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소개할 내용은 배치전환 관련 판례다.1) 배치전환은 사용자에 의한 인사이동의 한 형태로, 근로자 또는 노동조합이 이에 동의하지 못하면 다툼으로 이어질 소지가 크다. 근로자 입장에서 볼 때 이러한 인사이동에 의해 근로조건의 중대한 변경이 초래되거나 예측할 수 없는 생활상의 불이익이 발생하기도 한다. 사용자가 노동조합의 활동을 위축시키려는 진의를 가지고 인사이동을 시행키도 한다. 이 때문에 인사이동에 불응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하고, 인사이동을 둘러싼 징계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소개된 판례도 배치전환 문제로 발생한 징계해고사건이다. 사건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원고(근로자)는 노동조합 지부장으로 활동한 뒤 노조 전임자 지위에서 해제되면서 원직복직 문제에 직면했다. 이에 사용자는 직제개편으로 원고의 원직복직이 어렵다며 원고의 전환배치 여부에 대해 노동조합과 논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원직복직을 주장하는 노동조합과 전환배치를 주장하는 사측 간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았다. 이에 회사측은 원고를 생산반으로 전환배치 했고, 원고는 배치전환 철회와 ‘노사합의에 의한 재배치’를 요구하며 사측의 전환배치 명령에 따르지 않았다. 이에 원고는 52일간 업무명령 불이행 및 근무지 무단이탈을 사유로 해고됐다.

이 사건에 대해 법원은 “노조 임원인 원고의 배치전환에 대해 사측이 노조와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원고를 생산반으로 배치전환한 것은 단체협약에 반해 무효”라며 “이와 같이 무효인 배치전환에 불응해 생산반에 출근하지 않은 원고를 무단결근했다고 봐 이를 이유로 징계해고한 것은 정당한 이유가 없으므로 무효라고 봐야 할 것”이라고 판시했다. 사용자 인사명령권의 한계를 인정한 결정이다.

일반적인 배치전환 근거와 한계

근로기준법 제23조[해고 등의 제한] 제1항은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휴직·정직·전직·감봉, 그 밖의 징벌(懲罰)(이하 ‘부당해고등’이라 한다)을 하지 못 한다”고 규정하며,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한계를 설정하고 있다.
또한 대법원은 “근로자에 대한 전직이나 전보 처분은 근로자가 제공해야 할 근로의 종류·내용·장소 등에 변경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처분이 될 수도 있으나 원칙적으로 사용자(인사권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는 상당한 재량을 인정해야 하는 것으로서 이것이 근로기준법 등에 위반되거나 권리 남용에 해당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라고 할 수 없고, 전보 처분 등이 권리 남용에 해당하는지의 여부는 전보 처분 등의 업무상의 필요성과 전보 등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을 비교·교량하고 근로자측과의 협의 등 그 전보 처분 등의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2)며 사용자의 배치전환명령권을 폭넓게 인정하면서도 사용자의 인사명령권에 대한 일정한 한계를 설정하고 있다.

◇근로계약상의 제한=입사시 근로계약에서 근로내용이나 근무장소를 특별히 한정한 경우, 원칙적으로 배치전환시 근로자의 동의를 그 요건으로 한다. 대법원은 근로계약시 담당 직무내용을 특정한 경우, 타 업무로의 전보조치한 인사명령을 위법하다고 판시했다.3)
물론 예외적인 부분도 존재하지만 근로자의 당해 사업장 입사 당시의 자격요건이나 근로 당시 회사 내 관행, 묵시적 동의가 존재할 수 있는지 여부 등이 근로계약의 해석에 있어 고려돼야 할 것이다.

◇법령상의 제한=강행규정인 근로관계를 규정한 법령을 위반해 인사권을 행사한 경우이다. 특히 실무적으로 많이 발생하는 것은 차별적 처우(근로기준법 제5조 균등처우 위반)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노조법) 제81조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 배치전환일 것이다.

특히 부당노동행위와 관련해 대법원은 “사용자가 근로자의 노동조합 활동을 혐오하거나 노동조합 활동을 방해하려는 의사로 노동조합의 간부이거나 노동조합 활동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근로자를 승진시켜 조합원 자격을 잃게 한 경우에는 노동조합 활동을 하는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로서 부당노동행위가 성립될 수 있을 것”이라고 판시하고 있다. 대법원은 “근로자의 승진이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의사에 의해 이뤄진 것인지의 여부는 승진의 시기와 조합 활동과의 관련성, 업무상 필요성, 능력의 적격성과 인선의 합리성 등의 유무와 당해 근로자의 승진이 조합 활동에 미치는 영향 등 제반사정을 고려해 판단해야 할 것”이라며 “사용자가 근로자의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을 실질적인 이유로 삼으면서도 표면적으로는 업무상 필요성을 들어 배치전환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부당노동행위로 봐야 할 것”이라는 입장이다”4)

◇단체협약 및 취업규칙 등의 제한=사업장에 존재하는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 규정된 배치전환 관련 조항은 사용자의 배치전환 명령권에 제한을 가한다. 실무적으로 많이 접하는 경우는 단체협약상의 ‘동의권’ 내지 ‘합의조항’과 취업규칙상 ‘포괄적 동의’로, ‘회사는 업무상 필요가 있는 경우 근무장소 또는 담당 업무를 변경할 수 있다’고 규정된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 이 경우 노동조합의 권리와 사용자의 인사권의 적법한 행사 여부는 신의칙에 반해 남용됐다고 볼 수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인정되고 있다.(본 대상판결은 이러한 제한 논리로 단체협약 ‘합의’ 조항 위반으로 사용자의 배치전환이 무효라고 판시한 예이다.)

◇신의칙상의 제한=사용자의 인사권이 고유한 권리로 인정되려면 그 권리행사에 있어 신의칙상 요구되는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아야 한다. 법원은 “전보명령이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지의 여부는 △인원 배치를 변경할 필요성이 있는지 △어떠한 근로자를 대상으로 할 것인지에 관한 선정기준에 합리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 △근로자가 전직에 따라 입게 될 불이익이 통상 예측할 수 있으며 감수할 만한 정도의 것인지 △업무상 필요성과 근로자의 불이익을 비교·교량해 본 결과는 어떠한지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본인과의 협의 등 전보명령을 하는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 등 제반 사정을 감안해 결정해야 한다”5)고 판시하고 있다.
요컨대 전보로 인해 근로자가 입는 불이익의 정도보다 이 사건 전보의 필요성이 크다고 볼 수는 없을 뿐 아니라, 전보명령을 하는 과정에서 근로자와의 협의 등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아니해 무효로 보고 있다.6)

시용자의 부당 인사명령 제한하는 단체협약의 ‘동의권·합의권’
본 대상 판결은 업무상 배치전환의 필요성이 인정되더라도 인사명령권의 한계 중 “단체협약상의 합의조항에 위반해 무효라고 봐야 할 것”이라며 노동조합의 동의거부권의 행사가 신의칙에 반해 남용됐다고 볼 수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단체협약 상 합의조항에 위반해 무효인 인사명령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다. 즉 부당한 배치전환으로 인정된 경우다.

배치전환 관련해 유념할 것은 사용자의 배치전환을 포함한 인사명령권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폭넓게 인정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인사명령권의 한계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사용자의 인사명령의 적법성 여부는 업무상 필요성과 근로자의 불이익한 요소, 기타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 등을 판단함에 있어 분명한 기준이 설정되기 어려운 현실이다.
인사명령의 적법성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여러 요소들이 고려될 수밖에 없겠지만, 이러한 제반 사정은 객관적으로 추단되는 사용자의 의사에 의해 판단될 여지가 많고, 실제 사용자의 인사권을 인정한 사례들이 더욱 많은 것도 사실이다.

대상판결과 같이 노동조합이 조직돼 ‘단체협약상 동의권 내지 합의권’이 설정돼 있는 경우 부당한 사용자의 인사명령 행사를 제한할 수 있는 유리한 지점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노조 조직률이 10% 내외인 것을 감안하면 많은 근로자에게 적용될 수 없는 사안이기도 할 것이다.
많은 사업장에서 사용자의 부당한 배치전환 문제가 발생한다면 다툼이 진행되기 이전 각 사업장의 특수한 상황과 배치전환 과정 등을 잘 정리하고 꼼꼼히 따져야 한다. 노동위원회와 법원에서의 싸움을 준비하는 근로자라면, 부당함을 이겨내는 방안을 모색하는 슬기로움이 필요하다.

각주)
1)일반적으로 근로자의 재직중 인사이동의 형태로는 근로자의 직무내용 또는 근무장소가 변경되는 것으로 전보·전직(배치전환), 전출,전적등이 있다. 배치전환은 기업내 인사이동을 말하며, 전출 또는 전적의 경우 기업간 인사이동으로 근로자를 고용된 기업으로부터 다른 기업의 업무에 종사하게 하는 형태를 말한다.
2)대법원 1991.7.12 선고, 91다12752 판결, 대법원 2000.4.11 선고, 99두2963 판결 참조
3)대법원 1993.09.28, 93누3837
4)대법원 1998.12.23, 97누 18035 )
5)서울행법 2000.12.07, 2000구16226
6)대법원 1995.05.09, 93다51263


<2009년 3월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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