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회식관련 사고 폭넓은 산재인정

최근 대법원은 회식 중 음주로 인해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 원심을 깨고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는 판결을 연달아 내렸다. 인정된 사례들의 사건개요는 다음과 같다.<표 참조>

그 동안 참석 여부가 비교적 자유로운 2차 회식 중에 발생한 사고나 회사에서 비용부담을 하지 않는 회식 중 사고에 대해서는 산업재해로 인정해주지 않는 경향이 강했기 때문에 2차 회식에서 발생한 사고를 산재로 인정한 위 대법원 판결들은 회식 중 사고에 대해 업무상 재해 인정의 범위를 상당히 넓혔다는 의미가 있다.

대법원의 회식중 사고에 대한 업무상재해 인정기준

대법원은 “근로자가 근로계약에 의하여 통상 종사할 의무가 있는 업무로 규정되어 있지 아니한 회사 외의 행사나 모임에 참가하던 중 재해를 당한 경우에도 행사나 모임의 주최자, 목적, 내용, 참가인원과 강제성 여부, 운영방법, 비용부담 등의 사정들에 비추어 사회통념상 행사나 모임의 전반적인 과정이 사용자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에 있었다면 이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판단기준을 적용하여 회식관련 사고에 대해서 산재인정 여부를 판단하였다.
즉 업무상 필요에 의해 회식이 공식적으로 개최되었고, 해당 구성원의 참여가 강제적이었고, 회사에서 비용을 부담하였다면 산재로 인정하였으나, 공식적인 1차 회식 이후 임의적·즉흥적으로 이어지는 2차회식의 참석여부가 강제적이지 않고 비용부담도 회사비용으로 처리된 것이 아니라면 2차회식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는 산재로 인정하지 않았다.
2001년도에 대법원은 부서원들의 사기진작과 신입부서원에 대한 환영회를 겸한 회식을 마친 후 직원들과 2차로 노래방에 갔다가 부서원들이 여흥을 즐기던 중 밖으로 나와 계단을 올라가다가(지하1층->1층) 계단 난간을 넘어 추락, 사망한 사례에서 ① 2차 회식이 직원들의 요청에 의해 즉석에서 결정되었고, 참석 여부의 강제성이 없었던 점을 근거로 업무수행의 연속이라거나 업무수행과 관련된 활동으로 사업주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였다고 보기 어렵고, ② 다른 직원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는 사이에 노래방을 이탈하여 발생한 사고가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회식에서 통상 수반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산재로 인정하지 않았었다.

회식 중 과음이 원인이 돼 발생한 사고는 산재

그런데 최근 대법원이 위와 유사한 사례에서 “근로자가 행사나 모임의 도중이나 직후 그 장소를 벗어난 곳에서 재해를 당하였다고 하더라도 행사장소 등의 이탈 및 재해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이 행사나 모임에서의 과음에 있었던 때에는 그 과음행위가 사업주의 만류 또는 제지에도 불구하고 근로자 자신의 독자적이고 자발적인 결단에 의하여 이루어졌다거나 과음으로 인한 심신장애와 무관한 다른 비정상적인 경로를 거쳐 재해가 발생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재해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정하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사고 장소나 시점을 중시했던 기존의 판결과는 달리 사고발생의 근본적인 원인(회식중 과음)을 판단의 중요한 잣대로 삼아 2차 회식 중 회식장소를 이탈하여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도 산재를 인정하였다(위 표 판결 중 2007두 21082 사건).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① 망인은 선박건조를 하는 회사의 도장 1팀 과장으로 근무하던 중 팀장의 지시로 선주 측 감독관을 접대하고 실무책임자와 협력업체의 직원 등의 노고를 위로하기 위해 마련된 1차 회식에 참석한 후, 감독관의 제의에 따라 이루어진 2차 회식에도 참석하였다.

② 이후 2차 회식이 끝나갈 무렵 원고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으나 시끄러운 음악소리 때문에 통화를 하지 못하였는데, 그때부터 망인은 회식장소에서 보이지 않다가 그 다음 날 오전 11:40경 2차 회식장소에서 25m 떨어진 막다른 골목길의 끝 부분(골목길 입구에서부터 23m 지점)에서 지대가 낮은 주택집 담장 너머로 추락하여 사망한 채로 발견되었다.

③ 추락지점에 설치된 담장은 60cm 정도의 높이로 담장 너머 아래 바닥에서 담장 위까지는 180cm 정도 되고, 골목길 입구에서 추락지점까지는 높이 12cm의 담장이 설치되어 있었으나 망인이 추락한 지점은 담장 높이가 갑자기 어른 무릅 정도 높이인 60cm 낮아지는 곳이어서 담장이 낮게 설치되어 있는 사실을 모른 채 소변을 보기 위하여 담장에 머리 등을 기대려고 할 경우에는 중심을 잃고 추락할 위험이 있는 곳이었다.

④ 망인이 회식 장소에서 나와 집으로 가기 위해서는 왕복 4차선 도로를 횡단하여 반대편 쪽으로 건너간 다음 그곳에서 택시를 타야만 했고, 망인이 사망한 채로 발견된 골목길 안으로 들어갈 이유는 없었다.

⑤ 한편, 망인이 참석한 1,2차 회식비용은 소외 회사가 지급하는 업무추진비로 구성된 도장 1팀의 운영비로 지출되었고, 2차 회식비용으로 사용한 320,000원의 소외 회사의 분개전표에도 기재되어 있었다.

이 사건의 쟁점은 △ 망인이 1,2차 회식에 참석한 행위가 소외 회사가 주관한 행사에 참여한 업무로 볼 수 있는지 여부와 △ 망인이 회식 중에 사망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법원의 엇갈린 판단
1심은, 첫 번째 쟁점에 대해 1차 회식이 팀장의 지시에 따라 이루어졌고, 2차 회식도 접대를 받은 선주측의 감독관의 제의에 따라 이루어진 것으로서 선주측 감독관을 접대하는 차원에서 회식을 주관하는 소외회사의 파트장으로서는 거절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2차 회식의 경비도 망인이 속한 팀의 업무추진비 등에서 지출된 점 등에 비추어 망인이 1,2차 회식에 참석한 행위는 사업주가 지배하는 행사에 참여한 것으로서 업무수행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두 번째 쟁점에 대해서도 1, 2차 회식에서 망인이 마신 음주의 양과 주취의 정도, 회식장소에서 추락한 장소까지의 거리, 추락한 장소의 위치, 2차 회식의 진행 정도, 망인이 보이지 아니한 시점, 망인의 직책, 회식장소의 구조, 망인의 정상적인 귀갓길과 추락한 장소와의 방향관계 등을 고려할 때, 술도 깨고 처로부터 걸려온 전화내용도 확인하기 위하여 밖으로 나와 천천히 걷다가 소변을 보기 위해 자세를 취하다가 혈중 알코올 농도 0.16%에 이를 정도로 과음을 하여 취한 탓으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바람에 중심을 잃고 추락한 것으로 추단되므로 결국 망인의 사망은 회식에서의 과음에 의한 것이므로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라고 판결하였다.
그러나 2심은 사망 장소가 회식자리에서 상당거리 떨어져 있어 회식과정에서 통상 수반하는 위험의 범위 내의 사고라 볼 수 없고 회식의 순리적인 경로를 일탈한 상태였다는 이유로 1심판결을 뒤집고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3심은 회식의 개최목적, 비용부담 주체, 참석 경위 등을 고려했을때 회식은 사용자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에 있었고, 회식에서의 음주로 주취상태가 직접적인 원인이 되어 망인이 회식장소를 이탈하여 사고를 당하게 된 것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것이다.

최근 내려진 회식관련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업무상 개최된 회식자리에서 마신 술이 원인이 되어 사고가 발생하였다면 비록 회식장소를 이탈하였다고 하더라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될 수 있다. 다만 과음의 원인이 사업주의 만류 또는 제지에도 불구하고 피재해자의 독자적이고 자발적인 결단에 의한 것이라면 과음이 원인이 되어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될 수 없음에 유의해야 한다.


<2009년 2월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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