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와 한나라당이 4대강 삽질에 더 힘을 주라는 주문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망치소리가 전국 곳곳에서 더 크게 울려 퍼져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바야흐로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아니라 건설경기가 꽃피는 부흥기다.

전국에서 삽질과 망치소리가 더 깊고, 더 크게 울려 퍼질수록 건설노동자들이 산업재해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청주에 있는 ㅎ반도체는 2007년 6월 공장증설 공사에 착수, 24시간 맞교대로 풀가동하는 새로운 공법(A-Project)을 도입했다. 그 결과 약 8개월 만에 11건의 산재사고가 발생해 3명이 숨지고 14명이 다쳤다. 사업주가 기본적인 추락방지 의무만 이행했어도 안타까운 희생을 막을 수 있었다.

작업발판·안전난간 없어 추락사

ㅎ반도체 공장증설 공사현장에서 2007년 12월16일 오후 3시20분께 중국동포 건설노동자 이아무개씨가 10미터 높이에서 건물 3층 바닥으로 추락했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작업발판이나 안전난간과 같은 안전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거푸집 해체작업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10미터 높이에서 작업하다 개구부에 빠져 3층 바닥으로 떨어진 것이다. 추락 과정에서 심장마비를 일으켜 사망한 것으로 판명됐다.

같은해 10월22일에도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건설노동자 이아무개씨가 4층에서 떨어진 건설자재(37킬로그램 무게의 기둥 결속밴드)에 머리를 맞고 목숨을 잃었다. 이 사건 역시 안전의무 소홀이 원인이었다. 작업으로 물체가 떨어지거나 날아올 위험이 있을 때는 낙하물방지망이나 방호선반 등을 규정에 따라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숨진 이씨가 작업할 당시 안전요원도 배치되지 않았고, 성능검정조차 받지 않은 러셀망(분진방지용 벌집망)만 쳐져 있는 상태였다.

산업안전보건법과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 적용

이 사건의 피고인은 철근콘크리트 공사를 도급받아 시공한 A건설회사와 소속 현장소장이자 안전보건관리 책임자인 김아무개씨를 비롯해 A사로부터 재하도급을 받아 공사를 한 B건설업체와 현장소장이자 안전보건관리 책임자인 이아무개씨, 이 업체의 거푸집 해체작업자 김아무개씨, 안전요원 민아무개씨 등 6명이다.

청주지검은 피고인들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범죄사실에 적용된 법조항은 2007년 5월 개정 이전 구 산업안전보건법 제67조(추락위험 방지의무 또는 기계·기구·기타 설비에 의한 위험방지의무 위반)와 제23조(각 안전상 조치의무 위반으로 인한 치사)·제10조(각 산업재해발생 보고의무 위반)·제29조(각 도급인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의무 위반)·형법 제30조(각 업무상과실치사) 등이다. 판결요지는 다음과 같다.

"10월22일 사고와 관련해 낙하물방지망 대신 설치한 러셀망은 분진 등을 방지하기 위한 속칭 ‘벌집망’ 정도에 불과해 낙하 또는 비래위험 예방에 충분치 않다. 피고인들은 물건의 낙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모두 취하지 않았다. 규정에 따라 10미터마다 낙하물방지망이 설치되는 등의 조치가 있었다면 비록 37킬로그램이나 하는 낙하물이 떨어지더라도 그 충격이 완화돼 피해자가 사망에까지 이르렀으리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업무상과실과 사고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된다.

12월16일 사고와 관련, 3일 전부터 A건설회사로부터 거푸집 해체요구를 받아 조속히 작업을 해야 했다. 비록 사고 당일 작업계획에 해당 거푸집 해체작업이 없었다 하더라도 현장소장인 이씨는 안전대 걸이시설 설치 등을 했어야 했다. 이를 게을리한 업무상과실이 있다."

법원은 B건설업체 현장소장 이씨에게 징역 10월에 벌금 200만원을 선고하는 등 피고인 6명에게 4천10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B건설업체 안전요원 민씨에게는 금고 5월을 선고했다.

<관련 판례>
청주지방법원 2009년 3월26일 선고
2007고단2126·2008고단175·2008고단993·2008고단1753
 
 
< 2009년4월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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