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은 꽉 찬 달빛에 눈부셨고 폭죽이 올라 검푸른 하늘에 광명성이 명멸했다. 발걸음도 가볍게 연인·친구·가족들이 줄을 지어 거리에 출렁이니 따라나선 강아지도 갈지자 걸음에 덩달아 신났다.
"아름다운 밤입니다."
화려한 조명 눈부신 무대에서 내내 발랄하던 사회자가 뻔한 '클로징 멘트'를 전했다. 축제는 끝났다. 어둠이 깊었고 행사장 한켠 행상엔 조그만 발전기 도는 소리만 요란하다. 껌벅이는 백열등 아래 아직 오지 않은 손님을 기다리며 엄마는 턱을 괴었고 딸아이는 엄마 등에 기대어 졸린 눈을 껌벅였다. 그 위로 위태로이 걸친 뻔할 '뻔'자.
 
 
<매일노동뉴스 4월16일>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