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대우차 부평공장 사내하청업체 노동자 900여명은 현재 무급휴직 상태다. 하청업체가 맡았던 공정에는 정규직 노동자들이 대신하고 있다. 쌍용차에서도 지난해 11월 전환배치가 진행됐다. 하청업체 노동자 상당수가 울며 겨자 먹기로 희망퇴직을 택했다. 희망퇴직을 거부한 노동자는 하청업체 폐업 등으로 해고됐다. 정규직의 고용안정을 위한 전환배치가 비정규직을 일자리에서 밀어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 이대우 금속노조 GM대우비정규직지회 지회장
제목 : 비정규직 희생양, 그 결과는…


GM대우차 부평공장이 잘나갈 때는 공장 안에 2천300~2천500명의 하청업체 비정규직이 근무했다. 지난해 말부터 물량이 감소하면서 비정규직이 2천명 정도로 줄었다. 이때 각 하청업체에서 희망퇴직 등이 진행됐다.
최근에는 GM대우 노사의 작업공정 재배치 합의에 따라 하청업체 비정규직 900명이 무급휴직에 들어갔다. 1차 하청업체 노동자 10명 중 7명이 휴직상태다. 사실상 정리해고인 셈이다.
정규직 전환배치와 하청 비정규직 무급휴직 결정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정규직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비정규직이 희생양이 된 것이다. 비정규 노동자들의 불만이 정규직노조로 향하고 있다. 정리해고는 회사가 주도하고 있지만, 불만은 정규직노조로 향하고 있다.
정규직노조와 노조 내 현장조직들은 비정규직에 대한 무급휴직 방침에 적극적인 반대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경제위기 상황에 정규직노조가 현실적 타협을 택했다고 본다. 하지만 그 결과가 어떠한가. 부서별 라인운영속도(JPH)를 조정한다는 이유로 정규직 노동자의 노동강도가 세지고 있다. 당초 정규직 전환배치를 통해 경제위기 타개책을 찾으려는 시도가 잘못된 것이다.
'노동자는 하나다'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이 같은 구호가 얼마나 당위적인 것이었는지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정규직 조합원의 정서나 현실적 어려움을 핑계로 비정규직 우선 희생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지금이라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 이창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기획부장
제목 : 정리해고 막으려면 원-하청 공동투쟁 필수

지난해 11월 쌍용차 정규직 전환배치 과정에서 휴직에 들어갔던 비정규 노동자 가운데 상당수가 스스로 일을 그만뒀고(희망퇴직) 일부는 해고됐다. 전환배치 자체에 문제가 있다기 보다는, 전환배치가 하청업체 폐업과 비정규직 해고로 이어진다는 것이 문제다. 전환배치는 정리해고의 다른 이름인 셈이다. 전환배치 합의 당시 노조 안에서도 이 같은 우려가 제기됐지만, 폭넓게 수용되지 못한 게 사실이다.
정규직노조가 현재 하청업체 비정규직 고용 문제에 완전히 손을 뗀 것은 아니다. 희망퇴직을 택한 노동자의 경우 노조가 나서 구제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 노조는 현재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하청업체 비정규직 340명과 폐업에 따른 해고에 반대하는 노동자들의 고용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회사가 2천646명을 정리해고하는 경영정상화 방안을 발표한 상태다. 이 때문에 정규직노조는 '총고용 보장'이라는 포괄적 틀 안에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노조가 정규직 임금으로 12억원의 비정규직 구제기금을 출연하겠다는 내용의 양보안을 회사에 제시한 것 역시 정규직-비정규직 총고용 보장을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비정규직이 하나 둘 잘려 나가기 시작하면, 결국 전체가 무너질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원-하청 공동투쟁이 필요하다. 정리해고를 저지하고 전체의 고용을 지키기 위해 투쟁할 것이다.


* 임영일 한국노동운동연구소 소장
제목 : 소 잃고도 외양간 안 고치는 노동계


정규직 전환배치가 비정규직 해고로 이어지고 있다. 부당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그 피해가 노동자, 특히 가장 약한 노동자인 비정규직에게 집중되고 있다. 노동계는 아직 이런 상황을 막거나 역전시킬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지 못했다. 답답한 상황이다.
노동자 연대의 현주소를 보여 주는 상황이기도 하다. 노동자 연대는 마음이나 뜻을 모은다고 되는 게 아니다. 위기상황이 닥치기 전에 노동자 연대를 위한 조직정비와 교육, 훈련 등이 진행됐어야 한다.
금속노조 등이 '총고용 보장'을 얘기하고 있지만, 그것도 미리미리 준비를 했을 때 가능한 말이다. 지금은 방법이 없지 않나. 법·제도가 확보돼 있는 상황도 아니고, 정부 정책도 노동계 주장과 반대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를 주장하려면, 평소에 준비했어야 했다. 단체교섭이나 산별교섭에서 기본 틀거리를 만들어 놓아야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에서 어떤 주장을 내놓은들 소용이 있겠나. 노동자들은 위기의식에 사로잡혀 있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포괄하는 조직도 없다.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노동계가 대오각성해야 한다. 소 잃고라도 외양간을 고치면 다행인데, 노동계가 워낙 건망증이 심해 걱정이다.


* 이종탁 산업노동정책연구소 부소장
제목 : 공장에서 나와 사회적 해법 찾아야


뾰족한 해결책이 없는 난감한 문제다. 생산물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정규직 중심으로 일자리를 고민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고용과 관련해 노조가 선택할 수 있는 전술은 두 가지다. 전체 고용된 인력 대비 일자리 조정 방식으로 점근하느냐, 아니면 정규직 중심으로 일자리 문제에 접근하느냐다. 최근의 정규직 전환배치는 후자를 택한 경우다. 현실적인 어려움이 바탕이 됐겠지만, 노동운동의 대의를 놓고 볼 때 비판받을 지점이 있다. 노동자 내부에서 고용을 둘러싼 연대가 실현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 준 것이다.
물론 정규직노조가 자기 조합원의 고용이나 일자리 문제를 최우선에 두는 것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다. 때문에 이 문제는 조합적 시각으로 바라볼 사안은 아니다. 공장에서 나와 사회적으로 답을 찾아야 한다. 노조도 기업도, 해법이 없다. 비정규직이 해고되지 않으려면 사회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
답은 이미 나와 있다. 노동계는 이미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를 제안하지 않았나. 현실적으로 생산물량을 늘릴 수 없는 조건이라면, 사회적으로 노동시간 단축 문제를 공론화해야 한다. 노동시간을 단축하지 않고 고용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노동시간을 포괄적으로 줄일 수 없다면 교대제 개선 등 현실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 오민규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
제목 : 전환배치는 계급적 배신 행각

정규직 전환배치를 핑계 삼아 비정규직이 해고되고 있다. 정규직노조를 이용해 자기 손에 피를 묻히지 않으려는 자본가들의 비열한 행태다. 그렇다고 해도 정규직노조가 비정규직 밀어내기에 앞장서는 것은 비겁한 행동이다. 계급적 배신 행각이다.
결국 정규직-비정규직 모두 고통받게 됐다. 비정규직은 일자리를 빼앗겼고, 정규직은 남의 일자리를 빼앗았다는 수치심을 느끼고 있다. 노조에도 득 될 게 없다. 해고된 비정규직은 정규직노조에 대한 반감을 안고 회사를 떠나고 있다. 남의 일자리를 뺏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한 정규직 노동자들은 점점 노조와 멀어질 것이다.
경제위기 국면에서 일자리를 줄이려는 자본의 공세가 계속되고 있다. GM대우는 라인운영속도를 줄여 자동차 생산량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기존 인력을 유지하면서 라인속도만 줄여도 되는데, 회사는 일자리까지 줄이려고 한다. 기존에 3명이 하던 일을 지금은 2명이 하고 있다. GM대우는 살인적인 노동강도로 악명을 떨쳐 왔다. 노동강도는 더 세졌고, 비정규 노동자들은 해고됐다.


* 김혜진 불안정노동철폐연대 대표
제목 : 스스로 무너지는 길을 택해서야…


경제위기 시대에 나 혼자 살려고 하면 반드시 모두가 죽는 법이다. 특히 이명박 정권은 경제위기의 책임을 고스란히 노동자들에게 떠넘기고 자본가들만이 더 잘살 방법을 찾고 있는데, 이럴 때 과연 뭉치지 않고 노동자가 살아날 방법이 있을까.
완성차지부의 정규직 전환배치 합의는 비정규 노동자들에 대한 정리해고 합의에 다름 아니다. 남을 짓밟고 자신의 고용을 보장받은 정규직들은 그 다음 자본의 공격이 들어오면 투쟁하기보다는 또 다른 희생양을 찾기 마련이다. 그렇게 서로서로 짓밟고 서로를 고용의 안전판으로 삼으려고 하는 와중에 정권과 자본은 마음 놓고 구조조정의 칼날을 휘두를 것이다. 스스로 무너지는 길을 택할 것인가.
금속노조는 그동안 '총고용 보장'을 얘기해 왔다. 무급휴직 뒤 일터를 떠나는 비정규직을 외면하면서 총고용 보장, 산별 정신을 말하는 것은 공허하다. 지금이라도 비정규직에 대한 무급휴직을 거부하고, 합의를 무효화해야 한다. 단결된 힘만이 우리 모두의 생존권을 지킬 수 있다.
 
 
<매일노동뉴스 2009년 4월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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