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지만 기자는 지금까지 공연장에서 오페라를 본 적이 없다. 정말 보고 싶은 공연이 있어도 적게는 몇 만원, 많게는 몇십 만원을 호가하는 관람료를 보면 그저 입이 쩍 벌어질 뿐이다.
그런데 요즘 심심치 않게 국립오페라합창단의 공연을 본다. 무대가 아닌 길거리에서, 투쟁을 외치던 스피커를 통해 듣는 그들의 목소리는 아름답다. 지난해 12월 갑작스레 국립오페라합창단 해체를 통보받은 이들은 지난달 31일자로 전원 해고됐다.

2002년 창립해 지난 7년 동안 운영된 국립오페라합창단이 하루아침에 해체된 이유는 하나다. "규정에 없다"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전임 단장이 임의로 국립오페라합창단을 운영하는 것을 그동안 재량범위로 판단했으나, 국립 예술단체를 효율화하는 차원에서 해체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효율화’라는 이유가 참 묘하다. 오페라합창단원들은 기본급 70만원에 4대 보험도 보장받지 못했다. 1년 단위로 근로계약을 체결한 비정규직이었다. 합창단에 들어가는 예산은 연간 3억원. 반면 오페라단의 예산은 올해 8억원이나 증액됐다. 상임화(정규직화) 약속만 믿고 무대에 섰던 가난한 예술노동자만 뒤통수를 맞은 꼴이 됐다.

국립오페라합창단 해체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자 문광부는 지난달 27일 공식입장을 밝혔다. 노동부의 사회적 기업 프로그램 지원을 받아 비영리단체로 제2의 합창단을 설립할 테니, 일자리를 원하면 오디션을 보라는 ‘취업알선’이 유일한 대책이었다.
문화예술계 안팍에서 졸속대안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문광부는 다시 입장을 바꿔 국립합창단 연수단원을 제안했다고 한다. 역시 노동부 일자리 창출 정책의 지원을 받아 3년간 최저임금 수준의 근로조건을 보장한다는 내용이다.

국립오페라합창단 해체는 이명박 정부의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가 노동자에게 어떤 피해를 남기는지 보여 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공공서비스노조 국립오페라합창단지부는 “정권교체 후 국립오페라단장이 바뀌면서 7년간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고 밝혔다.

이번 국립오페라합창단 해고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문화예술계의 전근대적인 노동조건에 있다. 국내 최고수준이라고 하는 국립오페라합창단 단원들조차 사회보장 없이 최저임금을 받으며 7년간 일했다. 다른 민간 예술단체들의 사정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가뜩이나 배고픈 예술노동자들이 정권이 바뀌었다고 일자리마저 잃어야 하는 잔인한 4월이다.
 
 
<매일노동뉴스 4월16일>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