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던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복수노조 허용이 각각 5년씩 유보됨에 따라 올해 노사간 첫 쟁점이비교적 원만하게 넘어가게 됐다.

이에따라 노동계는 앞으로 5년간 전임자 임금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되고, 경영계는 복수노조 허용 유보로 교섭창구 단일화라는 실리를 얻게 됐다.


■노사정 모두 불가피한 선택

정부는 97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을 제정하면서 내년 1월부터노조 전임자에 대해 임금지급을 금지하고 이를 어길 경우 부당노동행위로 사업주를 처벌하도록 했으며, 복수노조도 전면 허용키로 한 바 있다.

그간 노동계는 전임자가 임금을 받지 못하면 노조의 존립 자체가 흔들릴수 밖에 없다는 위기감에 이 규정을 삭제할 것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으며, 경영계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이 규정을 그대로 둬야 한다는입장이었다.

복수노조 허용의 경우 노동계가 노사자율에 의한 교섭이나, 모든 노조의교섭참여를 주장한 반면, 경영계는 단체교섭상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배타적 교섭제 등 교섭창구 단일화가 꼭 이뤄져야 한다고 맞서왔다.

정부가 합의도출에 발벗고 나선 것도 경제가 어려운 데다 정부의 강력한구조조정 드라이브에 따른 노동계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들 2대 쟁점을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올 노사관계의 향방을 가름할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했다.

지난 2일 노동부의 대통령 업무보고 자리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이들 양 대 노동현안에 대한 조기 합의를 지시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였다고 할 수 있다.

올해 최대 쟁점에 대한 합의가 도출됨에 따라, 정부의 4대 부문 구조조정 추진과 맞물려 날카로운 대치상태를 보일 것으로 예상돼온 노사관계는 상당부분 안정될 것으로 기대된다.


■구조조정이 여전히 변수

올해 노사관계 안정의 첫 걸림돌로 불려온 복수노조 허용 등의 문제가 봉합됨으로써 대화로 문제를 풀어가는 사례가 하나 더 추가됐다.

노동계 일각에서 춘투 등 꼭 해야 할 단체행동을 제외하고는 가급적 대화로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속내를 비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고 있을 만큼 노사관계 안정에 적잖은 효과를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노총은 이날 노사정위 타결관련 코멘트라는 문건에서 '미흡하지만 고뇌에 찬 결단'이라며 환영을 뜻을 밝혔다.

그러나 올해 노사관계의 '태풍'이라고 할 구조조정 문제가 여전히 노사관계의 흐름을 짖누르고 있다.

특히 복수노조와 관련해서는 이미 정부가 ILO의 9차례에 걸친 권고를 받아들여 허용을 통보해 놓은 상태에서 또다시 시행을 늦춤으로써 대외신인도 하락은 물론 '노동 후진국'이라는 오명을 벗기 어려울 전망이다.

또한 이번 논의과정에서 2월말까지로 시한이 정해졌던 근로시간 단축논의 자체가 연기됨으로써 노사정위에 불참한 노동계의 또다른 축인 민주노총이 이 문제를 언제든지 쟁점화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두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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