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노사정위에서는 노조전임자 임금지급금지와 복수노조 허용조항을 5년간 유예하기로 합의하는 빅딜이 있었다. 이번 빅딜은 상반기 노사관계 구도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이번 빅딜을 둘러싼 노사정 3주체의 손익계산서를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번 빅딜에서 한국노총은 숙원과제였던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문제를 해결한데다, 신생노조의 전임자 임금지급도 가능하게 되는 덤도 챙겼다는 점에서 표정이 아주 밝다. 이남순 집행부로서는 2월말 대의원 대회를 앞두고 큰 과제를 해결함으로써 지난번 금융노조 파업 때 받았던 상처를 만회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정부는 노사정위 합의라는 성과를 이끌어 내면서 노동정책의 주도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웃는 표정을 짓고 있다. 여당도 이번 합의가 한국노총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풀 수 있는 고리역할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경영계의 경우 복수노조 허용을 유예한 것은 다행스런 일이지만 전임자임금 지급금지를 내준 것에 대해서는 조금 아쉬워하는 표정이다. 이에 비해 민주노총은 복수노조 허용 유예에 대해 비난하며 화가 난 표정이다.

제도개선 관련 쟁점이 상반기 노사관계의 주요 변수 중에 하나였던 만큼 이번 합의에 대한 노사정 3주체의 손익계산서는 상반기 노사관계 전반에 폭넓게 반영될 것 같다.

첫 번째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올 상반기 노사관계가 임단협과 구조조정이라는 노사관계 쟁점을 중심으로 전개되게 됐다는 점이다. 애초에 상반기 노사관계 쟁점으로는 제도개선 쟁점과 공공부문과 대우차 구조조정 쟁점, 임금협상 등을 꼽아 왔다. 이들 쟁점중에서 제도개선 쟁점이 합의됨으로써 올 상반기는 3∼4월 정도에 구조조정 쟁점을 둘러싼 노정갈등과, 5∼6월 임금협상을 둘러싼 노사갈등이라는 두 개의 축을 중심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렇다면 이번 노사정위 제도개선 합의가 상반기 구조조정과 임금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한국노총에서 전임자 임금지급금지조항 개정을 주장하면서 이들 쟁점만으로 투쟁을 하기보다는 임단협이나 구조조정투쟁과 연계시켜서 투쟁을 하겠다고 말해왔던 것에서 드러나듯이 제도개선 쟁점은 독립변수가 아니라 조절변수의 성격이 강했다. 다시말해 그자체로 노사정 갈등의 핵이 되기보다는 노사정 갈등의 '강도'를 조절하는 변수로서 기능해왔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제도개선에 대한 노사정위 합의도 상반기 노사관계 쟁점들에 조절변수로서 영향을 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구조조정을 둘러싼 '노정갈등'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예를 들어 이번 노사정위 합의과정에서 형성된 한국노총과 정부의 대화채널은 공공부문 구조조정을 둘러싼 노정갈등구조에서도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 또 노정간의 협상을 통한 절충점을 찾아나가는데도 유리한 기능을 할 가능성도 점쳐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노사정위 합의는 임금협상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임금협상은 기본적으로 노사간의 갈등의 성격을 띄고 있기 때문에 노사정위 합의과정에서 형성된 노정관계가 개입할 여지가 적기 때문이다. 최근들어 경영계는 경제위기라며 임금동결의 필요성을 조심스럽게 꺼내고 있고,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공공연맹은 12%의 임금인상률을 준비하고 있어 임금협상을 둘러싼 노사갈등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 노사정위 합의로 노사관계에서 제도개선 쟁점은 잠복기를 거치게 될 것 같다. 노사정위는 노동시간 단축문제는 추후에 다룬다고 하지만 현정권이 집권후반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언제가 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아직 공무원노조 인정문제 등 제도개선 쟁점이 남아 있긴 하지만 길게보면 이번 노사정위 제도개선 합의가 현정부의 노동관련 제도개선 작업이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는 신호일런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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