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노동절’이다. 올해 119주년을 맞이한 노동절은 1886년 5월1일 미국 노동자의 파업에서 유래했다. 노동자들이 대규모 집회를 열고 ‘8시간 노동제’를 요구한 바로 그 사건이다. 경찰당국은 폭력적으로 집회를 해산했고, 6명의 노동자가 경찰이 쏜 총탄에 맞아 사망했다. 노동계가 폭력진압에 항의했지만 노동운동가 8명을 체포하면서 강경대응으로 대처했다. 세계 각국의 노동계가 설립한 제2의 인터내셔널이 5월1일을 ‘노동자 단결의 날’로 정한 것은 이러한 배경에서다. 이날을 기념해 각국에서 각종 집회와 행사가 열렸다.

우리나라에서는 일제 치하인 1923년에 처음으로 노동절 기념대회가 열렸다. 대회를 주최한 조선노동총동맹은 ‘노동시간 단축, 임금인상, 실업 방지’를 촉구했다. 일제의 탄압이 사라진 해방 직후인 1946년에 처음으로 노동절 대회가 열렸다. 당시 대회는 노동자뿐 아니라 시민과 농민이 참여해 해방조국의 미래를 논의하는 ‘광장’이자 ‘축제의 장’이었다.

하지만 이승만 정부는 1958년 노동절 기념일을 대한노총 창립일인 3월10일로 바꿨다. 박정희 정부는 명칭마저 ‘근로자의 날’로 변경했다. 때문에 87년 노동자대투쟁 후 노동계가 잃어 버린 노동절을 되찾자는 운동을 벌인 것이다. 김영삼 정부는 1994년 노동절 기념일을 다시 5월1일로 옮겼으나 명칭은 손대지 않았다.

양대노총은 내일 시내 곳곳에서 집회와 행사를 연다. 한국노총은 잠실경기장에서 마라톤대회와 일자리 창출 관련 행사를 진행한다. 민주노총은 용산참사 100일·차별철폐·촛불집회 1주년 행사를 함께 개최한다. 양대노총이 벌이는 행사에는 노동자와 그 가족, 학생·시민이 참여한다. 조직 노동자만의 고립된 행사에서 벗어나 국민과 함께하는 행사로 거듭나겠다는 것이다.

경제위기로 움츠러든 노동자들이 모처럼 광장에 나와 어울리는 것은 좋은 일이다. 예비노동자인 학생과 일반시민이 함께한다는 것도 달라진 모습이다. 노동자만의 고립된 노동절에서 벗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집회를 주최하는 노동계는 많은 학생과 시민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행사를 평화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경찰당국은 민주노총이 도심에서 집회를 강행하면 불법집회로 규정하겠다고 밝혔다. 도로를 점거하고 교통을 방해하거나, 불법시위용품을 소지할 경우 현장에서 체포하겠다는 것이다.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고춧가루 성분이 들어간 분사기까지 동원된다. 이대로 가면 민주노총과 경찰이 도심 곳곳에서 충돌할 수밖에 없다.

경찰당국이 강경대응 방침을 밝힌 이유를 이해할 수가 없다. 마치 119년 전 미국의 경찰당국이 8시간 노동제를 요구하는 노동자를 강제로 해산했던 모습과 닮았다. 우리의 경우 군사정권 시절 권위주의적 경찰의 행태가 다시 부활한 듯하다.

경찰당국의 집회 불허이유도 너무나 궁하다. 도심 교통마비와 폭력집회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경찰당국의 우려는 십분 이해되지만, 그렇다고 경찰당국이 멋대로 헌법에 보장된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제약해서는 안 된다. 주최자들이 평화적 집회를 약속했다면,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

경찰의 태도는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 많은 시민들이 모이는 보수·종교단체의 집회는 보란 듯이 서울시청 광장 앞에서 열리는데, 노동단체의 집회만 불허하는 것은 부당한 일이다. 학생과 시민이 참여하는 노동절 집회가 평화적으로 진행되도록 지원하는 것이 경찰의 ‘임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노동자가 앞장서 정의롭고 평등한 세상을 만들자고 다짐하는 노동절.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119년이 흘렀지만 이 선언은 여전히 유효하다. 노동자가 단결해야만 평등 세상도, 노동조건 개선도 이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위기로 인해 해고의 회오리가 몰아치고, 정규직와 비정규직 간 차별이 조장되는 최근에도 단결은 노동계의 최우선 과제다. 학생·시민·농민과의 연대로 확장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때마침 양대노총이 올해 국민과 함께, 사회연대를 결의하는 장으로 노동절 행사를 한다고 하니 기대를 걸어 본다.
 
 
<매일노동뉴스 2009년 4월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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