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로 올해 임금협상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삼성전자[05930]와 삼성SDI[06400]가 임금협상을 회사측에 전면 위임하는 등 노사갈등 보다는 공생을 위한 노사관계를 택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삼성전자와 삼성SDI의 종업원 대의기구인 노사협의회는 올해 임금협상 교섭을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임금 및 처우와 관련된 제반사항을 회사측에 위임했다고 12일밝혔다.

양사는 올들어 노사가 협상을 통해 조기에 임금협상을 타결한 곳은 있었지만 직원들이 무교섭으로 회사에 위임하기는 자사들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간판기업인 전자 등 두 회사가 종업원 임금문제를 매듭지음으로써 삼성 계열사와 업계의 임금조정 과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삼성 관계자는 "이익배분제(PS) 실시로 임금인상을 둘러싼 소모적인 대결보다경영성과를 극대화해 성과를 공유하는 것이 모두에게 이익이라는 인식이 생긴 것 같다"면서 "특히 올 경제에 대한 위기의식도 반영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LG전자[02610] 노동조합은 지난달 4일 임금 5.9% 인상 등을 내용으로 하는 임금.단체협약을 일찌감치 체결한데 이어 지난달 16일 천안 상록리조트에서 가진 정기 대의원대회에서는 '디지털 리더 도약을 위한 우리의 다짐'이라는 선언문을 채택하고글로벌 경쟁시대에 맞춰 경영에 기여하겠다는 선언을 했다.

노조는 선언문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확고한 수익기반을 갖춰야한다는 데 공감하며 각 사업부별로 도전적 목표를 달성하고 노조가 사업의 파트너수준을 넘어 사업의 리더가 되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한국전기초자[09720]는 지난달 2일 한차례의 노사교섭으로 기본급 5%인상을 포함한 2001년 임금 및 단체협약안을 타결했다고 발표, 4년 연속 한차례 노사교섭으로 임단협을 마무리짓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같이 주요 대기업을 중심으로 동반자적 노사관계를 형성하는 사례가 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전체적인 임금교섭은 그리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어려운 경제사정으로 임금협상이 구조조정문제에 다소 가려져 있는 형국이지만한국노총이 올 임협 가이드라인으로 12% 인상을 제시한데다 민주노총도 그 이상의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여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경총 관계자는 "임협을 사측에 위임하거나 조기 타결되는 사례도 있지만 올해노동계가 제시하는 임금인상률이 높을 것으로 보이는데다 상급단체에 교섭권을 위임하는 사업장이 점차 늘면서 협상이 어려워질 가능성도 많다"고 말했다.

한편 경총이 70개 주요기업 노무담당자를 상대로 조사한 올 인금인상(통상임금)예상치는 ▲4∼6% 수준 40.3% ▲1∼3% 수준 27.5% ▲동결 16.1% ▲7∼10%수준 12.9%등으로 6% 이하가 67.8%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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