종속성과 힘없는 노동조합의 불평등 교섭을 감안한다면 그러한 주장이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2005년부터 계속된 노동조합의 전임자 요구는 노동조합 사무국장이 현업과 노동조합 활동을 병행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실질적으로 반영하는 부분이고, 그러한 점을 사측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론

우선 이 판결을 반면교사 삼아 노조 전임자는 반드시 사전적으로 회사에 요청하고, 합의해야 할 것이다. 판결에서처럼 노조 전임이 합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노조 간부가 전임과 같은 활동을 한다면 회사로부터 해고당할 수밖에 없지 않는가? 기초합의서에서라도 교섭시 전임자를 따 내는 것이 핵심적임을 잊지 말자.

두 번째, 인사고과나 그 결과 활용에 대한 지침이 취업규칙인지 여부에 관한 것이다. 최근 상시적 구조조정 제도의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 인사고과 지침을 통한 실적부진자에 대한 후진 배치, TFT 배치, 교육배치 등이다.
어떤 회사는 실적부진자에 대해서 6개월에 목표를 달성 못하거나 개선의 여지가 없으면 대기발령을 내고, 대기발령 후 6개월이내에 발령이 없으면 자동퇴사 되는 것으로 하는 규정이 제개정되고 있다. 그러나 앞서 본 사건의 지노위 판정에서 보듯이 현재 노동부 행정해석은 취업규칙을 제한적으로 해석하여 인사고과나 근무평정의 내용은 취업규칙으로 보지 않아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제정, 변경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이 판례는 해고를 포함한 근로조건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면 취업규칙이라고 판단한 것으로서 의미가 있다. 현행법상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은 과반수 이상으로 조직된 노조가 있을 경우 그 노동조합의 대표, 그렇지 않을 경우 과반수 이상의 집단적 동의방식에 의한 동의를 얻어야만 유효하기 때문에 사용자는 반드시 동의절차를 거쳐야 할 것이다. 사실상 과반수의 동의는 노조가 없는 상황에서는 무력화된다. 노조가 없는 조직은 하루 빨리 과반수 이상을 점한 노조를 설립해 이러한 불이익 변경에 대응하여야 한다.

세 번째, 법원에서 계약직 관리지침을 취업규칙을 인정한 것은 환영하지만 유리한 변경이라고 본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 사용자는 실적 부진자 하위 5%를 해고할 수 있다고 처음으로 관리지침에 명시한 것이기 때문이다. 3년 기간제에 대하여 평가 제도를 만든 것이 유리한 변경이라 하더라도 그 전체에 불리한 규정이 섞여 있다면 불리한 변경으로 보아야 한다.

네 번째, 부당노동행위 제도의 입증책임 문제는 전환돼야 한다. 노동조합및노동관계법상에 특별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대법원은 민법에 따라 자신의 권리를 주장자가 입증책임을 지도록 했다. 그러나 노조의 조직이 헌법상의 권리이고, 노동조합 조직률이 10%에 불과한 것은 사용자들의 노조 회피성향을 반영하고 있는 점, 노동자들의 노조 설립이 부당노동행위로 인해 어려운 점, 부당노동행위의 인용률이 10%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입증책임을 입법적으로 전환하여 사용자에게 책임지도록 하는 것이 시급하다 할 것이다.


<2009년 5월12일>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