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우씨는 세척공정에서 일했다. 숟가락 등을 세척기에 넣어 씻은 뒤 건조시키는 일이다. 이 과정에 TCE(트리클로로에틸렌)이 사용됐다. TCE는 무색의 달콤한 향기를 내는 휘발성 액체로 세척력이 뛰어나다. 주로 드라이클리닝, 금속의 기름때·페인트의 시너·커피의 카페인·면과 모의 지방과 왁스 제거에 쓰인다. 일반 산업현장 노동자들은 주로 금속부품의 기름때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TCE 증기를 흡입하거나, TCE 액체에 피부가 오염된다. 흡수된 TCE는 혈액을 따라 중추신경계에 전달돼 두통·현기증·구토·졸음 등을 유발한다. 고농도 TCE에 노출되면 급성간염이나 피부홍반이 나타나며, 최악의 경우 스티븐스존슨증후군에 걸려 목숨을 잃을 수 있다.
다우씨는 수포산업에서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6시30분까지 일했다. 1주일에 3일 정도는 저녁 8시까지 잔업을 했다. 공장에는 밀폐설비나 국소배기장치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다우씨는 세척작업을 하면서 제대로 된 보호구도 착용하지 않았다. 장갑을 끼긴 했지만 유기용제용 장갑이 아닌 목장갑을 사용했다. 마스크도 방독바스크가 아닌 베트남에서 가져온 일반 마스크를 착용했다.
결과는 처참했다. 다우씨는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두통과 현기증을 느꼈다. 입사 한 달 뒤에는 손과 팔에 붉은 반점이 생기기 시작했고, 반점은 하루 만에 온몸으로 퍼졌다. 증세가 호전되지 않자 다우씨는 며칠 뒤 인천의 한 종합병원에 입원했다. 하지만 병세는 악화됐고 그는 인공호흡기에 의존하는 신세가 됐다. 그는 TCE에 의한 스티븐스존슨 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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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4월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