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가 ‘석면 베이비파우더’ 파동이 일기 전까지 탈크(활석) 취급 사업장에 대해 별도의 관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사실은 최근 강성천 한나라당 의원이 노동부에 탈크 사용 사업장에 관한 자료를 요구해 받은 자료에서 확인됐다. 강 의원은 지난달 노동부에 △탈크 사용 사업장 수와 명단 △탈크 사용 사업장에 대한 작업환경측정·특수건강진단 결과 △탈크 분진에 노출된 노동자에 대한 석면건강관리수첩 발급 현황 등에 대한 자료를 요구했고 최근 노동부의 회신내용을 공개했다.

탈크 사용 사업장 별도 관리 안해

노동부는 석면 베이비파우더 파동이 있기 전까지 별도로 탈크 사용 사업장을 파악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노동부 고시에는 ‘화학물질 및 물리적인자의 노출기준’에서 탈크의 노출기준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노동부 고시에 따르면 탈크는 석면불포함 활석과 석면포함 활석으로 나뉜다. 노출기준은 석면을 포함하지 않은 탈크가 2㎎/㎥이고, 석면포함 탈크는 석면 노출기준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발암성물질로 확인된 물질인 석면의 노출기준은 0.1개/㎤다. 석면을 포함한 탈크는 석면과 같이 취급한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조기홍 한국노총 산업환경연구소 국장은 “활석에 석면이 포함돼 있다는 것은 예전부터 밝혀진 사실”이라며 “노동부가 이를 몰랐다면 노동자 건강보호에 대한 의지가 없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노동부는 지난달 11일 ‘석면 함유 탈크 취급공정 근로자 보호대책’을 내놓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청 조사 결과 석면 함유 탈크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된 사업장 133곳에 대해서만 점검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석면 함유 탈크 수입업체와 공급선에 대해서는 국무총리실 산하 위해물질관리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추가로 파악해 점검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탈크, 단순한 분진으로 분류

석면 노출 노동자가 있는 사업장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6개월에 1회 이상 작업환경을 측정해야 한다. 그동안 노동부는 탈크를 단순한 분진으로 분류해 관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석면이 포함된 탈크를 사용했다면 석면에 대한 측정을 해야 하는데 단순히 분진 측정에 그쳤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석면이 포함된 탈크는 단순한 분진이 아닌 석면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작업환경측정에 대한 유해인자별 통계에서 탈크가 분진으로 분류돼 있기 때문에 탈크만 분리해 집계된 통계자료는 따로 없다.
노동부가 강 의원에 제출한 연도별 분진에 대한 작업환경측정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07년 상반기 사업장 1만5천652곳 중 305곳이 기준을 초과했고, 같은해 하반기에는 1만4천412곳 중 309곳에서 기준을 초과해 분진이 검출됐다.

탈크 취급 사업장 퇴직자 관리는?

석면 취급노동자는 1년에 1회 이상 특수건강진단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특수건강진단 결과에 대한 유해인자별 통계에서 탈크는 광물성분진으로 분류돼 있다. 석면이 포함된 탈크 취급 사업장에서 일했던 노동자들은 석면에 관한 특수건강진단을 받지 못했던 것이다.

‘연도별 광물성분진 사용 사업장의 특수건강진단 실시 현황’에 따르면 2007년 1만2천760개 사업장의 노동자 17만9천328명 중 115명이 유소견자로 나타났다.
현재 국내에서는 석면에 일정기간 노출된 노동자에게 건강관리수첩을 발급하고, 노동자가 이직하거나 작업을 전환할 경우 연 1회 무료로 특수건강진단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석면 함유 탈크를 취급했던 노동자들에게는 건강관리수첩이 발급되지 않았다.

정부는 최근 발표한 석면 함유 탈크 취급공정 근로자 보호대책에 따라 석면함유제품 제조·가공업무에 1년 이상 종사한 노동자에게 건강관리수첩을 발급한다는 방침이다. 조기홍 국장은 “탈크 취급 사업장에서 일했다가 퇴직한 노동자들도 추적해 건강관리수첩을 발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강관리수첩, 석면분진 노출 노동자는 발급 안돼
노동부가 밝힌 ‘석면원료를 사용하는 사업장에 대한 건강관리수첩 발급현황’에 따르면 지금까지 석면건강관리수첩을 받은 노동자는 698명에 불과하다. 지난 93년 4명을 시작으로 94년 16명·95년 7명·96년 9명·97년 98명·98년 13명·99년 21명이 수첩을 발급받았다. 수첩 발급자는 2000년대 이후 증가하기 시작했다. 2000년 162명·2001년 77명·2002년 38명·2003년 43명·2004년 44명·2005년 26명·2006년 18명·2007년 74명, 2008년 48명으로 조사됐다.
건강관리수첩은 직업병을 관리하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수첩 소지자가 산업재해를 입어 요양급여를 신청해야 할 경우 의사의 초진소견서 대신 수첩을 제출해도 된다. 또 수첩을 교부받은 업무에 더 이상 종사하지 않을 경우 특수건강진단기관에서 실시하는 건강진단을 매년 1회 받을 수 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108조)에 따르면 석면과 관련해 건강관리수첩 교부대상자는 △석면 또는 석면방직제품을 제조하는 업무에 3개월 이상 종사한 자 △석면함유제품을 제조하는 업무, 석면함유제품(석면 1% 초과 함유 제품)을 절단하는 등 석면을 가공하는 업무에 1년 이상 종사한 자 △설비 또는 건축물에 분무된 석면을 해체·제거·보수하는 업무에 1년 이상 종사한 자 △석면을 1% 초과해 함유한 보온재 또는 내화피복제의 해체·제거·보수업무에 1년 이상 종사한 자 △설비 또는 건축물에 포함된 석면시멘트·석면마찰제품·석면개스킷제품 등 석면함유제품을 해체·제거·보수하는 업무에 10년 이상 종사한 자 등이다.
하지만 석면을 직접 취급하지 않더라도 해당 사업장에서 일해 석면분진 등에 노출됐을 경우 건강관리수첩 교부 대상자에서 제외된다. 이 때문에 노동계는 수첩 교부대상자에 노출 가능성이 있는 노동자를 포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조현미 기자


<2009년 5월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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