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26 오후 2시, 취재진들이 헌법재판소에서는 대심판정의 곳곳을 스케치하고 있다. 살펴보니 이날은 정운찬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쇠고기 고시에 대한 위헌 여부 결정이 있는 날이었다. 굳은 표정의 재판관들과 방청객을 찍던 카메라가 나가고 나서야 선고가 시작됐다.
이날 공무원노조법에 대한 헌법소원 신청사건 5건도 다뤄졌다. 전국공무원노조와 공무원노총이 각각 제기한 건과 노동부 근로감독관 및 조사관, 그리고 소방직 공무원이 청구한 건 등이다. 공무원노조법이 헌법 제32조 제2항의 “공무원인 근로자는 법률이 정하는 자에 한하여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에 위배돼 공무원의 노동기본권을 침해한다는 헌법소원에 대해 헌재는 현행 공무원노조법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선고했다.
아래에서는 공무원노조가 제기한 헌법소원에 대한 헌재 결정을 곱씹어보면서, 최근 행정안전부와 노동부의 태도에 비춰 공무원 노동기본권 보장의 현 주소를 점검하고자 한다.

가입범위의 제한은 괜찮다?

헌재는 헌법 제32조 제2항은 일정한 범위의 공무원에 한해 노동기본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하면서 그 ‘일정한 범위의 공무원’에 대해 법률에 정하도록 한 것은 공무원이 특별권력관계에 있으면서 공무원의 특수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헌재는 공무원노조법이 6급 이하 공무원만 가입할 수 있되, 6급 이하 중에서도 ‘업무 총괄자’ 등은 ‘항상 사용자의 이익을 대표하는 자’의 입장에 있고 이들이 노조에 가입할 경우 지배·개입이 우려되기 때문에 제외한 것으로 입법자의 법령 만들기 재량권에 벗어나는 게 아니라고 보았다.

지방자치단체의 6급 팀장은 대개 자기 고유 업무와 총괄 업무를 병행하기에 총괄 업무 비중이 어느 정도 돼야 노조에 가입할 수 있는 것인지 기관과 노조 모두 헷갈려 한다. 이 사안에 대해 행정안전부가 친절하게도 노조 가입범위는 기관장이 판단하고 가입금지대상자는 탈퇴 지시도 할 수 있다고 지침을 내렸다. 공무원은 법을 어기면 안 되니깐 공무원노조법도 어기면 안 되고, 그러니 기관에서 징계를 주기 전에 해당자에게 얼른 노조에서 탈퇴하라고 알려주라고 한다. 규약도 법도 아닌 사용자가 노조 가입범위에 대한 해석권을 가지다니!

헌재는 중앙행정기관의 5급이 실무자로서 담당 업무를 수행하는데도 노조 가입범위를 6급 이하로 일괄 한정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공통적인 법인식 내지 법감정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결정문 해당 문단에는 학계와 여론조사 결과는 나와도 그 법에 따라 노동기본권을 보장받는 공무원 당사자들의 의사는 없다.

앞뒤로 막아놓고 교섭해라?

다시 헌법을 들먹이자면 분명히 제32조 제2항은 노동기본권을 가지는 공무원의 범위에 대해 법률에 정하라고 한 것이지, 노동기본권의 내용까지 제한하라는 말은 아니다.
헌재는 비교섭의제를 설정한 공무원노조법 해당 조항이 기관의 정책결정 및 관리운영사항 일체를 교섭대상에서 제외시킨 것이 아니고 그 중에서도 근무조건과 직접 관련되는 사항에 대해서는 단체교섭을 허용하고 있으므로, 공무원의 단체교섭권을 침해하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어쨌든 교섭을 아예 못하도록 한 게 아니니까 괜찮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노동부는 ‘공무원 단체협약 검토결과 통보’라는 공문을 각 기관에게 보내 기관의 정책결정 및 관리운영사항은 ‘원칙적으로 비교섭사항’이니 교섭하지 말라고 했다.

헌재 결정에 따르면 문제가 되는 조항 단서는 ‘법령 등에 의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그 권한으로 행하는 정책결정에 관한 사항, 임용권의 행사 등 행정기관의 관리·운영에 관한 사항’이면서 동시에 ‘근무조건과 직접 관련되는 사항’이 아닐 경우에는 교섭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노동부는 헌재 결정을 다시 살펴봐야 할 것이다.
한편 공무원의 노동조건 중 법령·예산·조례와 관계 되지 않는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데 공무원노조법은 단협 중 법령·예산·조례 해당사항은 단협으로서 효력을 가지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해당 조항이 합헌이되 법령·조례 또는 예산등과 저촉되는 부분에 한해 단체협약으로서의 효력만 부인할 뿐, 교섭 자체를 할 수 없게 하거나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지는 않고, 정부교섭대표(사용자)는 제한되는 단협 내용이 이행될 수 있도록 성실히 노력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노동부는 위 공문에서 공무원 단협 중 법령·조례·규칙 개정 시 노조와 사전 협의하도록 하는 내용은 허용될 수 없고 법령·조례 등에 반하는 협약 내용은 공무원노조법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협약으로서 가치도 없는 ‘노력한다’라는 내용에 대해서도 그 이행이 사실상 강제화 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단협에 포함시키지 않아야 한다고 한다. 노동부는 헌재 판단을 넘어서서 자의적으로 해당 협약이 법 위반이라고 하면서 시정명령을 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부당노동행위는 시정만?

교원노조법과 다르게 공무원노조법에 따르면 기관장이 교섭을 해태하거나 거부하는 등의 부당노동행위를 해도 그에 대한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 헌재는 기관장이 부당노동행위를 남발할 우려가 현실적으로 크지 않고 오히려 부당노동행위를 다투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행정력이 소모되며, 국민에 대한 봉사라는 행정의 목적달성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음을 감안해 형사처벌 조항의 적용 배제는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광역시·도 교육감의 경우 교원에 대해서는 교원노조법에 따른 사용자, 교원 외 공무원에 대해서는 공무원노조법에 따른 사용자의 지위를 각각 가지고 있다. 헌재가 말하는 형사처벌의 합리성은 시·도 교육감에 대해선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헌법에 보장된 노동기본권 본질 침해해서는 안돼

공무원노조법에 대한 헌재의 합헌 결정은 현재 공무원노사관계를 들여다보면 아쉬운 점이 많다. ‘국민 전체의 봉사자’라는 이유로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공무원인의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헌법상 보장된 노동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결정문 내에서 소방직에 대한 가입제한이 헌법에 위반되고, 교섭대상과 관련하여 명령·규칙은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제정·변경하므로 단협의 효력보다 우선적 효력을 가지기 어렵기에 단협에 따라 개정해야 하며, 업무저해성이 없는 경우에도 공무원의 단체행동권이 금지되는 것이 아니라는 일부 소수의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09년 3월, 국제노동기구(ILO) 집행이사회 ‘결사의 자유 위원회’(353차 보고서)는 헌재 소수 의견과 맥락을 같이해 소방직·교도관 등의 단결권을 보장하고 정책과 경영상의 결정들의 결과가 공무원의 고용조건에 관계될 때 교섭에서 제외돼서는 안 되며 입법 당국에 예산권이 있다고 해서 단체교섭 이행에 장애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고 권고했다. 아직도 갈 길이 멀다.


<2009년 3월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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