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7월 비정규직법이 전면 시행된 뒤 지방자치단체의 인원은 정규직인 공무원을 제외하면 민간인인 무기계약근로자와 기간제근로자로 구성된다. 해당 지자체가 관련 관리 규정1)을 제정하면서 과거의 정원외상근인력 관리규정을 폐지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정원은 공무원을 말하고, 상근인력이라 함은 연간 300일 이상 사역하는 일용인부(상용직) 등을 말하며 고용이 비교적 안정적이고 지금의 무기계약근로자에 해당한다. 비상근인력(또는 일시사역인부)은 일시적 필요에 의해 연간 300일 미만으로 고용되는 자를 말하고 지금의 기간제근로자에 해당한다.

지자체 비정규직 편법사용 백태

지방자치단체의 비상근인력 운영 과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ⅰ) 초기 지방자치단체는 행정사무 등을 위해 상용직으로 인력을 운영.
ⅱ) 2000년도 하반기 행정자치부(지금의 행정안전부) ‘비정규인력 상용직 감축계획’이후 위 상용직 인력을 일방적으로 일시사역인부로 전환해 운영.
ⅲ) 2003년도 행정자치부가 ‘지방자치단체 예산 편성 기본 지침’ 및 ‘지방자치단체 비정규상근인력관리지침’을 하달, 행정사무보조원 등 비정규직 상용근로자를 1년에 300일 이상 상시 고용하는 등 편법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함.
ⅳ) 이에 지자체는 일시사역인부의 노임을 연간 280일 또는 150일 등으로 한정한 예산을 편성하해 인력을 운영.

이후 2007년 상반기 정부는 비정규직 해소에 선두를 자처하며 행정자치부(지금의 행정안전부)를 통해 각 지자체에 ‘기간제근로자의 무기계약 전환계획’을 하달했다. ‘상시·지속적인 업무에 종사해 근속기간이 2007년 5월31일 현재 2년 이상인 자’에 대해 무기계약 전환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각 지자체의 희비가 엇갈렸다. 제주도는 전체 비정규직 근로자 1천342명 중 총 838명을, 충남교육청의 경우에도 비정규직 근로자 4천156명중 2천580명에 대해 무기계약으로 전환했고 이후 2차 대책을 시행해 무기계약 전환을 하겠다고 했다. 반면 인천시는 겨우 26명에 대해 무기계약 전환 계획을 세웠다. 한편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기준 등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에는 청소·경비 등 단순노무와 관련된 사무를 제외하고는 1인의 연간 사무량이 300일(현재 250일로 개정 됨) 이상인 사무에 비상근인력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를 근거로 지자체도 관련 관리규정을 각각 제정했다.
여기서 문제는 비상근인력을 300일 이상 사무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이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의 지자체는 비상근인력 운영에 있어서 편법적으로 이용을 해왔다. 정부도 2006년 8월2일 공공부분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통해 대부분의 지자체가 비정규직 인력 운영에 있어 위법·탈법적2)으로 사용하고 있음을 시인한 바 있다.

특히 인천시 ○○구청은 길게는 14년 이상을 동일한 인원에 대해 비상근인력을 사용하는 등 이들의 인력운영 형태는 다양했다. ①담당 부서 서무가 본인의 도장을 소지하면서 근로계약서를 일방적으로 작성한 사례 ②입사 후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다가 2년 전부터 일방적으로 3개월 단위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사례 ③노동부에서 감사 나온다며 갑자기 3회분의 근로계약서를 한꺼번에 작성한 사례가 있는 가하면, 이들의 인건비 예산 운영도 해당 부서 비용(재료비 등 간접 비용)으로 처리한 사례도 있었다. 즉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인건비는 부서의 간접 비용 등에 불과했다. △△구청의 경우에는 정부의 인력 운영방침에 맞추려고 매년 근로계약 단절 기간을 뒀다. 이러한 이유는 지자체가 비정규직법 시행을 앞두고 이들의 무기계약 전환을 막으려는 데 있었다.

비상근인력의 저임금·비인격적 처우 문제를 차지하더라도 수년 동안 이들이 해온 행정사무 업무가 상시·지속적 업무가 아니라는 지자체의 주장은 억측에 불과하다. 그 외 지자체가 비상근인력의 무기계약근로자 전환을 주저하는 이유는 정부의 정원 유지(또는 감소) 등을 골자로 하는 총액인건비 제도 등에 원인이 있다고 보이지만 논외로 하겠다.

결과적으로 정부의 인력운영 방침은 오히려 지자체의 위법·탈법적 인력 운영을 부추겼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더욱이 공공부문에서 실업자와 합법적인 비정규직 인력을 양산한 결과는 정부의 비정규직 보호 정책을 무색케 했다.

지자체 비정규직, 상시적·지속적 업무라면 근로계약 갱신 거절할 이유 없어

돌아와 대상 판결 근로자의 근로계약 체결경위는 다음 <표>와 같다. 해당 구청은 위 정원외상근인력 규정 준수를 위해 근로계약기간을 1년에 300일 미만으로 해 4년간 총 9회의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또한 매년 1∼3개월 정도의 근로계약 단절 기간을 뒀고 근로계약서에 ‘계약기간 만료와 동시 자동고용해제’를 기재했다. 심지어 2007년 근로계약서 담당업무란에는 ‘육아휴직 대체인력’이라는 문구를 기재했다(육아휴직 대체인력은 무기계약 전환 예외 사유에 해당한다.).

위 근로자는 근로계약 기간이 2007년 9월30일 종료된 뒤 구청으로부터 근로관계 종료를 통보받았고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다.
인천지방노동위원회는 근로계약기간이 만료함에 따라 근로자로서의 신분관계는 당연히 종료되는 것이므로 근로자의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기각하는 취지의 결정을 했다. 반면 중앙노동위원회는 근로자의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합리적인 기대권을 인정해 초심 지노위의 판정을 취소했다.

일반적으로 판례가 원칙적으로 근로계약기간의 만료로 인한 근로계약관계 종료는 당연하다는 입장이지만 ①장기간에 걸쳐서 그 기간의 갱신이 반복돼 그 정한 기간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게 된 경우(대법 93다17843, 2003두9336) ②근로자가 소정의 절차에 따라 재임용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대법 2002두 8640) ③사용자의 합리적인 갱신거절의 사유(해고사유보다 다소 넓게 인정)가 없는 경우(서울행법 2006 구합 22088 판결) 등이 인정되는 경우 갱신계약의 체결을 거절하는 것은 해고와 마찬가지로 무효로 보고 있다.

한편 근로계약기간이 단절이 있는 경우 예컨대 ‘대학입시학원 종합반 강사가 11월 대학수학능력시험일 이후 다음 해 2월 중순까지의 기간은 강의 외 부수업무 수행과 다음 연도 강의를 위한 재충전과 강의능력 제고를 위한 연구를 위한 기간으로서 그 기간 중에도 사용자와 근로관계는 계속됐다고 보기에 충분하다(대법 2004다29736)’거나 또는 ‘갱신 또는 반복 체결된 계약 사이에 공백기간이 있다 하더라도 그 기간이 근로관계가 단절됐다고 볼 수 없을 정도이거나 당사자 사이에 대기기간 또는 재충전을 위한 휴식기간으로 인식됐던 것에 불과해 근로자의 상근성·계속성·종속성은 그 기간 중에도 인정된다고 보는 경우(대구지법 2004나 5882)’ 외에는 좀처럼 근로계약기간의 계속성을 인정받기 어려웠다.

비정규직법 개정, 누구를 위한 것인가
그러나 대상 판결이 근로계약에서 정한 기간은 갱신에 의해 연장이 허용되는 갱신기간이라고 하면서, 위의 <표> 근무기간에서와 같이 해당 근로자가 매년 1∼3개월의 공백기간이 있었으나 이는 단지 예산상의 이유에 불과하고 이 근로자의 업무가 상시적·지속적으로 필요한 업무인 점, 2007년도 근로계약서상 육아휴직 대체인력으로 근무한 것으로 돼 있으나 종전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한 점 등을 이유로 갱신거절의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 판단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이러한 입장은 과거 행정자치부 지침에 의해 수원시가 일시사역인부에 대해 근로계약기간 종료를 이유로 해고 한 사건(대법 2007두5011)과 유사하다. 정부가 매 시기마다 지침과 대책을 내놓았지만 결과적으로 지자체들은 비정규직을 편법적으로 운영하거나 일방적으로 근로계약 해지를 해왔다.

최근 정부가 비정규직의 고용기간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비정규직 법을 개정하려 한다. 이 법 개정에 맞춰 정부는 또 다른 비정규직 고용안전 대책을 만들고 특별법을 제정하려 하고 있다. 그 결과가 어떠할지는 예측이 가능하다. 지금의 정부 정책이 과거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단순히 임금을 삭감하고 노동시간을 연장했던 정책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


<2009년 4월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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