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을 팔러 나갔던 늙은 엄마는 머리에 인 광주리가 자주 버거웠어요. 마수걸이도 못한 탓이죠. 시장엔 떡장수가 그리도 많았다지요. 집으로 가는 산길에 어둠이 짙었고 바람이 스산했습니다. 그때! 갑자기 나타난 호랑이 한 마리가 길을 막고 말했어요.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또 물었어요. 그리고 자꾸 물었어요….

똑! 똑! 똑! "애들아 엄마다, 문 열어라." 문이 열리자 앞에는 기다리던 엄마 대신 배부른 호랑이가 어흥! 하네요. 오누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었어요. 그저 살길을 찾아 높은 곳으로 내달렸지요. 우여곡절 끝에 나무 꼭대기에 올랐지만 호랑이는 날카로운 발톱을 세우며 거침없이 추격했어요. 오누이가 두 손을 모아 간절히 기도하기를, "하늘님 하늘님, 우리를 도우시어 튼튼한 동아줄을 내려주세요."

빛이 반짝 하더니 하늘에서 줄이 내려왔어요. 그 줄을 잡고서 하늘로 오르던 오누이는 세상에 빛이 되는 해가 되고 달이 되리라 다짐했어요. 그런데 투둑 툭! 아뿔싸! 동아줄엔 쥐 파먹은 자국이 가득했답니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줄은 끊어졌고 나락은 멀지 않았어요. 외마디 비명은 끊어진 외줄보다도 짧았지요.

그리하여 배부른 호랑이는 더 배부르게 됐다는 눈물 없이 전하지 못할 슬픈 이야기. 아침볕에 찬란히 흩뿌려진 물방울보다 더 반짝이던 그 많은 눈물 앞에서, 고층빌딩 벽 위태로운 외줄 노동 앞에서 떠오른 이시대 잔혹동화, 썩은 동아줄.
 
 
<매일노동뉴스 2009년5월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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