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정부 단체교섭을 위한 공무원노조들의 실무교섭위원 배분과 공동요구안 작성이 늦어지고 있다. 지난 2월17일 어렵사리 본교섭위원 구성에 합의한 지 두 달 가까이 됐다. 지난해 9월 행정안전부에 대정부 교섭을 요구한 때부터 따지면 7개월째다. “2008년 단체협약이 2010년에 체결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이견 조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공무원노조들만 탓할 일은 아닌 것 같다. 현행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공무원노조법)에 따르면 공무원노조는 사업장단위 복수노조가 허용된다. 여러 노조들이 교섭위원 배분에 합의하고 하나의 요구안을 만들어야 행정안전부가 교섭에 나설 수 있게 돼 있다.

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으로 95개 노조가 난립해 있는 상황에서 10명에 불과한 교섭위원 자리를 나누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2008년 단체교섭만 해도 74개 노조가 대정부 교섭을 요구했다.

결사의 자유보장이라는 취지로 그나마 허용된 공무원 복수노조 제도가 노노 갈등을 유발하고 있는 셈이다. 소수노조들의 권리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노동부는 8일 ‘공무원 인사교류의 일부분이 의무교섭 대상’이라는 지난달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에 대한 입장을 냈다. 노동부는 “근무조건과 직접 관련됐다면 인사교류도 교섭대상이라는 입장은 노동부도 일관되게 유지해 왔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그러나 서울행법 판결에 앞서 “비교섭 사항에 해당되는 공무원 단체협약 중 절반 정도가 임용권의 행사 및 제도·운영에 관한 사항”이라고 밝혀 노동계 반발을 샀다. 마치 인사교류에 대한 것은 전부 교섭대상이 아니라는 뉘앙스를 풍겼다.

국제노동기구(ILO)가 지적할 정도로 공무원노조법이 공무원의 노동3권을 지나치게 제약하고 있는 데다, 정부당국이 법을 기계적으로 해석하고 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공무원노조 관계자들은 “법이 시행될 때는 노동2권밖에 없다고 비판했는데 겪어 보니 0.8권밖에 안 된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2006년 1월27일 시행된 공무원노조법. 이제 개정할 때가 됐다. 정부는 공무원노조법 개정요구에 대해 “시행한 지 얼마 안 됐는데 벌써 고칠 수는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시행한 지 불과 2년도 안 된, 게다가 반대여론이 거센 비정규직법은 왜 정부가 앞장서 개정을 추진하는가. 노동기본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공무원노조법을 개정하지 못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매일노동뉴스 4월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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