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항공회사 객실남자승무원1)인 이 사건 근로자들은 2000년 6월께 객실노동조합추진위원회(이하 노추위)를 결성했다. 노추위 결성 이후 신규 노조를 설립하는 대신 기존 노조에 편입돼 노추위 시절 모금한 후원금을 노추위 위원장 해고로 생계비지급 등에 사용한 것과 관련해 조합원간 다툼이 발생해 고소 및 민사소송2)이 제기됐다.
이에 사용자는 취업규칙 규정 중 ‘회사의 허가 없이 직원 상대로 금품모집을 하는 경우’, 징계사유인 ‘형사소송의 원인이 되는 위법행위를 한 자’ 등을 징계사유로 이들을 징계처분3)했다.
이 사건 징계해고의 판정 및 판결은 다음과 같이 전개됐다.
지방노동위원회 초심판정은 파면된 4명 중 2명은 징계양정 과다를 이유로 부당해고로 인정했고, 이외 3명에 대해서는 기각했다.4) 기각된 파면 근로자 2명은 이후 중앙노동위원회 기각5), 서울행정법원 패소6), 서울고등법원 항소기각7)됐다. 그러나 대법원은 노조 내부의 문제라 하더라도 징계사유에 해당하지만,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원고들에게 책임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워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한 것”이라며 원심판결 중 부당해고에 관한 재심판정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하도록 결정했다.(2009.04.09, 대법 2008두22211)

징계사유의 범주와 정당성 판단기준8)

우리 판례는 근로자의 상벌 등에 관한 인사권은 사용자의 고유권한으로 그 범위에 속하는 징계권 역시 기업운영 또는 노동계약의 본질상 당연히 사용자에게 인정되는 권한이며9), “일반적으로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징계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사업활동을 원활하게 수행하는데 필요한 범위 내에서 규율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데에 그 근거가 있으므로 근로자의 사생활에서의 비행은 사업활동에 직접 관련이 있거나 기업의 사회적 평가를 훼손할 염려가 있는 것에 한하여 정당한 징계사유가 될 수 있다고 할 것이고, 여기서 기업의 사회적 평가를 훼손할 염려가 있다고 하기 위하여는 반드시 구체적인 업무저해의 결과가 거래상의 불이익이 발생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당해 행위의 성질과 정상, 기업의 목적과 경영방침, 사업의 종류와 규모 및 그 근로자의 기업에 있어서의 지위와 담당업무 등 제반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비위행위가 기업의 사회적 평가에 미친 악영향이 상당히 중대하다고 객관적으로 평가될 수 있어야 한다”10) 하고 있다.
또 “근로자의 어떤 비위행위가 징계사유로 되어 있느냐 여부는 구체적인 자료들을 통하여 징계위원회 등에서 그것을 징계사유로 삼았는가 여부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하는 것이지 반드시 징계결의서나 징계처분서에 기재된 취업규칙이나 징계규정 소정의 징계근거 사유만으로 징계사유가 한정되는 것은 아닐 뿐만 아니라, 징계처분에서 징계사유로 삼지 아니한 비위행위라고 하더라도 징계종류 선택의 자료로서 피징계자의 평소의 소행과 근무성적, 당해 징계처분 사유 전후에 저지른 비위행위 사실 등은 징계양정에 있어서의 참작자료로 삼을 수 있는 것이다”고 한다.11)

즉, 기업 질서는 기업의 존립과 사업의 원활한 운영을 위하여 필요 불가결한 것이고, 따라서 사용자는 이러한 기업질서를 확립하고 유지하는데 필요하고도 합리적인 것으로 인정되는 한 근로자의 기업질서 위반행위에 대하여 징계행사권을 인정하고 있다.
다만 징계사유에 있어 근로기준법 등의 관련법령에 반하지 않아야 하고, 단체협약이 존재하는 사업장의 경우에는 단체협약에서 ‘단체협약에 정한 사유 외의 사유로는 근로자를 징계할 수 없다’고 규정하는 등 근로자를 징계함에 있어서 그 사유를 단체협약에 의하도록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거나, 동일한 징계사유나 징계절차에 관해 단체협약상의 규정과 취업규칙 등의 규정이 상호 저촉되는 경우와 사용자가 근로자를 징계함에 있어서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징계사유와는 달리 실질적으로는 근로자와 정당한 노조활동을 이유로 징계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 있어서는 그 징계는 부당노동행위라고 하여 사용자의 정당한 징계행사권한이 제한된다.12)

대상판결의 징계사유 판단에 대한 고찰

기업의 존립과 사업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필요 불가결한 것으로 사용자의 징계행사권은 존중돼야 한다. 그러나 대상 판결과 같이 노조 내부 문제로 인한 사유를 징계사유로 할 수 있는가 문제는 단순한 징계사유에 해당하느냐 문제도 있지만, 사용자의 노동3권 제약을 하기 위해 행하는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판단문제13)에 끼치는 영향이 상당하므로 징계사유 문제는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

대상판결에서 대법원은 “이 사건 후원금에 관한 문제가 노추위 내부의 문제라 하더라도 그 때문에 참가인 직원들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여 참가인에게 손실이 초래된다면, 참가인의 취업규칙 제5.0.3조 제2항의 징계사유인 ‘서약서 또는 회사의 제규정에 위반하거나 직무에 배치되는 행위를 한 경우’ 및 제3항의 징계사유인 ‘고의 또는 과실로 업무상의 장해 또는 분쟁을 야기시키거나 회사발전을 저해할 원인을 조장하여 회사에 손실을 초래하는 경우”에 해당하고, “원고들이 이 사건 후원금을 투명하게 관리하지 못하고 객실노동조합 설립을 위하여 사용되어야 할 이 사건 후원금 대부분을 노추위 활동과 관련 없이 파면된 소외인의 생계비 등으로 지급함으로써 형사고소 및 민사소송이 제기될 정도로 객실승무원들 사이에 심각한 분쟁을 야기시킨 것은 참가인 취업규칙 제5.0.3조 제2항 및 제3항 소정의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고 한 원심이 징계사유의 정당성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어 상고 이유가 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 근로자들의 행위는 노조 내부문제로 노조 설립준비단계에 이루어진 것이며, 노동조합 운영 과정에는 수시로 노조 내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이 표출되며, 추후라도 자체적으로 해결되어질 수 있는 것으로, 후원금 사용내역과 관련한 일련의 다툼은 실질적으로 노조 내부 관리통제의 국한된 문제로 볼 수 있을 뿐이다. 노조 내에 해당 비위행위가 있더라도 조사된 비위내역을 가지고, 노동조합 내에서 규약과 총회 등의 절차에 따라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사안으로 생각된다.

또한 노동조합 내부 문제로 인해 비위행위가 회사 업무와 관련되지 않은 사생활의 비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어, ‘사생활의 비위가 기업질서에 미친 영향이 상당히 중대하고 객관적으로 평가되어지는 경우 징계사유로 할수 있다’는 판례 기준14)에 비추어도 이사건 근로자들이 구체적·직접적으로 회사에 업무저해의 결과를 야기했다고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회사에 미친 악영향이 상당히 중대하거나 객관적이라고 평가되기도 어려운 부분이다.15)

노사현실 문제로 돌아와 보더라도, 사용자의 징계행사권한이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징계사유와 달리 노동3권 제약을 위한 목적으로 행사되더라도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되기 어려운 현실이다. 실제 사용자가 노조를 지배개입 할 요량으로 노(勞)-노(勞) 갈등을 고의적으로 유도해 노노간 각종 분쟁을 야기시키고 있는 노사현실을 감안하면, 노조 내 문제를 곧바로 사용자의 징계권한범주로 편입시키는 것은 사용자의 교묘한 부당노동행위에 또 하나의 법적 면죄부를 줄 뿐이다.


각주)
1)이사건 근로자들은 항공기 객실남자승무원으로 청원경찰 신분이다.
2)징계처분 당시 제기된 각종 소송의 결과는 이사건 근로자들의 무죄판결을 받거나 승소하여 그 판결이 확정되었다.
3)동일한 사유로 해고 및 징계된 자는 총 5명으로, 처분 내용은 4명 파면, 1명 감봉3개월 징계처분이다. 이중 파면 2명은 지방노동위원회의 판정에서 부당징계로 판정되었다.
4)서울지방노동위원회 2005부해1261
5)중앙노동위원회 2006부해419
6)서울행정법원 2007구합764
7)서울고등법원 2008누5331
8)이번 리뷰에는 노동조합 내부문제 관련하여 징계사유의 범주와 정당성 판단기준을 다루기로 하고, 징계양정상의 문제는 판례 원문 참조.
9)대법원 1994.9.30. 선고 94다21337 판결
10)대법원 2001.12.14 선고, 2000두3689 판결 참조
11)대법원 1997. 2. 14. 선고 96누4244 판결, 1997. 12. 9. 선고 97누9161 판결, 1998. 5. 22. 선고 98다2365 판결 등 참조
12)대법원 1994.6.14 선고 93다26151 판결, 1997.6.13 선고 97다13627 판결 등 참조.
13)법적 판단문제도 있겠지만, 근로자의 비위행위가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경우 그 징계처분이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되기는 힘든 현실이다.
14)대법원 2001. 12.14. 선고 대법 2000두3689 참조.
15)이사건 징계는 이사건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각종 소송들이 제기되기는 했으나, 확정되기 이전에 행하여진 징계처분이다. 소송 결과도 모두 무죄판결이거나 승소한 사례이다.

<2009년 5월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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