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석면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불멸의 물질’이라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석면은 전세계적에서 건축용·산업용 자재로 널리 쓰였다. 석면에 대한 건강장해가 본격적으로 알려지면서 죽음의 물질로 인식되고 있다.

석면은 10년에서 40년의 잠복기를 거쳐 치명적인 병을 일으킨다. 때문에 석면의 유해성에 대해 알지 못했던 사람들이 수십년 뒤에 치명적인 병으로 고통받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이운종(가명)씨는 17세때부터 자동차 정비 업무를 했다. 88년 종암교통(가칭)이라는 택시회사에 처음 취직한 후 네 차례 회사를 옮겨다니며 19년을 일했다. 주로 택시의 브레이크라이닝(마찰재)을 교체하고 엔진을 수리하는 업무였다. 이씨가 일한 회사에서는 평균 80대에서 100대의 택시를 운행했다. 브레이크라이닝은 1~2달에 한번씩 교체했다. 하루 평균 2대에서 4대 분량을 교체했다. 교체작업을 할 때는 먼지가 많이 발생했지만 방진마스크를 착용하지는 않았다. 불편하기도 했지만 먼지 중에 석면이 포함됐다고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비공 17년차에 이상증세 느껴


이씨는 2005년 처음 몸에 이상을 느꼈다. 찌르는 듯한 가슴 통증을 여러 번 느꼈고, 체중도 조금씩 감소하기 시작했다. 숨도 찼다. 그해 12월 가슴통증이 심해 병원을 방문했고, 이듬해 1월 종합병원에서 악성중피종 진단을 받았다. 악성중피종은 흉막·복막 등에 생기는 악성 종양 중 하나로, 수술이나 항암요법을 취해도 수개월 정도만 수명을 연장시킬 뿐이다. 그가 일하던 회사는 2002년부터 석면이 함유된 브레이크라이닝을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이미 15년간 석면에 노출된 상태였다.

석면해체 종사자, 증상 없어도 건강진단 받아야

폐암·악성중피종 등 호흡기계 암의 가장 큰 특징은 특별한 증상이 없다는 것이다. 숨이 차거나 통증이 생긴 경우라면 이미 병이 심하게 진전된 상태다. 때문에 석면해체·제거작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는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건강할 때 건강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특히 흡연을 하면 폐암발생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석면 노출이 우려되는 사업장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아야 한다.

석면 해체·제거 작업을 할 때는 방진마스크 또는 송기마스크, 고글형 보안경과 신체를 감싸는 개인보호구를 착용해야 한다. 석면 취급 노동자는 배치 전 건강진단을 실시해야 하며, 배치 후에는 12개월 이내에 특수건강진단을 받아야 한다. 또 1년에 한 차례씩 정기적으로 특수건강진단을 받아 호흡기계 이상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석면에 일정기간 노출된 노동자에게 수첩을 발급하고, 노동자가 이직하거나 작업을 전환할 경우 연 1회 무료로 특수건강진단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건강관리수첩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Tip】브레이크라이닝이란

브레이크 슈와 브레이크 밴드 등 제동장치에 붙이는 마찰재다. 브레이크를 밟으면 마찰을 통해 차량이 정지된다. 브레이크라이닝은 마찰시 발생하는 고열을 견딜 수 있도록 석면이나 섬유를 굳혀서 만들었다. 석면 브레이크라이닝에는 40~50%의 석면이 함유돼 있다. 석면 브레이크라이닝은 제동력이 좋고 소리가 나지 않는 장점이 있지만 내구성이 좋지 않아 수명이 짧았다. 비석면 제품의 경우 내구성은 좋았지만 브레이크가 밀리고 소음이 많이 발생해 운전 기사들이 선호하지 않았다. 석면에 대한 건강피해가 알려지면서 국내에서는 2007년부터 석면이 함유된 브레이크라이닝의 사용이 전면 금지됐다.
산업안전보건공단은 지금까지 국내에 유통됐거나 현재 유통되고 있는 석면함유제품에 대한 정보를 공단홈페이지(www.kosha.or.kr→보건사업→석면작업관리→석면함유제품검색)에서 제공하고 있다.
화학물질 관련 문의사항: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작업환경팀 032-5100-724

 

<2009년 4월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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