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법은 각 선박별로 승무하는 선원과 선박소유자에 대해 적용하며, 근로기준법은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한다.

항만의 입·출항 선박을 끌어당기거나 밀어서 이동시켜주는 예선1) 작업 종사자들의 이야기다. 그들이 선원이기 때문에 근로관계에 대해서는 국토해양부(항만청)가 관리·감독을 해왔다.
그 근거는 1962년 시행된 선원법으로 선원·선박소유자(사업주) 누구도 선원법 적용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선원법이 선박을 중심으로 적용되는 반면 근로기준법은 사업(장)을 중심으로 적용된다.
근로기준법이 노동자들의 조직력을 바탕으로 일보 전진해온 반면 선원법은 기능적인 관리 부분을 제외하고는 선원의 근로관계에 대해 개정의 요구가 많지 않았다.
주로 장기간 가정과 사회와 유리된 상태에서 해상 고유의 위험에 일상적으로 노출돼 근로가 이뤄져(이를 ‘해상근로의 특수성’이라 함) 그들의 요구를 집단적으로 반영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바로 조직력이 문제였다.

육상근로와 유사하게 근로를 제공하는 예선업 노동자
서해는 조수 간만의 차가 크고 암초 등이 있어 바닷길을 잘 알지 못하면 예선의 도움 없이는 입·출항이 어렵다. 예선업 노동자들은 해상근로와는 다르게 24시간 격일제 2교대 근로를 하면서 육상근로자와 유사하게 출퇴근을 한다. 2교대라고 하지만 선박을 기준으로 주로 4인이 2인 2교대로 갑판(항해)·기관부 각 1인씩 근무를 하고 있다. 그리고 예외적으로 타항 등 지원이 필요한 경우 예선업자(사업주)는 사업계획임시변경승인을 받아 타항 지원 업무 즉 항만구역 밖 업무를 하고 있다.

장기간 혹사근로에 지친 예선업 노동자

그러던 그들에게 변화가 찾아왔다. 문제는 휴가 사용 여부에서 출발했다. 선원법을 근거로 만들어진 단체협약에 명시된 유급휴가는 근로기준법에서의 연차유급휴가와 유사하다. 하지만 사용자는 격일제 휴무일(비번일)에 유급휴가가 포함돼 있다고 주장하거나, 단체협약상 시간외 근로가 48시간 혹은 10시간 명시됨에도 제한 없는 포괄임금제를 주장하고 있다.

한편 선박은 선박안전법에 의한 정기 및 중간검사를 하게 돼 있다. 그 정기·중간 검사 수리기간은 대략 1주일에서 2주일이상 소요되고, 예외적으로 중국 등 항내밖 예선업무를 지원하는 경우 그 지원 업무기간은 1달 이상 소요된다. 하나의 선박이 수리 업무나 장거리 지원 업무시 해당 선박의 종사자 수만큼 다른 선박의 종사자가 차출됐고, 차출된 선박에는 결원 인원이 발생한다.
즉 맞교대 자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결원이 발생한 선박의 종사자들은 선박의 수리기간 또는 장거리 지원업무 기간동안 1주일에서 1달 이상 퇴근 없이 근로를 제공해왔다. 바로 격일제 휴무일 근로에 대한 시간외 근로 수당 청구가 노동부에 들어갔고, 노·사간의 갈등이 심화돼 작년 두달 동안의 파업도 있었다. 그 대가로 위원장을 포함한 조합 간부들이 징계해고 됐다.

선원법 제2조 제1항 제2호 ‘호수·강 또는 항내만을 항행하는 선박’에 대한 다툼

‘항내만을 항행하는 선박’은 선원법이 배제되며, 종사자들의 근로조건에 대해 국토해양부가 아닌 노동부가 관리·감독하게 된다. 여기서 문제는 ‘항내만을 항행하는 선박’에 대한 다툼이다. ‘항내’에 대한 해석과 함께 ‘만’을 어떻게 해석할 지가 주요 쟁점이다.
이에 국토해양부는 “선박이 일시적으로 항밖을 항해한다고 해 전적으로 선원법을 적용할 수 없다”며 근로기준법이 적용된다는 유권 해석을 했다. 노동부는 항내밖 항행이 전혀 없는 선박이라면 근로기준법이 적용된다는 입장이지만, 한 번 이라도 항내밖 항행이 있는 선박의 법적용에 대해 법제처에 법령 해석을 요청했다.
노동부가 종사자중 일부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 적용을 인정했지만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선원취업규칙·선원수첩에 대해 국토해양부가 관장을 해왔는데 갑자기 예선업 종사자들을 관리·감독하라니 어쨌든 손을 빼고 싶었다.

여기서 선원법이 예선업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을 얼마나 규율하고 있는지 알아보자. 선원법은 장기간 고립된 선원들의 특수한 해상근로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때문에 선장에게 ‘사용자의 지위’를 부여하고 있다. 즉 선원법은 선장에게 해원들에 대한 지휘·감독과 징계권 등 수장으로서의 특수한 지위를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예선업 노동자들이 갑판·기관부에 각 1인씩 근로를 하면서 사용자로부터 직접적으로 지휘·감독을 받는 등 근로형태를 고려할 때 선원법 입법 취지와 전혀 부합되지 않는다.

따라서 선박의 주된 사업이 항내에서 이루어진다면 일시적으로 항내밖 항행 업무가 있다고 하더라도 근로기준법의 적용이 배제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 예선업 노동자들의 일관된 주장이었다.2)

예선업 노동자들의 부당해고구제 신청에 대한 각각의 해석

선박의 주된 임무가 인천항과 평택항 내에서 이루어지는 예선 노동자에 대한 부당해고구제신청 판정에서 인천지방노동위원회는 ‘만’에 대한 해석을 아주 제한적으로 해석했다. 한 번이라도 항내밖 항행이 있는 선박의 경우 근로기준법이 배제된다고 판단했다. 반면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설령 항내를 벗어나 항행한 사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주된 임무가 항내에서의 항행에 있는 경우에는 항내만을 항행하는 선박’으로 봐 근로기준법이 적용된다는 상반된 결과를 내놨다. 이 결과에 따라 이해 당사자의 희비가 엇갈렸다.
법제처의 유권해석이나 관련 논문3)을 종합해 보면 선박은 항내를 벗어나지 않는 다는 것을 보장할 수 없으므로 선박의 객관적 항행 실태에 따라 주된 임무가 항내에서 이뤄지는 경우에는 근로기준법이 적용된다고 한다.

한편 최근 인천지노위에 이어 노동부가 논란거리를 만들었다. 예선업 노동자들에게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 경우 월차유급휴가수당, 유급휴가수당, 연장·야간근로수당 지급 의무가 발생하는지 여부다. 참고로 선원법에서는 야간근로에 대한 가산임금 규정과 연장근로 한도 초과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다.
경인지방노동청은 이에 대해 처음에는 24시간 격일제 비번일(휴무일) 근로에 대한 시간외 근로 수당 청구권이 인정된다며 서로 주장이 상이한 시간외 근로 시간에 대해 당사자 확인을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근로기준법 적용 유무에 대한 유권해석 다툼과 지노위의 판정 결과를 인지했음에도 노동부 본부로부터 유권해석을 전혀 받은 바 없다고 발뺌하다가, 최근에는 단체협약 명시된 월10시간의 시간외 근로시간 산정에 모든 수당이(월차·유급휴가·야간가산수당·시간외 근로수당 등) 제한 없이 포함돼 있다4)며 ‘협의 없음’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억장이 무너진다. 선원법 적용이라고 만세를 부르던 예선업 조합(전국 예선업자 협의회)이 노동부의 이와 같은 결론에 다시 쾌재를 부를 것이다. 현재의 임금지급 및 근로형태가 법위반 소지가 없으니 지금처럼 장시간 혹사근로를 시키면서 버틸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법 보호 사각지대에 방치된 예선업 노동자의 근로관계에 대한 실질적인 관리·감독 절실

최근 법제처 법령해석 이후 동일 사안에 대한 인천지노위와 중앙노동위원회의 판단이 주목되지만, 경기지노위의 판정은 결과적으로 선원법 제정 이후 최초로 예선업 노동자의 부당해고 구제신청에 대해 지노위가 근로기준법을 적용해 판정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선원노동위원회에서 담당을 했기 때문이다.
법제처 법령해석에 따라 국토해양부와 노동부의 관련 제도 개선도 시급하다. 지난 40년 이상 국토해양부가 선원법에 의해 예선업 노동자들에 대해 기능적 관리를 해왔던 부분과 향후 근로기준법 적용 부분이 상충되므로 노동부와 국토해양부가 이 문제를 지혜롭게 풀어 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선원법에서는 예선과 같이 500톤 미만 선박의 경우 근로시간 등 관련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즉 지금까지 예선업 노동자들은 법 보호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었고 사업주가 일관되게 선원법 주장을 하는 이유도 이런 연유에서다. 최근 국토해양부가 500톤 미만 선박 종사자들의 근로시간에 대한 기준을 새로 마련한다고 한다. 늦었지만 환영한다.
하지만 노동부 일선은 사업주의 주장을 대변하는 듯하다. 지금까지 관리·감독을 해온 국토해양부가 관리하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법적용에 있어 지금까지 잘못 적용되어 왔다면 바로 잡아야 한다. 단지 국토해양부가 관행적으로 기능적인 부분을 관리해왔다는 이유로 위법 내지 부당한 법적용을 용인하는 것은 법의 근간을 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동부가 법보호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던 예선업 노동자들의 근로관계에 대해 실질적인 관리·감독을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각주)
1) 항만법에 의한 예선업등록증상의 사업구역은 예를 들어 인천항, 평택항으로 명시돼 있다.
2) 법제처 08-0399 법령해석/ 대법원 2008. 2. 28. 선고 2007두22801 판결
3) 사법논집 제33집 內 ‘선원의 근로관계’, 춘천지방법원 판사 권창영 저, 같은 내용 - 노동법연구(도서출판 관악사) 제11호(2001.12) 內 ‘선원근로계약에 관한 연구’, 권창영 저
4) 포괄임금제 임금지급계약 체결의 유효성 여부를 논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경인지방노동청의 판단은 임금에 제한 없는 수당 일체가 포함돼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대법원(대법 91다 37256) 판결에 반한다. 또한 기본적으로 당사자 조사조차 제대로 이뤄지 않았다.


<2009년 2월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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