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지가 좁아져 숨이 차고 기침을 심하게 하는 천식. 일반인에게 천식은 집먼지 진드기나 꽃가루 또는 체질적인 면역질환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작업장 공기 중에 화학물질과 중금속 등이 있을 경우 직업성 천식에 걸릴 수도 있다.

노승환(38·가명)씨는 지난 98년 자동차용 타이어를 제조하는 전남 광주 소재 (주)원형산업(가칭)에 입사했다. 생산직 직원 2천400명이 근무하는 꽤 규모가 큰 회사였다. 노씨가 일한 원형산업의 타이어 생산과정은 정련·압연·압출·재단·성형·가류공정과 검사 등으로 이뤄졌다. 타이어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정련공정에서 타이어의 원재료가 되는 천연고무나 합성고무에 각종 화학약품을 혼합해 타이어용 고무로 특성을 변화시켜야 한다.

가류공정에서 일하다 스티렌 노출

다음으로 타이어 내부에 혼합된 고무를 얇게 코팅하는 압연공정과 ‘트레드’(타이어가 노면과 접촉하는 부분)와 ‘사이드월’(타이어의 옆 부분)을 만드는 압출공정을 거친다. 재단공정에서는 타이어를 종류에 따라 폭과 각도·길이를 달리해 절단한다. 절단된 타이어는 성형공정에서 압력과 팽창이 가해지지 않은 생타이어로 조립된다. 이 생타이어가 가류공정을 통해 타이어로 완성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검사를 거쳐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노씨는 생타이어를 가류기에 넣어 일정 시간 동안 열과 압력을 가하는 가류공정에서 일했다. 그는 타이어를 가류기에서 쉽게 벗겨 내기 위해 이형제를 뿌리고 타이어를 운반했다. 가류공정에서는 여러 화학물질이 발생했다. 그중 스티렌(Styrene)이 있었다. 스티렌은 합성고무의 제조에 쓰이는 휘발성이 높은 기름성 액체물질이다. 비록 저농도이긴 했지만 노씨는 지속적으로 스티렌에 노출된 채 일했다.

입사 첫해 알레르기성 비염 걸려

회사에서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노씨에게 알레르기성 비염이 생겼다. 회사 의무기록에 따르면 노씨는 입사 첫해인 98년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두 차례 의무실을 방문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해가 갈수록 증상은 심해졌다. 의무실 방문 횟수도 늘어났다.

2001년부터 코가 막히면서 가렵고 콧물·재채기가 나는 증상이 계속됐다. 2002년 4월쯤부터 객담(가래)과 호흡곤란 등 천식증상이 시작됐다. 같은해 12월 이비인후과에서 알레르기성 비염진단을 받은 그는 이듬해 호흡기 내과에서 천식 진단을 받았다.
노씨는 이 회사에 들어오기 전에 운전학원 강사로 5년 동안 근무를 한 적이 있다. 가족 중에 알레르기 질환을 가진 사람도 없었다. 2002년 상반기 작업환경을 측정한 결과 노씨가 일하던 가류공정에서 스티렌이 검출됐다. 
 


스티렌 노출되면 여성노동자 유산 위험
스티렌은 달콤하거나 자극성 냄새가 나는 무색 또는 황색 액체물질이다. 정화조나 보트·탱크·자동차 용품 등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 제품과 욕조 등 마블제품을 제조하는 데 사용된다. 스티렌에 노출됐을 때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은 눈 자극과 호흡수 증가, 발진 등 피부자극·쇠약·두통·피로·어지러움증·기억장애 등이다.
급성노출시에는 졸림과 현기증·두통·평형장애 등 중추신경계 억제증상이 나타나고, 반복적으로 피부에 접촉되면 피부염이 생긴다. 색각이상과 청력손상 등 신경계에 대한 만성 건강장애가 발생할 수 있고 호흡기를 자극해 만성기관지염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스티렌은 태반을 통과하는 물질이기 때문에 여성노동자에게 유산 또는 중추신경계 기형아 출산 위험을 줄 수 있다.
한편 직업성 천식을 유발하는 원인물질은 세계적으로 200~300종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도료에 들어 있는 이소시아네이트와 반응성염료가 대표적이다. 그 외에도 스티렌과 크롬·니켈 등 다양한 물질에 대한 알레르기로 인해 직업성 천식이 발생한다.
국내에서는 가구제조업과 염안료 제조업·도장·용접 등의 업무를 하는 노동자에게서 주로 천식이 발생됐다. 입사 전 천식이 없다가 이런 업종에서 일을 하고 난 후 천식이 생겼다면 업무관련성질환 가능성을 의심하고 진찰을 받아야 한다.  조현미 기자

화학물질 관련 문의사항 :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작업환경팀(032-5100-724)

 
<2009년 5월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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