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간 쟁점이던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복수노조 허용 등이 '5년 유예'로 결론난 것은 우리나라 노사문화의 낙후성을 다시한번 보여주는 사례다.

물론 올해 노사관계의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염려됐던 주요 현안이 일단락됐다는 점에서 한시름 놓게하는 측면은 있다. 노동계는 그동안 노조상근자 임금지급 자율성 보장을 총파업과 대정부 강경투쟁이라는배수진을 치고 요구해 왔기 때문이다.

경영계도 복수노조 허용은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노사관계를 예각으로 몰고가면서 기업경쟁력 회복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걱정해 왔다.

이런 여건 속에서 현실적인 대안은 잠정 유예 밖에 없었다는 설명은 분명 설득력을 가진다.

하지만 복수문제 허용 등의 쟁점은 97년 법 제정 과정에서 2002년부터 시행하기로 함으로써 충분한 시간을 주었던 사안들이라는 점에 비춰볼 때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한 사업장에서 2개 이상의 노조 출현으로 극심한 노노갈등을 불러오고 노사대화의 창구 단일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될 만큼 우리의 노사문화는 제자리 걸음을 해 왔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노사정은 또다시 부여받은 유예기간을 어떻게 보낼 지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한다는 게 노사관계 전문가들의 일치된 목소리다. 즉 노사관계의 틀을 기본적으로 다시 짜야 한다는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노조전임자 임금문제가 노사간 하등의 쟁점이 되지 않지만유독 우리나라에서만 투쟁의 대상이 되고 있음을 곰곰히 생각해 봐야 한다. 단순히 노조상근자 임금지급 여부 보다는 노조의 재정자립, 노조상근자의 적정성 등 다른 요인들과 함께 종합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복수노조 허용문제도 교섭창구 단일화, 교섭구조 변화 등과 함께 복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사안이다.

'5년 유예'가 또다시 덧없이 흘러간다면 '국가경제에 대한 걱정'이니 '상생의 노사문화'니 하는 유예의 명분이 노사정이 서로 실리를 주고 받으면서 본질을 회피하기 위한 변명에 불과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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