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공기업의 불법적인 노사관계를 점검한다면서 외려 탈법적 노사관계를 부추긴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감사원은 단체협약은 물론이고 노조전임자와 관련한 모든 사안을 감사대상에 올려놓고 있다. ‘부당노동행위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공기업에 대한 월권을 행사하는 감사원을 국회로 이관하거나 독립기관화하자는 대안도 나오고 있다.


강용규 인천국제공항공사노조 위원장 
‘법대로’ 해도 과하다니…




정부나 감사원은 공공기관 노사가 교섭을 통해 체결한 단협을 야합의 결과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공공기관 노사관계에 있어 근로기준법을 비롯한 노동관계법이 적용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법에 규정된 내용을 뛰어넘는 단협이 어디 있나. 그런데도 감사원은 공공기관의 단협을 가리켜 무조건 ‘과하다’고만 한다. 어떤 기준에 의해 과하다는 건지 알 수 없다.
전임자수만 해도 그렇다. 노사가 합의해 결정한 것을 놓고 ‘정부 권고안보다 많다’고 지적한다. 정부 권고대로만 해야 된다면, 노동관계법은 왜 있나. 그냥 정부 지침을 따르라고 법으로 정하면 될 일 아닌가. 노사 자율주의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감사관들의 주관적인 태도도 문제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경우 사내근로복지기금이 문제로 지적됐다. 법에 ‘세전 이익의 5%’를 출연하라고 돼 있어 단협에 그렇게 정했다. 하지만 경영사정 등의 이유로 5%를 제대로 적립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감사원은 ‘5%는 과하다’고 지적한다. 법대로 했는데 과하다니, 뭐라고 대꾸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
현 상황에 대해 공사는 묵묵부답이다. 공무원한테 지명돼 임명된 공기업 사장들에게 ‘영혼’이 있겠나. 보다못해 노조가 문제제기를 하면 감사원에 미운털만 박힌다.
기업을 감사하러 오는 감사관들은 기본적인 노동관계법부터 공부해야 한다. 감사관들이 노사관계를 너무 모르니까, 노조가 법에 근거해 주장을 해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김용래 주택관리공단노조 위원장
분신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


감사원은 월권을 하고 있다. 감사원은 단체협약과 관련한 모든 사항부터 사무실 집기를 지원하는 것까지 문제 삼고 있다. 단체협약은 노사가 자율적으로 체결한 것이다. 감사원이 논할 사항이 아니다. 감사원은 전임자임금 지급도 벌써부터 문제 삼고 있다. 올해 말까지는 임금지급이 합법임에도 말이다.
주택관리공단에는 조합원이 아닌 비정규직이나 상위직급 직원들로 구성된 노조 후원회원이 있다. 그들은 자발적으로 후원회비를 낸다. 감사원은 그것조차 중지하라는 의견을 냈다. 감사원이 모든 자료를 내놓으라고 강요하는 바람에 일상 업무가 마비돼 버린 상황이다. 자료를 제출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5~10년 전 내용까지 요구하고 있다. 주택관리공단은 노사관계와 관련해 8가지 사항을 지적받았다. 감사원은 시정 의견서에 사인을 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회사 간부에 이어 사장까지 소환하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감사원의 대대적인 감사는 전임자임금과 복수노조 문제를 대비한 것 같다. 공공부문 노조를 말살하려는 의도다. 나아가 한국 노동운동을 무력화하려는 것이다. 노동계가 더 이상 지켜보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 이제는 투쟁해야 한다. 공공기관노조가 무너지면 그 다음은 민간기업이다. 다같이 힘을 모아야 한다. 전태일 열사처럼 “노동법을 준수하라”며 분신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김형중 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 위원장
‘말 안 듣는 아이 손목 비틀기’ 감사



기업은행은 18일부터 감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노사 합의사항부터 노조전임자 숫자까지 노사관계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을 감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감사원이 감사를 진행하는 것을 막을 생각은 없다. 무엇이 어떻게 돼 있는지 보고 싶다면 보여 줄 수 있다. 우리가 잘못한 것은 없다.
그렇지만 잘못되지 않은 것을 잘못된 것처럼 몰아가는 정부의 태도는 분명 문제가 있다. 이면합의다 뭐다 하면서 마치 공기업 노사가 합의해서는 안 되는 것을 합의한 것처럼 왜곡하고 있다. 자율적인 노사관계를 원천적으로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공공기관에 대한 일제 감사, 정부의 행동은 유치한 짓거리에 불과하다. 말 안 듣는 아이 손목 비트는 것처럼 감사원의 감사를 이용해서는 안 된다. 감사원에 자율성이 있는지 모르겠는데, 지금 하는 행동으로 봐서는 정부의 하수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감사 후 감사결과가 발표되면 대응계획을 마련할 생각이다. 노사관계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어떤 행위도 좌시하지 않겠다. 결과를 두고 보겠다.


박노균 발전산업노조 위원장
공기업노조를 겨냥한 전례 없는 표적감사




감사원이 13일부터 발전회사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이번 감사는 노조를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 감사원은 노동조합 일반현황부터 전임자수·공기업 선진화방안 이행실적표·노사 협상내용까지 모두 요구하고 있다. 전례가 없는 일이다. 노사의 단체협약을 샅샅이 뒤지겠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공기업을 '신의 직장'에 비유하며, 과도한 복리후생과 인사·경영권 개입을 문제 삼고 있다. 법적으로도 단체협약은 근로기준법이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보다 우선한다. 법 규정을 상회하는 협약이 도대체 왜 문제가 된단 말인가. 24시간 3교대로 일하고 있는 발전회사의 경우 심야노동으로 노동자들의 건강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그래서 야간근무수당 할증을 법에서 정한 기준(50%)보다 10%가량 더 높게 정한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와 감사원의 논리대로라면 불법이다. 말이 안 되는 주장이다.
공기업노조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 뒤에는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방안이 있다. 감사원이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을 정권의 시녀가 돼 휘두르고 있다.


김형동 변호사(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노사자율로 정한 단협에 왈가왈부 안돼




공공기관은 공무원 조직이 아니다. 공공기관의 단체협약은 일반 사기업이 노사 자율로 체결한 단협과 그 성격이 다르지 않다. 단협은 헌법이 보장하고 노동관계법이 얘기하는 노동3권의 최고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단협은 그 내용이 법률 등에 위배되지 않는다면 무조건 존중돼야 한다. 예를 들어 국가의 정체성을 부정한다거나, 직원들에게 월급을 비상식적으로 많이 지급하는 등 누가 봐도 문제가 인정되는 사안이 아니라면 단협 내용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없다. 감사원이 공공기관의 방만경영을 문제 삼아 근로조건 등 포괄적 내용에 대해 감사를 벌이는 것을 두고, 노동계가 노사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제기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감사원의 권한범위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감사원법에 따르면 감사원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출연기관 등을 감사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감사원으로부터 필요적·정기적 감사를 받게 돼 있지만, 출연기관은 큰 틀에서 임의적 감사만 받도록 돼 있다. 이번 감사는 감사원의 권한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김철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위원
감사원 '독립기구화' 해야


감사원은 공공기관의 기존 단체협약을 무효화하면서 공공기관 노사관계 전반에 개입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감사원이 10여개 공기업에 내려보낸 ‘공공기관 선진화 과제 점검표 양식’은 노조와 관련한 방대한 자료제출을 요구하는 등 공공기관 노조활동 무력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
공기업의 탈·불법적인 노사관계에 대한 점검에 중점을 둔다고 하면서 오히려 탈법적인 노사관계를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공공기관 선진화 추진점검 워크숍’에서 개별 공공기관의 선진화계획 이행실태와 탈법적 노사협약 실태 등을 상시 점검하기로 하는 등 공공부문 노사관계를 악화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감사원의 국회 이관이나 독립기관화를 통한 제도적 독립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회계검사 기능의 국회 이관을 통한 이원적 감사시스템 구축도 검토해 볼 만하다.
감사위원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되도록 해야 하며, 인사·예산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와 감사원 스스로의 독립성 사수 의지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노동기본권에 대한 재인식도 필요하다.

구은회 신현경 김봉석 김미영 기자
 
 
<매일노동뉴스 2009년 5월14일>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