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우리는 미세먼지라는 말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쓰고 있다. 그런데 본론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한 가지 먼저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폐를 넘나드는 뽀얀 먼지들이 언제부터 ‘미세먼지’로 바뀌었을까.

중요한 건 총량이 아니라 크기
김춘수의 시 ‘꽃’을 이용해서 ‘몹쓸 비유’ 한 번 해보자.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하나의 미세먼지가 되었다.” 그냥 먼지라고 할 수도 있는데 먼지 앞에다 굳이 미세라는 말을 붙여줌으로써 김춘수에게 그가 ‘꽃’으로서 의미를 갖게 된 것처럼 이전에는 인식하지 못했던 새로운 먼지가 생긴 것이다. 사실 새로운 먼지라고 할 수는 없다. 일반 분진과 함께 항상 존재했던 먼지 중 일부였으나 그 존재의 중요성을 일찍 알아보지 못했기에 미세한 먼지라고 특별한 대우를 받으면서 따로 명명되지 못했을 뿐이다.

미세먼지라고 했으니 보통 먼지보다 훨씬 작은 놈일 것은 충분히 예상가능하다. 그렇다면 얼마나 작은 먼지를 말하는 걸까.
답은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말들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바로 PM10! 너무 빨리 진도를 나가버렸나. 기상청이나 환경부에서 미세분진이라고 할 때는 대부분의 경우 PM10을 말한다. 예를 들어 대도시 도심 한가운데 간혹 보이는 환경 모니터링 전광판에서도 PM10(미세분진), SO2(이산화황), NO2(이산화질소), 그리고 O3(오존)과 같은 대기 환경 오염물질 농도가 실시간으로 공개된다.
그렇다면 PM10과 같은 미세먼지는 언제부터 쓰이기 시작했나. 분진 평가는 초기에는 총 분진으로부터 시작됐다. 지난 71년에 제정된 기준으로, 몸속으로 들어올 수 있는 모든 분진을 사이즈에 상관없이 총량으로 평가하는 방법이다. 그 후 분진이 인간의 건강에 미치는 특성에서 사이즈가 중요하다는 연구결과가 뒤를 이었으며, 이런 연구결과를 등에 업고 등장한 것이 PM10이다. 그 때가 87년 즈음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지금 너무나 익숙하게 사용하는 PM10은 약 20년의 역사를 가진 싱싱한 기준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요즘에는 주변에서 미세분진이라는 말과 함께 직접 PM10 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특히,봄철 황사 때면 PM10 농도가 얼마를 넘었네, 농도 수준이 노약자나 어린이들에게 위험하네, 그러하니 외출을 자제할 것을 제안하는 등등의 예보를 일상으로 접하게 된다.
PM10의 원래 정의는 직경이 대략 10마이크로미터(㎛) 정도가 되는 분진을 일컫는 말이다. 10마이크로미터 정도면 눈을 부릅뜨고 보아도 웬만해서는 그 정체를 분간할 수 없다. 머리카락 두께가 보통 100마이크로미터니 PM10 열개가 스크럼을 짜고 일렬로 나란하게 몰려다녀야 겨우 알아볼 수 있을 정도가 되겠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말이다.

먼지계의 신세대 PM2.5
최근에는 더욱 사이즈가 작은 먼지들에게 관심이 이동한다. 신세대 등장인 것이다. 바로 PM2.5! PM10 의미를 이해했다면 PM2.5가 무엇인지는 충분히 예측가능하리. 왜 PM2.5인가. PM2.5는 그야말로 폐의 가장 깊숙한 곳까지 이를 정도로 작은 먼지를 말한다. PM2.5는 대기 오염의 주범인 차량 배출물질 오염과 밀접한 관련을 가졌다고 알려졌다. 자동차 연료가 연소되면서 발생하는 극미세먼지들이 PM2.5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결국 이놈들이 우리들의 호흡기 질환과 밀거래된다는 말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환경오염 정도를 비교할 때 PM10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PM2.5에 대한 연구가 더욱 많아지고 그것이 미치는 건강영향이 더욱 정교하게 밝혀지면 곧 PM2.5 기준들이 만들어지고 그것이 환경기준으로써 세대교체를 이룰 것이다.

흡입량 많으면 탈난다
사설이 너무 길었다.
앞서 언급된 바와 같이 미세먼지가 일반 분진과 격을 달리하면서 독립하게 된 이유는 먼지의 사이즈가 작을수록 폐 깊숙이까지 다다를 수 있다는 것과, 그럼으로써 좀 더 본격적인 건강영향을 나타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분진 노출과 건강 측면에서 PM10도 아주 작은 분진은 아니다. PM2.5 정도는 되어야 명함 내밀고도 당당할 수 있다. 그렇다고 PM10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껏 실내 환경과 대기 환경오염 정도를 평가해오는데 있어 막중한 역할을 수행해왔기 때문이다.
각설하고, 미세먼지의 핵심은 일반 분진과 달리 폐 속으로 들어오기 쉬운 특징을 가졌다. 미세먼지가 제 몸속 깊이 숨겨진 폐포(폐의 가장 깊숙한 부분)까지 불쑥 찾아 들어온다고 생각해 보라. 썩 기껍지 않을 것이다. 마치 부끄러운 속살을 들켜버린 듯이 불쾌하다. 더 불쾌한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일, 다시 말해 미세먼지의 자유로운 출입을 제지할 수 있는 방법이 딱히 없다는 것이다. 살기 위해서 숨을 쉴 뿐인데, 무력하게도 우리들은 미세먼지 입장을 제지할 마땅한 방법을 못 가졌다. 결국 이놈들은 우리 몸 깊숙이까지 이르게 된다.

그렇다고 우리 몸이 전혀 무방비겠는가. 물론 그렇다면 섭섭하다. 사람 몸이라는 게 우연히 진화해서 운 좋게 주변 환경에 적당히 적응한 거 같지는 않다. 제크의 콩나무처럼 부지런히도 자라나는 무성한 코털과 끈적끈적한 점액들은 코털깎이 회사와 티슈회사를 먹여 살리기 위해 있는 게 아니다. 적당한 크기의 먼지들은 입구에서 퇴짜 당하는 게 당연하다. 몸속 깊숙이 다다른 먼지들 역시 체내 방어기전이 작동되어 일정 부분 제거되기도 한다. 문제는 들어오는 양이 많아질수록 탈이 날 가능성이 커진다는 데에 있다. 그래서 PM10이나 PM2.5와 같은 미세분진 혹은 극미세분진이 문제가 된다.

차단하거나 혹은 거르거나
그렇다면 실내 환경에서 미세분진은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인가. 성급하게 답을 먼저 제시하자면 대부분의 경우 그렇지는 않는 거 같다.
모든 사건에는 원인과 그에 따른 결과가 있기 마련이다. 환경오염이 발생했다면 그 원인으로 지목될 주범이 반드시 있다. 일반 대기 환경에서 PM10을 측정하고 그날의 위험여부를 공지하는 것은 자동차나 발전소 그리고 쓰레기소각 시설과 같은 전형적인 원인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들을 어떻게 관리해서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유지시킬 것이냐이다. 아래 표는 우리나라 주요 도시의 연도별 미세먼지의 농도 분포를 보여준다. 우리나라에서는 기존에 총 분진을 측정해 오던 것을 1995년부터 오염도가 심한 지점에서부터 PM10으로 측정해오고 있다. 환경부의 자체 평가에 의하면 전체적으로는 PM10 농도가 1998년 이후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가 2002년을 고비로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며 이와 같은 현상은 정부의 종합적인 미세먼지 저감 대책추진에 의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단다. <표3 참조>

우리가 이야기하는 실내 환경의 바깥은 그렇다고 치자. 그렇다면 실내 환경은? 실내 환경에서 실내 공기를 오염시킬 특별한 오염원이 없는 한 실외 공기의 영향을 받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실외공기와 독립적으로 분리될 수 있는 실내공기는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실외 공기 오염도가 높으면 실내 공기 오염도 역시 덩달아 높아지는 것은 너무도 일반적이다.

현대 건물의 대부분은 반밀폐 구조를 갖는다. 외부 공기를 최대한 차단함으로써 실내 공기의 관리 효율을 최대로 높인다. 외부 공기를 들여오되 그 비율을 최대한 낮추어야 관리비가 줄어드는 것은 상식이다. 건물의 공조시스템 관리가 잘 된 경우에는 외부에서 공기가 들어올 때 필터에 분진이 여과돼 들어오는 경우도 있겠다. 그렇다면 외부 공기의 미세분진 농도 수준과 비슷하거나 조금 낮은 상태로 실내 공기질이 유지될 가능성을 짐작할 수 있다. 따라서 실내에서 특별한 오염 발생원이 없는 한 미세분진 측면에서 크게 문제가 될 만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연구소가 지금껏 수행한 실내 환경 평가에서도 위와 같은 예측은 대부분 일치한다. 그와 마찬가지로 반대 상황 역시 예측 가능하다. 실내에 문제가 있다면 그 결과는 반드시 그 문제의 규모만큼 반영되기 마련이다.

저질공기가 백화점에 누적된 이유
아래 그림은 모 백화점에서 실시되었던 실내 환경 평가 내용의 일부다. 이 경우 호흡성분진의 양을 측정한 것인데, 호흡성 분진은 PM10보다는 작고 PM2.5보다는 약간 큰 분진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특이한 것은 기계실이나 전기실처럼 지하에 위치한 관리 기능을 가진 실내에서는 낮 시간대에 호흡성분진 농도가 높은 반면에 일반 매장에서는 밤 시간대에 농도가 높아지는 기현상이 관찰되었다. 그 수준 역시 관리기준을 초과하는 위험한 상황을 반영하였다. <그림2 참조>

어떤 문제가 있을까. 결과적으로 해당 백화점에서 연구소에 의뢰했던 문제 원인이 정확하게 결과에 나타났다. 평가 의뢰 당시 백화점에서는 리모델링을 위한 내부 공사가 진행 중이였다. 매장은 낮에는 일반 고객들의 왕래가 많기 때문에 백화점 폐장시간을 기점으로 공사가 진행하다가 낮 시간대에는 주로 지하에서 야간 공사에 필요한 준비작업을 해왔던 것이다. 그래서 각 장소에 따라 시간대 특성을 대변하는 공기질 평가 결과가 반영됐던 것이다. 그 당시 서울시의 대기 중 PM10 농도는 대략 70마이크로그램 퍼 큐빅 미터(㎍/㎥) 정도였다.
만약 특별한 작업이 없었다면 해당 백화점 내의 일상적인 공기질 역시 크게 문제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처럼 실내에서 공기를 오염시킬만한 특별한 원인이 있으면 반대로 문제의 심각성이 더욱 커질 수 있는 것이 실내 환경의 특징이다.
앞서 전제한 바와 같이 현대의 실내 환경이라는 것이 대부분 반밀폐된 조건에서 관리되기 때문에 외부에서 유입되는 공기양은 적고 내부에서 발생한 오염물질들은 누적되어 결국 제대로 희석되지 못한 저질의 공기가 공조시스템을 통해서 계속 순환된다. 그야말로 ‘제대로 된 악순환’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당시 백화점에서 일하던 많은 조합원들이 갑작스런 환경 변화로 호흡기 질환을 호소하는 빈도가 평소에 비해 많이 증가했다고 한다. 의학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기회까지 확보하지는 못했지만 충분히 그 개연성을 짐작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 외에도 석탄을 연료로 사용해 발전하는 모 발전소의 현장 사무실 내에서 측정한 PM10 농도가 권고기준을 초과한 예도 있었다. 이 경우는 현장 사무실 주변 환경 때문에 미세분진 농도가 높아진 예이다. 즉 대기 환경 이외에도 주변 작업환경 때문에 미세분진의 노출 농도가 높아질 수도 있다. 이즈음에서 실내환경 평가에 있어 미세분진에 대한 현장 증언을 아끼려한다. 상황마다 특색 있는 결과들과 해석이 가능하다. 실내환경 문제가 제기된 각 사업장의 환경적인 특성과 전체적인 맥락을 함께 엮어서 평가할 때만이 제대로 된 정보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9년 1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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