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군 단위 노조가 광역시도지사에게 교섭을 요구할 수 있을까? 서울행정법원은 그렇다고 답했다.
공무원노동조합 전남연맹은 전남도 내 6개 시군 단위 노조와 전남도청 공무원노동조합(도청노조) 등 7개 단위 노조로 구성된 연합단체다. 전남연맹은 도청노조의 위임을 받지 않고 2008년 3월 전라남도를 상대로 교섭요구를 한다.
그러나 이미 도청노조가 2월에 별도로 전라남도에 교섭을 요구해 도에서 도청 게시판에 교섭에 참여할 노조는 7일 안에 참여하라고 공고한 기간이 지난 뒤였다.
전라남도가 교섭공고기간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전남연맹의 교섭 요구를 거부한 것에 대해 전남지방노동위원회는 교섭거부에 해당하는 부당노동행위라고 판단했다. 반면 중앙노동위원회는 전남연맹이 ‘단체교섭권을 위임한 단위 노조’의 사용자, 즉 6개 시군에만 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면서 노조의 자격 없음을 이유로 초심 판정을 취소했다.
행정안전부가 시군의 6급 담당들도 가입금지대상이라고 주장해서 현장에서 가뜩이나 탈퇴 압박을 받고 있고, 어렵게 보장받은 조합활동은 불법관행 해소 차원에서 근무시간 외에 하라고 하는 등 공무원노조법하에서 뭐 하나 제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 아무리 악법이라지만, 그나마 교섭은 되겠지 하면서 광역과 기초지자체간 인사교류가 매번 문제가 됐으니 도지사에게 가서 따져야겠다고 교섭을 요구했는데, 그것도 안 된단다.
결국 사건은 행정소송까지 가게 됐고 2009년 3월 서울행정법원은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이 사건의 쟁점은 2가지였다. 시군 단위 노조가 광역지자체에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가, 도와 시군간 인사교류 관련 요구가 교섭대상에 해당하는가 하는 것이다.

시군 단위 노조가 광역시도지사에게 교섭을 요구할 수 있나?

공무원노조법 제8조 (교섭 및 체결권한 등) ①노동조합의 대표자는 그 노동조합에 관한 사항 또는 조합원의 보수·복지 그 밖의 근무조건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중략> … 특별시장·광역시장·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자치구의 구청장을 말한다) 또는 특별시·광역시·도의 교육감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이하 "정부교섭대표"라 한다)와 각각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가진다. 다만, 법령 등에 의하여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그 권한으로 행하는 정책결정에 관한 사항, 임용권의 행사 등 그 기관의 관리·운영에 관한 사항으로서 근무조건과 직접 관련되지 아니하는 사항은 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다.
②정부교섭대표는 법령 등에 의하여 스스로 관리하거나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항에 대하여 노동조합의 교섭요구가 있는 때에는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이에 응하여야 한다.

공무원노조법 안에서 교섭과 관련한 조항을 다시 살펴보자.
행정법원은 공무원노조법이 A노조는 ‘갑’ 기관에, B노조는 ‘을’ 기관에만 요구하라고 한정하지 않았고 “정부교섭대표”를 별도로 규정해 그것이 “사용자”의 개념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고 하면서, 전라남도가 도청 소속 공무원노동조합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전남연맹과 관련되거나 전남연맹 소속 공무원노조 조합원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범위 내에서는 전남연맹과 교섭할 의무가 있는 정부교섭대표라고 판단했다.
광역시도와 시군은 지방자치법상 관할 사무가 구분되며 각각 독립된 법인이기 때문에 조합원이 소속된 기관에만 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는 중노위의 판단은 ‘(공무원)노조법상 교섭대상’과 ‘기관의 관할 사무’를 구분하지 못한 오류에 기인한 것이라고 본다. 공무원노조법 제8조 제2항의 “법령 등에 의하여 스스로 관리하거나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항”의 해석은 지방자치법 상의 규정만으로 국한시켜서는 안 된다.

도와 시군간 인사교류 관련 요구, 교섭대상 해당하나?

한편 노조법에는 단체교섭 대상이 명시돼 있지 않다. 단체교섭권 보장 취지에 따라 당연한 것이다. 학계에서는 사용자가 꼭 교섭해야 하는 대상(의무교섭대상)을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사항’과 ‘근로조건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기타 노동관계에 관한 사항’이라고 보고 있다. 공무원노조법도 무엇이 단체교섭 대상이 되는지는 규정하고 있지 않다. 다만 공무원노조법 제8조 제1항에서 ‘행정기관의 관리·운영에 관한 사항 중 근무조건과 직접 관련되는 사항이 아니라면 교섭대상이 될 수 없다’는 단서가 있을 뿐이다. 결국 구체적인 교섭대상 여부는 요구안이 근무조건과 직접 관련성이 있는지, 그 해석에 맡겨져 있는 것이다.

본 사건에서 전남연맹은 ‘도와 시군간 불평등한 1:1 인사교류를 전면 중단하고 동에서 시군으로 전출된 공무원을 전원 도에 복귀하도록 할 것’을 요구했다. 시군 인사적체의 주범인 광역시도의 낙하산 인사를 중단하고 내려온 낙하산을 모두 올려 보내라는 요구다. 도 산하에 있는 인사교류협의회가 인사교류 기준을 정하면 그 기준에 따라 도지사가 인사교류안을 작성해 시장이나 군수에게 인사교류를 권고한다. 혹시나 권고를 따르지 않을까봐,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권고대로 해야 한다고 법에 정해놓았다. 그러니 광역시도에서 5급으로 승진하면 시군으로 가서 5급 정원을 잡아먹으며 몇 년 경험을 쌓고 다시 광역시도로 간다. 형님이 자기 집 48평이 비좁다면서 24평 동생 집 안방을 쓰는 격이다. 행정법원은 인사교류 관련 사항이 임용권의 행사에 해당하나 전남연맹 조합원의 근무조건과 직접 관련이 있는 것으로서 요구안의 내용이 인사교류의 기준과 절차를 정하자고 하는 것이지 임용권 자체를 제한하자고 하는 것이 아니고, 인사교류협의회가 전남도지사 소속 하에 설치돼 있으니 도지사의 관리·결정 권한 범위 내에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인사교류 요구안이 의무교섭대상이라고 했다. 따라서 전남도지사가 ‘스스로 관리하거나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항’이자 ‘의무교섭대상’을 포함한 전남연맹의 교섭 요구를 거부할 수 없다. 더 나아가 행정법원은 교섭창구 단일화와 관련한 정리도 잊지 않는다.

공무원 노사 교섭은 결국 ‘투쟁’?

처음으로 돌아가서 전라남도는 어찌 됐든 ‘도청노조의 교섭 요구를 받아 이미 공고를 했고 교섭요구기간에 참여하지 않은 노조의 교섭 요구는 거부할 수 있다는 공무원노조법 시행령 제7조 제4항이 있으니, 잘못은 없다’고 주장했다.

위 조항에 대해 행정법원은, ‘정부교섭대표가 교섭에 참여한 노조들에게 교섭창구 단일화를 요청할 수 있으려면 그 교섭에 참여하는 관련된 노조(B)가 처음에 교섭을 요구한 노조(A)와 교섭창구를 단일화 할 만큼 교섭대상이 같아야 한다’고 해석했다.
즉, 도청 소속 공무원 관련 사항만 요구한 도청노조와 전라남도와 산하 시군 전체 공무원에게 미치는 사항을 요구한 전남연맹은 교섭대상의 수준과 내용이 다른 노조이므로 교섭창구 단일화 대상이 되는 ‘관련된 노동조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전라남도는 별도로 교섭에 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행정안전부도 2006년 대정부 교섭과 행정부 단위 교섭을 별개로 진행한 바 있다. 그러나 경기도는 교섭노조 공고기간에 교섭을 요구한 전국공무원노조 경기본부에게 별도로 교섭을 진행하자는 게 아니라 ‘다시 문을 열고 나갔다가 들어와 보라’고 하고, 인천광역시는 인천광역시노조와 별도로 교섭을 요구한 동 노조 인천본부에게 ‘광역시 소속 노조와 교섭 좀 하게 끼어들지 마라’고 한다.
법원에서 아무리 인사교류 사항이 교섭대상이라고 해도 노동부가 ‘공무원 단체협약 검토결과 통보’ 공문에서 ‘기관의 관리운영사항이 원칙적으로 비교섭대상’이라고 했다면서 잠정합의안까지 도출해놓고도 전남연맹 사건 결과를 지켜보자면서 협약 서명을 거부하는 기관이 있다. 판결이 어찌 나오든 입장의 변화가 없는 기관을 보며, 교섭은 투쟁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2009년 6월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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