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봄바람에 설레고 또 다른 누군가는 봄볕에 나른하다. 마음에 솔솔 부는 봄바람은 그럭저럭 잠재운다고 해도, 입가에 떠도는 봄 졸음은 고운님 앞에서도 감추기 힘들다. 해마다 봄이면 찾아오는 '춘곤증'. 피로감과 무력감, 식욕부진에 소화불량까지 동반하는 '병 아닌 병' 춘곤증은 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어떻게 하면 좀 더 쉽게 물리칠 수 있을까.

봄에 느끼는 피로의 한 종류인 춘곤증은 의학적 용어가 아니다. 의학서적 어디에도 춘곤증이라는 단어는 없다. 다만 봄철에 많은 사람들이 흔히 느끼는 피로증상이라고 해서 붙여진 용어다.

춘곤증에 가장 많이 시달리는 시간대는 오후 2~3시로 알려져 있다. 증상은 졸음·피로감·집중력 저하·권태감·소화불량 등이다. 뚜렷하게 아픈 곳이 없는데도 온몸이 나른하고 식욕이 떨어진다. 시도 때도 없이 졸음이 쏟아지면 춘곤증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드물게는 불면증·두통·눈의 피로 등 무기력한 증세가 나타나기도 한다. 가슴이 뛰고 얼굴이 달아오르는 등 갱년기 증세와 비슷한 신체적 변화를 겪는 사람도 있다.

춘곤증은 복합적인 원인으로 발생

그렇다면 왜 많은 사람들이 봄에 피로증상을 느끼는 걸까. 여러가지 복합적인 원인으로 설명할 수 있다.
첫 번째로 생리적 불균형 상태를 꼽을 수 있다. 우리 몸은 겨울동안 추위를 이겨 내기 위해 ‘코티졸’을 왕성하게 분비한다. 봄이 되고 기온이 따뜻해지면서 추위에 적응하던 코티졸 분비 패턴이 봄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시간(2~3주)이 필요하다. 이 기간에 쉽게 피로를 느낀다.

둘째는 활동량의 변화다. 밤의 길이가 짧아지고 낮의 길이가 길어지면서 수면시간이 줄어든다. 기온이 올라가면서 야외 활동량과 혈액순환이 증가한다. 신진대사가 활발해지면서 비타민 B1을 비롯한 무기질과 영양소가 많이 필요하다. 이때 비타민이 결핍되면서 춘곤증을 느끼게 된다.
셋째는 스트레스를 꼽을 수 있다. 대개 봄이 되면 졸업·취직·전근·새로운 사업의 시작 등 생활환경에 많은 변화가 생긴다. 이것은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한다.

과로를 피하자

우리 몸의 리듬이 깨질 때 틈을 비집고 찾아오는 게 춘곤증이다. 과로를 피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대체로 봄철에는 신진대사가 활발해지면서 평소보다 비타민 소모량이 3∼5배 늘어난다. 우리 몸이 피로하지 않도록 뇌의 활동을 돕는 단백질·비타민·무기질과 같은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하루에 필요한 영양소와 열량이 세 끼 식사에 고루 분배되도록 하고 아침식사를 거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아침을 거르면 피로를 쉽게 느낄 뿐 아니라 점심을 많이 먹게 돼 '식곤증'까지 겹친다.

가벼운 운동으로 근육을 풀어 주는 것도 춘곤증 극복에 도움이 된다. 아침에 일어나 가볍게 조깅을 하거나 맨손체조를 한다. 직장에서도 두세 시간마다 스트레칭으로 긴장된 근육을 풀어 주는 게 좋다.

생체리듬을 정상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잠을 충분히 자야 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밤잠을 설쳤다면 점심식사 후 15∼30분 정도 낮잠을 자는 것이 증상 개선에 효과가 있다. 주중에 쌓인 피로를 풀겠다고 주말이나 휴일에 잠만 자면 오히려 피로가 더 심해질 수도 있다. 특히 졸리다고 커피를 자주 마시거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음주·흡연을 하면 피곤이 누적되므로 삼가야 한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춘곤증은 보통 1∼3주가 지나면 저절로 사라진다. 그러나 충분한 영양섭취와 휴식에도 증상이 오래 간다면 다른 질환이 있는지 전문의의 진찰을 받아 보는 것이 좋다.·
 
 
<2009년 4월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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