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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에서부터 ‘안전 불감증’ 없애야한국노총 26일 ‘산재예방을 위한 안전보건 방송평가위원회’ 발족

한국노총은 26일 ‘산재예방을 위한 안전보건 방송평가위원회’를 발족했다. 백헌기 사무총장이 평가위원들에게 위촉장을 전달하고 있다. 조현미 기자 ⓒ 매일노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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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 17일 방송된 KBS 1TV ‘체험 삶의 현장’. 탤런트 이계인씨가 이집트 문명전 ‘파라오와 미라’ 전시회를 준비하는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아갔다. 이씨가 체험한 일은 벽에 이집트 벽화를 붙이는 작업. 동료 작업자와 함께 비계(높은 곳에서 공사를 할 수 있도록 임시로 설치한 가설물)에 오른 이씨는 상체를 비계 밖으로 내민 채 작업을 했다. 비계가 벽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 힘들어 보였다. 이씨는 안전모와 안전끈은 착용하고 있었지만, 안전화가 아닌 일반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2. 18일 방송된 SBS ‘생활의 달인’. 자전거 배달의 달인으로 소개된 백아무개(42)씨는 360킬로그램(커피 53상자와 차음료 4상자)이나 되는 음료수를 탑처럼 가득 싣고 도로를 달렸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은 그에게로 향한다. 주변 사람은 “저렇게 물건을 많이 싣고 다니는 사람은 처음 본다”고 말한다. 제작진은 달인에게 3미터 높이의 짐을 싣고 ‘S'자 길과 과속 방지턱를 넘는 미션을 부여했다. 음료수 박스 대신 성인 남자 4명을 태우고 달리는 모습이 아슬아슬하다. 하지만 방송에서는 '전도'의 위험성이 강조되지 않았다. 20년이 넘는 경력을 가진 그는 “대리점에서 물건 떼어다 소매점에 빠르게 납품하기 위해 한 번에 빠르게, 많이, 신속하게 배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씨는 물건을 더 많이 쌓기 위해 자전거에 나무막대로 지지대를 만들었다. 하루 12시간 쉴 틈 없이 일한다.

#3. 17일 방송된 SBS ‘일요일이 좋다’의 ‘패밀리가 떴다’. 영화배우 이준기씨와 출연진들이 경남 사천 앞바다에 있는 무인도로 떠났다. 출연진들은 작은 배에 올라 통발을 이용해 물고기를 잡았다. 바다 한가운데서 고기를 잡았지만, 구명조끼를 입은 사람은 없었다.

지난해 노동현장에서 하루 7명의 노동자가 사망하고 250여명이 산업재해를 당했다. 산재를 예방하기 위해 정부는 각종 정책을 수립하고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다. 노동계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0.7%대의 재해율(노동자 100인당 발생하는 재해자수 비율)은 좀처럼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안전보건은 비단 노동현장만의 문제일까.

한국노총 안전보건연구소(본부장 정영숙)는 26일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보건 방송평가위원회’를 발족했다. 산업재해 예방에 대한 국민의 의식을 높이기 위해 무엇보다 방송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문제의식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연구소는 일부 프로그램들이 ‘무의식 중에’ 안전보건에 대한 잘못된 정보나 사례를 보여 주고 있어 산재예방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를 막기 위해 산업안전보건에 대한 왜곡된 정보가 국민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지속적인 감시활동을 전개하기로 했다.

무의식중에 노출되는 안전보건 위반사례

방송 평가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백승렬 인천대 교수(산업경영공학과)는 이날 ‘방송프로그램의 안전보건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시범적으로 국내 방송 3사(MBC·KBS·SBS)의 프로그램을 선정해 산업안전보건 차원에서 왜곡된 사례가 없는지 살펴본 것이다. 시범적으로 선정한 프로그램은 SBS의 ‘패밀리가 떴다’와 ‘생활의 달인’·‘시티홀’, KBS의 ‘1박2일’과 ‘체험 삶의 현장’·‘그저 바라보다가’, MBC의 ‘무한도전’과 ‘신데렐라맨’이다. 방송사별 드라마와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적절하게 선정했다.
백 교수는 “‘KOSHA-CODE'에 따르면 이동식 비계를 이용할 때는 가능한 한 작업장소에 가깝게 설치해야 하는데 체험 삶의 현장에 방영된 것을 보면 수평거리가 60센티미터가량 됐다”고 지적했다. KOSHA-CODE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권고하는 작업환경관리지침이다.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은 채 바닷가에서 고기를 잡는 장면도 지적했다. 백 교수는 “3톤 미만 소형 낚시어선에 오르는 승객은 반드시 구명조끼를 착용해야 한다”며 “위반시 1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생활의 달인에 소개된 ‘달인’의 작업방식도 전도(넘어짐)의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백 교수는 “공중파 방송 3사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을 모니터링해 본 결과 드라마는 사정이 나았지만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경우 위험한 장면이 여과없이 노출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루 10시간 넘게 일해요’, ‘하루 종일 서 있어요’라는 자막과 멘트를 아무렇지 않게 내보내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안전보건 불감증 없애자”

안전보건연구소는 방송 모니터링 사업을 통해 방송 프로그램에서 안전보건 위반사항이 여과없이 노출되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방송프로그램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한다. 모니터링 결과를 심의하기 위해 ‘안전보건 방송평가위원회’도 구성했다. 평가위에는 갈원모 을지대 교수(보건산업안전학)와 김윤철 대한산업보건협회 이사·이백현 대한산업안전협회 안전기술본부장·박영만 변호사(메디컬법률사무소 의연)·안연순 동국대 교수(산업의학과)·원정일 충북과학대 교수(환경생명과학과)·정지연 용인대 교수(산업보건학과)등 외부인사와 정영숙 연구소 본부장·조기홍 국장 등 내부인사를 포함해 16명이 참가한다.
연구소는 앞으로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 중 9개를 선정해 두 달에 한 번씩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방송사에는 시정을 촉구하는 공문을 발송할 계획이다. 토론회를 거쳐 방송 프로그램에 안전보건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제도개선 사업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정지연 교수는 “잘못만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건설현장에서 안전모를 제대로 쓰는 모습, 자동차를 타는 장면에서 안전벨트를 착용하는 모습을 화면에 반영하는 게 필요하다”며 “궁극적으로는 한국노총에서 방송 프로그램 안전보건 위험지수를 만들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백헌기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는 노동자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데도 산업재해의 심각성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그리 높지 않다”며 “안전보건에 대한 국민의 의식을 향상시키기 위해 방송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09년 5월 27일>

조현미 기자  ssal@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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